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울경 중소기업 고환율 직격탄, 리스크 해지 대책 없나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줄폐업 위기
긴급 자금 지원 등 맞춤 처방 서둘러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주말인 5일 서울 명동 거리의 환전소에 이날 환율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우리나라의 월간 수출액이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도 평균 3%에 달하는 등 수치로 본 한국 경제의 성장 전망은 밝다. 하지만 경제는 순항 중이라고 평가받는 상황 속에서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 1일 1552.5원까지 오르는 등 이미 1500원 시대가 뉴노멀이 된 상황이다. 문제는 대기업은 환차익을 누릴 수 있지만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들이 밀집한 부산과 울산, 경남은 고환율로 지역 경제마저 흔들리고 있다.
부울경 중소 제조업체들의 대부분은 대기업 협력업체들이다. 이들이 원자재를 수입해 제조한 뒤 대기업에 납품하는 방식의 제조업 생태계가 부울경엔 일반화됐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 관련 업체들이 많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들은 중동전쟁 이후 두드러진 고환율 때문에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단가 인상을 원청에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단가를 낮출 대안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원자재 구입 계약 기간을 늘려 할인율을 높이는 방법까지 모색하지만 재고 부담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금융기관들마저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협력업체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번 고환율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외국인들이 올 들어 주식시장에서 ‘셀 코리아’에 나서면서 원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 현물 거래 시간이 24시간 체제로 바뀌면서 환율 변동성 증가 우려도 커졌다. 통상 환율은 해당 국가에 대한 종합 성적표로 여겨진다. 따라서 높은 가계부채와 정치 불확실성, 반도체 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도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도 벼랑 끝에 내몰린 중소업체들은 고환율이 더 장기화되면 줄폐업이 불가피하다고 아우성이다.
중소 제조업체는 국가 경제의 실핏줄이다. 이들이 고환율에 신음하지 않도록 하는 종합적인 환율 방어 대책이 필요하다.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 등 맞춤형 처방도 절실하다. 수입 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적극적인 점검도 뒤따라야 한다. 대기업들도 상생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합리적인 단가 인상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대기업들이 은행에 쌓아둔 달러를 국내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면서 중소기업 친화적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중소 제조업체들에겐 시간이 없다. 정부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 동원해 중소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고환율 대책을 빠른 시간 내에 내놓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