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맛있는 걸 먹으면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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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같은 온기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다정한 위로

일단 맛있는 걸 먹으면/이수민 일단 맛있는 걸 먹으면/이수민

가까운 거리에 유명한 에그타르트 맛집이 있음을 알면서도, 퇴근 후 동선이 조금 더 길어지는 것이 귀찮고 지쳐 매번 다음을 기약하는 날들이 있다. 하지만 어느 날 불현듯 나를 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힘을 내어 그 골목길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제13회 브런치북 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수민의 소설 <일단 맛있는 걸 먹으면>은 바로 이처럼 일상의 무너짐 속에서 불현듯 힘을 내어 작은 행복을 찾아 나서는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다. 소설은 갑작스러운 이별을 겪은 회사원부터 제주도의 웨딩플래너까지, 일상에 무뎌져 가는 15명의 평범한 주인공들을 다룬다.

그들의 에피소드 한복판에는 찬 비 내린 뒤에 먹는 향긋한 바나나 푸딩, 따뜻한 스튜, 노릇노릇한 에그타르트 같은 위로의 음식들이 자리하고 있다. 거창한 미사여구나 화려한 맛 표현은 없다. 대신 저자는 담백하고 명료한 언어로 서울과 파리, 코펜하겐과 아이슬란드를 넘나들며 세상에 존재하는 음식의 개수만큼이나 다채로운 세계로 독자를 단숨에 끌어들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소설이 자극적인 불화 대신 ‘아프지 않은 다정함’을 택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캄캄한 우주에 혼자 떠 있는 것 같은 이들의 손을 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다.

매일 어떤 음식을 먹을지 완벽하게 계획할 수 없듯 인생은 늘 뜻밖의 우연으로 가득하다. 때로는 그 우연이 슬픔과 불안을 몰고 올지 모른다. 그러나 처음 맛보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면 “몰랐으면 큰일 날 뻔한” 아름다움이 열리기 마련이다. 집밥 같은 온기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이 담백한 소설은 곁을 떠나지 않는 다정한 위로가 돼줄 것이다. 이수민 지음/은행나무/276쪽/1만 8000원.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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