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BTS 이후, 부산 관광의 골든타임
김윤경 영산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최근 부산은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BTS의 부산 공연을 보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각국에서 수많은 팬들이 부산을 찾았다. 공연장은 열광으로 가득 찼고, 호텔과 음식점, 카페와 관광지는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축제장이 되었고 부산은 글로벌 관광도시로서의 잠재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의미는 공연의 성공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왜 수많은 사람들이 부산을 찾았는가”라는 질문에 있다.
과거 관광객들은 유명 관광지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찾아 이동했다. 하지만 오늘날 관광의 흐름은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순히 관광지를 보기 위해 여행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경험하기 위해 이동한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하기 위해 국경을 넘으며, 스포츠 경기와 문화행사를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관광의 중심이 장소에서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각국에서 팬들이 몰려 온 부산
글로벌 관광도시의 잠재력 재입증
자연환경·관광명소 넘어선 콘텐츠
관광 패러다임 재정립 필요성 부상
이벤트 관광도시 부산 비전 수립해
새로운 관광 생태계 구축 서둘러야
이번 BTS 공연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공연을 보기 위해 부산을 찾은 팬들은 단순히 콘서트만 관람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부산에 머물며 음식을 먹고, 쇼핑을 하고, 관광지를 방문했다. 공연은 여행의 목적이었지만 부산은 여행의 경험이 되었다.
최근 관광학계에서는 이를 ‘콘텐츠 관광(Content Tourism)’ 또는 ‘팬덤 관광(Fandom Tourism)’이라 부른다. 관광객이 특정 장소를 방문하는 이유가 자연환경이나 관광명소가 아니라 콘텐츠와 문화적 경험에 있다는 것이다. BTS, 영화, 드라마, 게임, 스포츠와 같은 콘텐츠는 이제 강력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주요 도시들은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세계적인 공연과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F1 그랑프리를 도시 브랜드 구축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 역시 국제박람회와 글로벌 문화행사를 통해 관광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관광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이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전략이다.
부산 역시 이제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부산 관광은 해양 관광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해운대와 광안리, 태종대와 송도는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자산이다. 하지만 세계 어느 도시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질 수 있다. 반면 사람을 움직이는 콘텐츠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BTS 공연을 통해 초대형 이벤트나 행사가 도시경제와 관광산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초대형 이벤트나 행사가 개최되는 것 자체가 아니다. 관광도시의 경쟁력은 행사를 유치하는 능력이 아니라 행사를 관광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숙박과 교통, 다국어 안내체계, 관광상품 개발, 지역상권 연계 프로그램, 문화체험 콘텐츠는 충분히 준비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방문객들이 부산에 하루 더 머물고 싶어 하고, 귀국 후에도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경험 설계 역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부산 관광의 골든타임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원아시아페스티벌, 국제 크루즈, MICE 산업, e스포츠 국제대회, 그리고 2027 세계청년대회까지 부산은 이미 다양한 글로벌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개별 행사로 바라보느냐, 아니면 하나의 도시 전략으로 연결하느냐에 있다.
필요한 것은 ‘365일 이벤트 관광도시 부산’이라는 비전이다. 특정 계절이나 특정 행사에 의존하는 관광이 아니라 연중 다양한 이벤트와 콘텐츠가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연과 축제, 스포츠와 문화행사, 국제회의와 전시산업을 하나의 관광 생태계로 연결해야 한다.
관광은 더 이상 관광지만으로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다. 문화와 예술,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도시 브랜드가 결합된 종합산업이다. BTS 공연은 부산이 가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BTS는 부산을 찾아왔다. 그리고 세계의 시선을 부산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이번 공연의 성공을 일회성 이벤트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부산 관광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출발점으로 만들 것인가. 부산 관광의 미래는 바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을 움직이는 콘텐츠와 세계를 끌어들이는 이벤트,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전략 속에서 완성된다. 관광객을 기다리는 도시에서 관광객이 찾아오게 만드는 도시로, 해양관광도시에서 이벤트 관광도시로의 전환. 지금이 바로 부산 관광의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