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1년 ‘반구천 암각화’… 꺾인 특수·더딘 인프라 ‘과제 산적’
상반기 관람객 등재 이전 수준으로 회귀
좁은 진입로 등 편의시설은 여전히 열악
490억 규모 세계암각화센터 건립 지연
사연댐 수문 설치·대체 식수 확보 난항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등재 1년을 앞두고 있지만, 거점 시설 조성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해설사가 관광객에게 암각화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오상민 기자
9일 오전 울산 울주군 대곡마을 초입.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는 비좁은 마을길에 관람객 차량과 보행자가 뒤엉켜 통행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 암각화 관람을 위해 울산암각화박물관 주차장에서 약 1.5km를 걸어야 하는 불편 탓에 일부 차량이 마을 안까지 진입하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인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암각화를 아우르는 유산으로, 지난해 7월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이달 12일 등재 1주년을 맞는다. 등재 이후 관람객 증가세가 1년 내내 이어지고 있지만, 열악한 현장 인프라와 지연되는 후속 사업이 맞물리면서 이러한 ‘등재 효과’가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울산암각화박물관에 따르면 등재 이후 1년간(지난해 7월~지난달) 관람객은 11만 7372명으로 이전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다. 지난해 7~8월 휴가철에는 예년의 두 배 안팎이 몰렸고, 10월에는 월 관람객이 1만 5000명을 넘어섰다. 외국인 관광객도 지난해 처음으로 1000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등재 직후의 가파른 관람객 증가세는 올해 들어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 누적 관람객은 5만 1366명으로, 세계유산 등재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3만 7325명)과 비교해 38% 증가한 수치다. 여전히 ‘등재 효과’ 특수를 누리고는 있지만 그 추세가 꺾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곡마을 주민 이현숙씨가 늘어난 관광객에도 좁은 반구천 암각화 진입로로 사고 위험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상민 기자
현장 인프라가 늘어난 관람객 발길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곡마을 주민 이현숙(73) 씨는 “반구교를 지나면 인도용 나무데크가 없어 차량과 뒤섞여 걸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실마을 주민 박성우(66) 씨도 “관광객이 늘어난 만큼 진입도로 확장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후속 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광 거점 역할을 맡을 총사업비 490억 원 규모의 ‘반구천 세계암각화센터’ 건립은 지난 4월 중앙투자심사 예비심사에서 국비 미확보를 이유로 반려됐다. 울산시는 내년 1월 재상정을 거쳐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세계유산의 항구적 보존도 여전히 과제다. 반구대 암각화 바위벽 바로 아래 대곡천이 흐르고 있어, 장마철에 하천 물이 불어나면 곧바로 암각화가 잠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1965년 사연댐 준공 이후 댐 상류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는 우기마다 침수와 노출을 반복해왔다. 2014년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서 연평균 침수일은 151일에서 39일로 줄었지만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
정부와 울산시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사연댐 여수로 수문을 설치해 일정 수위 이상이 되면 상시적으로 방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 경우 하루 4만 9000t의 대체 용수 확보라는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관련 용역이 내년 8월 마무리된 뒤에야 지자체 간 물 배분 협의가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실제 용수 확보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오상민 기자 sm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