“하루에 준비서면 10개도 거뜬” 법조계, AI 생태계 속으로…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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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검색·초안 작성 특화 법률 AI
변호사 사무실 필수템 자리매김
법원·검찰도 활용 폭 점차 확대
채용 감소·정보 오류 등 부작용도

생성형 AI 프로그램 ‘제미나이’를 이용해 만든 이미지. 생성형 AI 프로그램 ‘제미나이’를 이용해 만든 이미지.

인공지능(AI)이 부산 법조계 실무 지형을 바꾸고 있다. 변호사들은 법률 특화 AI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법원과 검찰도 내부 시스템에 AI를 도입하는 추세다. 법률 AI가 업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저연차 변호사나 법률 사무소 직원 등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변호사 사무실에 파고든 AI

대한변호사협회에 IT·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로 등록된 이철우 변호사(이철우법률사무소)는 2024년 개업 당시부터 현재까지 사무직원 없이 1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사무직원이 해야 할 일을 전부 AI에게 맡긴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쿠팡·SK텔레콤 등 개인정보 관련 단체 소송을 혼자 수행할 수 있었던 것도 AI가 데이터 정리를 맡은 덕분이다.

이 변호사는 “AI가 없었으면 사무실 운영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과거 로펌에서는 사무장이 준비서면 일부를 작성하거나 자료조사를 했는데, 그 역할을 AI가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생활 8년 차인 김낭회 변호사(법률사무소 예가) 역시 법률 AI 없는 하루 업무를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자료 요약부터 쌍방 주장 정리, 초안 작성까지 AI가 해결해준다”며 “준비서면·소장·답변서 등을 하루 10개 이상 작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AI에게 질문할 때는 반드시 ‘내 편 들지 말고 판사처럼 제3자 입장에서 검토해달라’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며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론만 내놓는 AI는 오히려 독이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변호사들이 가장 많이 쓰는 법률 AI는 크게 두 가지다. 판례 검색과 서면 초안 작성이 강점인 ‘슈퍼로이어’와 국내 최대 판결문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엘박스’다. 법률 AI는 챗GPT, 제미나이 등과 달리 방대한 실제 판례와 법령을 기반으로 구동돼 상대적으로 환각 현상이 매우 적고 정확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원·검찰도 도입 나섰지만 ‘걸음마’

법원도 AI 도입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법률정보 지능형 검색 및 리서치’ 시스템을 시행했다. 판사가 챗GPT 방식으로 질문 형태로 판례 검색을 물어볼 수 있다. 법관이 직접 “오픈채팅방을 이용한 대화가 명예훼손과 관련돼 문제가 된 사례를 찾아줘”처럼 자연어로 질문하면 내부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련 판례를 추려 제시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키워드 검색으로 수백 건의 판결문 목록을 직접 열어봐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관련성이 높은 판례를 먼저 정리해준다.

다만 법원 내부의 반응은 아직 냉정하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재판 지원 AI가 도입됐지만, 아직 본격적인 활용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다만 재판연구원들 중에는 외부 판결문 제공 서비스를 개인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서도 AI를 활용한 수사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전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정원석)는 지난달 7일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임차인 21명에게 보증금 25억 5000만 원을 가로챈 일당 2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AI를 활용해 이들이 주고받은 통화 녹음파일 1047개를 15일 만에 분석했고, 공모 관계 입증에 필요한 핵심 파일 70개를 추려냈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음성인식 기반 녹취록 작성 프로그램’을 활용한 결과다.

■검수 시간 그대로…일자리 감소 그늘도

법조계의 AI 사용은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AI가 서면 초안 작성 시간을 줄여줬지만, 오류와 모순을 걸러내는 검수 과정은 여전히 변호사의 몫이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자료 수집과 초안 작성은 빨라졌지만 법조인의 서면인 만큼 틀린 곳이 없는지, 지금까지의 흐름과 모순된 부분은 없는지 검수하는 데 결국 같은 시간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로펌들이 AI를 적극 도입하면서 저연차 변호사나 사무직원 등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대한변협에 따르면, 국내 로펌들의 변호사 채용 건수는 2022년 3902건에서 지난해 3167건으로 3년 만에 약 18% 감소했다.

법조계에서는 AI가 법률가를 대체하기보다, AI를 잘 활용하는 법률가와 그렇지 못한 법률가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산 법조계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나홀로 소송이 늘어나는 만큼 일반 당사자를 위한 활용 기준과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요하다”며 “결국 AI가 법률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법률가의 업무 방식을 바꾸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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