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정이한 피습 자작극과 제3정당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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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공모 칼럼니스트

개혁신당, 지방선거 성적표 처참해
부산시장 후보 사건에 도덕성 타격
마땅한 대안 없어 정이한 낙점한 듯

군소 정당, 선거마다 극단 선택 갈림길
진입 장벽 낮춘 선택, 리스크만 증폭
개혁 기치 퇴색에 존립마저 위태로워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난 8월 26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주영 정책위 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 대부분이 동반 사퇴했다. 개혁신당은 천하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조만간 임시전당대회를 열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겠으나 전과 같은 동력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미 가용 자원을 총동원했던 터라 새 지도부를 꾸릴 자원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준석당’에서 이준석의 대체자를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개혁신당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광역·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에 192명을 내보냈는데 기초의원 1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원외 정당이 된 정의당은 물론 존재감이 미미했던 여성의당보다도 표를 얻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의 ‘음료 피습 자작극’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 공소장 등에 따르면 정 전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PT 트레이너였던 지인과 피습 자작극을 기획했다. 그에게 “유세 중 음료를 던져달라”고 부탁하며 “물은 옷에 흔적이 남지 않으니 녹차라테처럼 색이 남는 것이 좋다”고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선거 참패에 그쳤다면 무관심 속에 당을 쇄신하는 작업을 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광역단체장 후보의 피습 자작극 논란으로 개혁신당은 도덕성에도 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 당명에서부터 내세웠던 개혁의 기치가 빛이 바랬음은 물론이다.

개혁신당은 왜 정이한 전 후보에게 부산시장 후보라는 중요한 자리를 맡겼을까. 정 전 후보는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부산 금정) 비서관과 국무총리실 사무관을 지냈다. 2025년 9월 개혁신당 대변인에 임명되어 활동하다가 올해 3월 부산시장 후보로 공천받았다. ‘깜짝 발탁’된 인물은 아니지만, 이력이 길지 않았다. 개혁신당 관계자에 따르면 그의 세평 조회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개혁신당이 그를 부산시장 후보로 내세웠던 건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후보 한 명이 아쉬운 마당에 자신이 큰돈 써가며 부산시장 선거에 나서겠다고 하니, 전과 등에서 심각한 결격 사유가 보이지 않는다면 딱히 마다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개혁신당 같은 군소 정당은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기가 쉽지 않다. 이들에게 선거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기본적으로 소선거구제는 인지도가 높고 조직이 탄탄한 거대 양당에 유리하다. 유효투표 총수의 15%(전액) 또는 10%(반액)를 넘어야 비용을 보전받는 선거제도도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보다 작은 정당에서 출마하는 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사실상 당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 돈을 써가며 선거를 치러야 한다. 어지간한 사명감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제3지대 정당은 보통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과 환멸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정치”를 외치며 호기롭게 깃발을 올리지만 이내 냉혹한 현실에 직면한다. 돈도 조직도 없는 이들이 기대할 수 있는 건 인물 경쟁력뿐. 문제는 작은 정당이 참여자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점이다. 보조금과 당비는 쥐꼬리만큼 들어오고, 챙겨줄 수 있는 자리도 몇 없다. 그래서 양질의 정치 자원들은 당선 가능성이 낮고 보상도 거의 없는 소수 정당에 좀처럼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제3정당은 기존 정당에서 밀려났거나 처음부터 그 리그에 진입하기 어려웠던 인물들로 채워지기 쉽다. 그런 현실을 잘 보여줬던 게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은 한때 호남 지역 의석을 석권하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지역 조폭 동원 의혹, 제보 조작 사건, 최고위원의 폭행 사건 등 구성원들의 지저분한 논란이 계속된 끝에 문을 닫았다.

정이한 전 후보의 피습 자작극 논란은 제3지대 군소 정당이 처하게 되는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기회를 포기할지언정 믿을 수 있는 소수정예로 버틸 것인가, 아니면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일단 많은 인물을 확보하는 데 힘쓸 것인가. 개혁신당의 선택은 후자였던 듯하다. 개혁신당은 “99만 원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며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200명 가까운 후보자를 배출한 건 조직 기반이 취약한 개혁신당으로선 대단한 모험이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피습 자작극으로 개혁신당은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까지 놓이게 되었다. 남은 기회도 그리 많지 않다. 구성원의 일탈이 다시 한번 반복되면 그땐 정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인사든 정책이든, 의사결정을 하는 모든 순간이 살얼음판이다. 국민은 왜 유독 군소 정당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제3지대 정당이 부도덕하고 부패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안티테제로 부상하는 것임을 고려하면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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