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경제] 자본가의 ‘도구’에서 노동자 ‘무기’로
성과급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합뉴스
성과에 따라 임금을 주는 발상 자체는 오래됐지만, 현대적 의미의 성과급제는 19세기 말로 뿌리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기계공학자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는 노동자들이 일부러 작업 속도를 늦추는 ‘태업’에 주목했다. 그는 스톱워치로 작업을 측정해 하루치 표준 작업량, 즉 ‘과업’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더 주는 차등 성과급제를 고안했다. 작업을 잘게 쪼개 측정하고 기준을 부과하는 이 ‘과학적 관리법’은 곧 생산성 극대화의 도구가 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자본은 테일러가 함께 강조한 ‘이익의 공정한 분배’나 ‘노사 협조’는 덜어내고, 측정과 할당이라는 기법만 떼어다 썼다. 측정 가능한 성과를 기준선으로 삼아 끊임없이 노동을 압박하는 통제 장치로 쓴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연공서열식 호봉제가 키운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성과주의를 적극 차용했다.
그러나 도입 30년 만에 효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성과급은 인건비를 줄이는 수단이 아니라, 회사가 막대한 비용을 떠안아야 할 부담이 됐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천문학적 이익이 쏟아지자, 노동자들은 그 과실을 나눌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신호탄을 쏘면서 노동계에서는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내놓으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자본가의 도구가 노동자들의 무기로 변모한 것이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