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투리 폄훼…노무현재단 이사까지 "'무섭노', 일베식 표현 맞다"
김현지 PD·조국에 이어 억지 주장 동참해 눈살
고려대 국문과 교수 "감탄문으로 이전부터 사용"
"김 PD·조국, 잘못했으면 잘못했다 말해야"
조수진 변호사(왼쪽)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경남 거제 출신 아이돌 그룹 멤버가 '무섭노'라고 말한 것을 두고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식 표현이 아니냐는 억지 주장에 노무현재단 이사까지 가세했다.
노무현재단 이사로 활동하는 조수진 변호사는 지난 7일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이게 일베식 표현이냐, 그렇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는 사회자 질의에 "그 가수의 전 표현 같은 것도 많이 올라오고 있어서"라며 "저도 경상도 사람이고, 일베식 표현은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이어 "일베식 표현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많이 쓰이고 있고, 청소년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일베 문화가 만연해 있는게 구조적인 문제"라며 "개인만의 책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제는 지적을 안 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래는 음지 문화였던 것이 사회에 당당하게 올라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지경에 온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스타벅스의 5·18 폄훼 마케팅과 배재고 사태 등을 언급하면서 "이제라도 전면적으로 전쟁이다 싶을 정도의 지적이나 인식, 자각(을 해야 한다). 그 표현의 뿌리가 얼마나 혐오에, 끔찍한 것에 기원하고 있는가 (깨닫고) 지금이라도 바로잡자는 것이다. 지적은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더든든 대표 변호사인 조 변호사는 노무현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2024년 4·10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서울 강북을 후보로 뽑혔지만 과거 아동 성범죄자를 포함해 다수의 성폭력 피의자를 변호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후보직을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조수진 변호사.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캡처
'무섭노'라는 사투리가 일베식 표현이라는 억지 논란은 '어른 김장하'를 연출한 김현지 경남 MBC PD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앞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무섭노" 등 사투리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를 두고 김 PD는 지난 1일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여성 아이돌과 피디가 사이좋게 노노 주고받고 있어 무척무척 속상했음"이라는 글을 올렸다.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영상 캡처
자연스러운 사투리라는 반발이 이어지자 김 PD는 "그분들이 다 일베식 사고를 하여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혐오표현에 뿌리를 둔 표현"이라는 주장을 거듭 반복했다.
여기에 조국 전 대표가 가세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조 전 대표는 "일베가 문장 끝에 '노'를 사용하는 것을 옹호하며 부산·영남에서도 그렇게 쓴다는 사람들이 있다"며 '일베 구분법' 일러스트를 SNS에 올리는 등 '-노'체 사용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김현지 경남 MBC PD SNS 캡처
그러나 학계에선 '-노'가 의문형이 아닌 감탄형 종결어미로도 사용된다고 설명한다. 안태형 전 동아대 국어문화원 교수는 과거 '헬로tv뉴스' 인터뷰에서 "동남방언에서는 '노가 의문형의 형태를 가지고는 있지만 혼잣말이라든지 한탄, 독백에서 감탄형으로도 쓰인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문학석사학위 논문인 <한국어 판정·설명 의문형 종결 형태의 통시적 변화>(하정훈, 2022)에서도 '-노'가 의문사가 없는 문장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경우의 '-노'는 의문형 어미가 아닌 감탄형 어미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한다.
음식을 먹은 뒤 "맛있노"라고 하거나, 영화를 보고 나서 "재미 없노"라고 하는 식이다.
논문은 이렇게 사용되는 '-노'는 중부 방언의 '-네' 정도에 대응되는 감탄형 어미라고 설명한다. 동남 방언의 '무섭노'는 중부 방언의 '무섭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헬로tv뉴스 영상 화면 캡처
그러면서 "다만 '-네'에 비해 의외성(mirativity)이 강하게 나타나 [원래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다]라는 뜻을 내포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러한 감탄형 어미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의문'의 정도가 낮은 의문사는 아예 생략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감탄형 어미로써의 '-노'가 형성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무섭노'라는 표현에 대입해 보면, 본래 표현은 '와 이리 무섭노'인데 실제 의문의 정도가 낮은 의문사인 '와 이리'는 생략될 수 있기 때문에 감탄형인 '무섭노'만 남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일베가 사회적 문제가 되기 이전인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도 의문문이 아닌 감탄문이나 독백으로 '무섭노'라는 표현을 단독 사용한 사례를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개혁신당 자체 여론조사에선 국민 과반이 해당 표현을 지역 사투리로 본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신당 싱크탱크인 개혁연구원이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서 응답자의 55.8%가 '무섭노'라는 표현을 '지역 사투리로 볼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27.5%였고 '일베식 표현으로 볼 수 있다'는 16.7%로 집계됐다.
한편 8일 YTN라디오 '굿모닝 경제매거진 해봅시다'에 출연한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역시 해당 표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경상방언에선 '-오'형('-노, -고)'을 감탄형으로, 서울말로 비교해보면 '-네'로 쓰는 것"이라며 "'-네'로 대치될 수 있으면 그 방언에서 화자들이 사용하는 감탄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사회자가 "'무섭네'를 '무섭노'로 이렇게"라고 묻자 "그렇게 쓸 수 있다"고 답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이 방언 화자들도 그렇게 애기를 하고 있고, 실제로 이전부터 소설 등 많은 글에서 보이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신 교수는 김현지 PD와 조국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대해선 "원이는 이전 유튜브 영상에서도 '무섭노' 등 방언을 사용했고, 이를 PD가 배워서 '노노' 표현을 주고 받았는데 이를 오해한 것 같다"며 "관철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으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게 용기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왜 공격의 대상이 혐오표현을 하지도 않은 어리고 약자인 원이인지"라고 한탄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