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집값 잡겠다던 세제 개편, 지역 전월세 시장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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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세금 폭탄 대비 매물 거둬
맞춤형 정책으로 주거 사다리 복원을

부산 서구에서 중구를 거처 동구까지 이어지는 망양로 산복도로 일대의 원도심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서구에서 중구를 거처 동구까지 이어지는 망양로 산복도로 일대의 원도심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에서 공급 부족으로 인한 전월세 대란이 심각하다. 아파트는 물론 주택 매물조차 금세 나갈 정도라고 한다. 정부가 8·3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서 비거주 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 방침을 밝힌 뒤 이들이 임대 시장에 내놓는 전월세 물건들이 급격히 사라진 탓이다. KB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8월 기준 부산의 전세수급지수는 171.57, 7월은 173.59를 기록했다. 2021년 6월 175.57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넘어 커질수록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것을 의미한다. 전월세 품귀는 가격 상승을 유발해 서민,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정책 목표와는 달리 지역에서는 전월세 실종이라는 후폭풍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세제 개편안에서는 13억 원이 넘는 다주택을 지닌 지방 거주자는 종부세를 내야 한다. 세금 폭탄 압박을 느끼는 다주택자들이 매각을 위해 거둬들이거나 공실로 방치하는 선택을 하면서 전월세 물량이 사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7월 부산의 전월세 거래량은 1만 603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 1만 2391건에 비해 14.4%나 줄었다. 주택 시장 위축으로 매매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역에서는 비어 있는 집은 많지만 정작 빌려 들어갈 집은 없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시장의 현격히 다른 현실을 간과한 채 획일적인 규제 잣대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서울은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늘 넘치지만, 지역은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로 인한 유효수요 감소로 집값을 받쳐주지 못한다. 수요 창출이 없으니, 미분양이 많아지고 지역 부동산과 건설 경기가 침체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이런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의 과열된 집값을 잡기 위한 세제 개편이 지방 임대 시장의 공급자들을 오히려 퇴출시키는 상황을 유발하는 것이다. 지방의 적체된 미분양 물량을 흡수해 임대 시장에 공급하는 역할을 해 온 이들이 줄어들면 전월세 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시장 안정, 양극화 해소, 서민 주거 복지 향상이다. 하지만 현행 세제 개편안과 부동산 규제는 지방 임대차 시장의 자율적 수급 조절 기능을 마비시키며 세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지역의 현실과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부동산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방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임대 물량이 원활하게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 침체한 지역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방안은 서울 공급 대책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역 주택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지방 서민과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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