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감자 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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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 (1956~)

묵정밭 감자 캤다

약도 안 하고 비료도 안 쓰고

퇴비만 넣었더니

감자가 고르지 않다

그래도 첨 농사치고는 솔찬하다

앞집과 옆집, 또랑 건너 최씨 아재

산 밑 할머니, 주말에나 왔다 가는 이층집 나눠주고

대전 해숙이, 형님네, 명희네

한 봉지씩 보내고 나니

잔챙이만 남았다

괜찮다 잘 짓든 못 짓든

나누는 것도 농사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언제나 앞줄에 섰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잘 살았다

큰놈은 원래 잔챙이가 키운다

-시집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2025) 중에서

24절기 중 태양이 가장 높게 뜨고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에 생산된 하지감자를 맛볼 수 있는 때가 왔습니다.

요즘은 야채나 과일에 ‘제철’이랄 게 없지만 3, 4월에 파종해서 6월에 수확하는 하지 감자. 도시에서 살다가 나이 들어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시인.

묵정밭에서 키운 감자를 여기저기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나누는 것이 농사’라는 시인의 말에 덩달아 넉넉해집니다. 마음이 모락모락해집니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나눠 먹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을 거라 생각해봅니다. 오래 버려두었던 밭, 오래 버려두었던 마음을 다시 일궈 키워낸 그 감자, 그 마음 잔챙이여도 맛있었을 겁니다. 나눠주고도 남은 잔챙이들. 지지리 못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잔챙이가 큰놈을 키운다는 문장도 자꾸 곱씹게 됩니다. 신정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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