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디아스포라 문학의 정수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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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흐른다/이미륵

압록강은 흐른다/이미륵 압록강은 흐른다/이미륵

미륵은 1899년 황해도 해주 천석꾼 집안의 막둥이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또래인 사촌 형과 한집에 살며 어릴 때부터 한문과 붓글씨를 배우고 한시를 익혔다. 공부를 안 할 땐 양지바른 뒷마당이나 개울가에서 장난감을 만들고 물놀이를 하는 개구쟁이였다. 그 시절 나라는 급격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신식 학교로 진학한 미륵은 한시 대신 수학을, 맹자 대신 링컨을 알아야 했다. 거리에 일본군들이 자주 나타났다. 그들이 집안까지 들이닥쳐 수색하곤 하더니 교과서가 일본어로 바뀌고, 역사 과목을 다시 배워야 했다. 어렵게 대학 입학시험에 붙은 미륵은 처음으로 부모 품을 떠나 경성의전에 입학했다. 1919년 3·1운동에 가담한 그는 일본 경찰을 피해 고향으로 피신하지만, 자식의 안위를 염려한 어머니에 의해 쫓기듯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망명한다. 독일을 최종 목적지로 정한 미륵은 상하이에서 배를 타고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중부의 한 소도시에 도착한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뮌헨에 정착한 이미륵(본명 이의경)이 1946년 독일어로 출간한 자전적 소설이다. 나라 잃은 망명객이 썼다고 분노로 가득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소설은 눈 밝고 섬세한 소년의 기억에서 길어 올린 고향 산천의 아름다움과 푸근함으로 가득하다. 찬연한 우리 생활상과 전통문화를 꿈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문장력에는 미처 몰라봤던 디아스포라 문학의 정수를 만나는 것 같다. 이미륵은 압록강을 두 번 다시 보지 못하고 1950년 독일에서 잠들었다.

소설은 1959년 전혜린 번역본으로 처음 한국 독자와 만났다. 이번 책은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500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 이미륵 지음/안삼환 옮김/민음사/252쪽/1만 4000원.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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