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10년 EU 떠난 영국과 지금의 부울경
김백상 디지털콘텐츠 부장
2016년 6월 영국 브렉시트 결정해
국민투표 강행해 뜻밖의 결과 나와
경제보다 자존심 선택했다는 평가
지역 경제블록화의 반면교사 사례
딱 10년 전이다. 2016년 6월 24일 오전 7시 20분경 영국발 뉴스에 세계가 경악했다. EU(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가 공식적으로 확정됐다. 탈퇴 51.9%, 잔류 48.1%. 설마가 현실이 된 결과였다. 3.8% 차이로 영국은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했다.
투표를 강행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그날 바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원래 EU 잔류파였다. 탈퇴 논란을 아예 털고 가기 위해 국민투표를 밀어붙였는데, 결국 브렉시트 1등 공신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그만큼 투표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후임 총리는 탈퇴 지지자인 테리사 메이였다.
당시 EU는 회원국들의 더욱 강한 결속을 다지고 있었다. 미국에 이어 중국이 경제 패권 국가로 부상하고 있었다. 금융 통합을 강화해 유럽 내 경제 효율성을 높여야 했다. 유럽을 하나의 경제 블록으로 묶어, 외부 협상력을 높일 필요도 있었다. 대체로 유럽 안에선 지지를 받는 논리였다. 영국의 다수 경제학자들도 영국이 EU에서 빠지면 매우 곤란해질 것이라고 꾸준히 경고했다.
하지만 영국 안에선 EU에 법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종속되는 것에 불만이 커졌다. 나라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게 핵심 주장이었다. 한때 세계 최강 국가였던 영국민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메시지였다. 경제보다 자존심을 선택한 투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10년이 지나면서, 영국의 경제는 더 추락했다. EU 탈퇴 시 제기됐던 여러 우려가 적잖게 현실이 됐다. 지금 영국에선 브렉시트를 후회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고, EU 재가입 논쟁도 불거졌다. 노동당 안에선 EU 재가입을 공약으로 내걸자는 주장도 공식적으로 나왔다. 2016년 6월의 3.8% 차이 대가는 꽤 무거웠다.
‘규모의 경제’는 규모가 커져야 경제적 효율성이 좋다는 의미로 쓰인다. 많이 만들어야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줄고, 이익은 커진다. 시장이 커야 투자가 몰리고, 또 그 덕에 시장은 더 커지고, 성장의 선순환에 올라탈 수 있다. 영국은 큰 시장의 일부가 아닌 자신만의 시장을 만든 셈이다.
시장의 논리만으로 경제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살펴야 한다. 경제 활동은 정책과 행정의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주변 EU 회원국들과 비교해, 영국만 관세와 행정 시스템이 다르면 영국의 경제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등으로 시장 통합, 행정 통합, 경제 블록화 등이 불경기 타개책으로 자주 언급된다.
80년대, 90년대 명절이면 부산에서 조부모가 있는 경남 고성으로 갔다. 부산의 지근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매번 지겨워서 힘들었다. 차가 막히면 4~5시간도 걸렸다. 지금은 우회도로가 많고, 길도 좋아져, 경상남도 저 멀리 구석구석까지 웬만하면 2시간 남짓이다. 교통 인프라 덕에 부울경은 물리적으로 가까워졌다.
나머지는 제자리다. 부울경이 정서적으로 딱히 가까워지고 멀어질 일도 없었다. NC다이노스의 탄생으로 롯데자이언츠 팬이라는 공통분모가 오히려 줄었다. 경제 교류도 마찬가지다. 부울경은 서로 붙어 있어 자연스레 교류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딱 그 수준이다. 경제적으로 협업하며 함께 성장하는 사이는 아니다.
유럽의 나라들이 EU를 강화하면서 했던 고민은 부울경에도 유효하다. EU는 미국, 중국 등으로부터 유럽의 경제를 지켜야 했다. 어떤 면에서 대한민국 수도권은 미국과 중국보다 더 위협적이다. 지난 수십 년간 서울공화국은 돈과 사람을 끌어당겼다. 이런 극단적인 불균형을 극복하려 나온 아이디어가 지역 통합이다.
부울경 경제 블록화, 부울경 행정통합, 부울경 메가시티 등 부울경이 뭉치자는 아이디어는 여러 이름으로 나왔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정부 지원과 맞물려 꽤 큰 쟁점이 됐다. 안타깝게도 부울경 통합에 대한 관심은 금세 또 식고 있다. 부울경 단체장 당선인들의 정당이 달라, 통합 동력이 떨어졌다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은 메가시티, 국민의힘은 행정통합을 원하기 때문이다.
10년 전 브렉시티가 결정될 때, 이미 영국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건 자명했다. 그럼에도 영국 국민은 경제보다 자존심을 우선시했다. 부울경이 경제 블록화를 달성해 시장을 키우고 행정 효율성을 높이면, 결국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도 자명하다. 다만 단체장의 당이 서로 달라 뭉치기 쉽지 않다는 게 서글프다. 당의 자존심을 지키는 게 먹고 사는 문제보다 중요하지는 않다면, 당선인들은 지금부터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