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도시의 기억을 음악으로 번역한 교토 콘서트홀
아트컨시어지 대표
교토는 일본의 과거를 상징하는 도시다. 천년 수도의 역사와 수많은 사찰, 전통 가옥이 어우러져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문화유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교토를 찾는 사람들은 흔히 과거의 시간 속을 걷는 듯한 경험을 기대한다. 그렇다면 이런 도시 한가운데에 현대적인 콘서트홀을 짓는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
가 아라타 이소자키는 1995년 완공된 '교토 콘서트홀'을 통해 자신만의 해답을 제시했다.
교토 콘서트홀은 교토 천도 1,200주년 기념사업의 핵심 문화시설로 건립되었다. 당시 교토시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닌, 전통 도시의 미래를 상징할 새로운 문화 공간을 원했다. 설계를 맡은 이소자키는 전통 건축의 형태를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교토'라는 도시의 본질을 건축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교토의 격자형 도시 구조였다. 현재의 교토는 794년 헤이안쿄 조성 당시 만들어진 도시 계획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이소자키는 기와지붕이나 처마 같은 표면적인 전통 요소를 차용하는 대신, 도시를 지탱해 온 질서와 구조를 건축 언어로 번역했다. 건물 내부에 등장하는 바둑판식 구조의 로비 공간은 이러한 해석의 결과다. 그에게 교토의 정체성은 눈에 보이는 형태가 아니라, 도시를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질서 그 자체였다.
건물은 메인홀을 담은 직육면체와 소공연장이 들어선 원통형 공간,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중앙 로비로 구성된다. 서로 다른 기하학적 형태들이 만나 만들어내는 독특한 긴장감과 균형은 하나의 양식에 머무르지 않았던 이소자키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건물의 진정한 매력은 내부를 경험할 때 드러난다. 관람객은 곧바로 객석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수변 공간을 따라 걷고, 넓은 로비를 지나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이동한 뒤에야 공연장에 도착한다. 이 과정은 마치 음악회의 전주곡과 같다. 일상의 공간에서 음악의 공간으로 천천히 감정을 전환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소자키는 건축을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을 이끄는 하나의 장치로 이해했다.
메인홀은 1,833석 규모의 슈박스(Shoebox) 형식을 채택했다. 세계적인 음향 설계사인 나가타 어쿠스틱스와 협업해 빈 무지크페라인이나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같은 전통적인 명홀의 장점을 현대적으로 구현했다. 외관은 실험적이지만 음악을 담아내는 공간만큼은 가장 검증된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2019년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이소자키를 두고 "동서양을 연결한 건축가"라고 평가했다. 교토 콘서트홀은 이러한 평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이 건물에는 전통 일본 건축의 직접적인 재현도, 서구 현대 건축의 일방적인 모방도 없다. 대신 교토라는 역사적 도시의 기억과 현대 건축의 언어가 균형 있게 공존한다.
이상훈, 아트컨시어지 대표. 부산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