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악순환에 호르무즈, 봉쇄도 개방도 아닌 ‘장기 교착’
이란 “해협 외곽 통제구역 설정”
美도 군사 작전 완화할 뜻은 없어
해군력 동원 이란 전체 봉쇄 강화
양측 외교적 돌파구 ‘불투명’
6일(현지 시간) 호르무즈해협에 정박한 화물선 옆을 모터보트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최근 호르무즈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보복전이 격화화면서 양측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최근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군함과 유조선 등을 겨냥해 공격을 주고받으며 보복의 악순환을 이어가자 호르무즈가 장기 교착 상태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밖에 새로운 해상 통제구역을 선포하겠다고 예고했고, 미국은 해군력을 동원한 이란 봉쇄와 원유 수송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전쟁 종식을 위한 돌파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6일(현지 시간) 이란 국영 IRIB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일 내에 호르무즈해협 외곽에 통제 구역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새 통제구역이 “미 해군이 설정한 봉쇄선에서부터 페르시아만 일대 해역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이 구역에 진입하는 모든 선박을 이란의 제재 명단에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또 호르무즈해협이 열려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현재 해협은 사실상 봉쇄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미국과 이란이 전날 해협에서 무력 공방을 벌인 이후에 나왔다. 미군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해역을 순찰하던 미 해군 군함 2척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이에 대응해 이란 원유 수송선 3척을 타격했다.
그러자 혁명수비대는 허가받지 않은 항로를 이용한 유조선 3척과 미국 연계 선박들을 타격했고, 탄도미사일 여러 발로 미군 항공모함 1척과 구축함 1척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강경 기조는 종전 협상을 이끌어온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이날 “비례적 대응의 시대는 끝났다”며 앞으로 이란의 이익과 안보를 침해하는 어떠한 행위에도 “더 빠르고, 무겁고, 고통스러운” 보복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침략자들의 기지에 우리가 가한 타격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미국이 아직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을 너무 늦기 전에 깨달아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도 호르무즈에서 군사 작전을 완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CNN과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 수송에 미군의 지원이 현재로서는 필수적이라면서 “미 해군은 그 싸움에서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지원 작전이 현시점에서는 ‘뉴노멀’(새로운 일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 무역은 중요하며 이것이 미국만의 책임이어서는 안 된다”면서 중동 밖 동맹국과 우방국의 군사 자산도 조속히 투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미군이 유조선 보호에 나서고 있음에도 호르무즈해협의 상선 통항은 정상화 수순을 밟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7~8월 호르무즈해협에서 최소 23척의 선박이 공격받았다.
미군의 보호 작전으로 하루 수백만 배럴의 원유가 해협을 빠져나가고 있지만, 이란의 공격을 우려한 민간 해운사 상당수는 아직 운항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선박과 화물, 선원에 대한 전쟁보험료가 급등한 것도 부담이다.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량도 전쟁 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해운 분석업체 탱커트래커스닷컴에 따르면 최근 7일간 호르무즈를 지난 원유는 하루 평균 670만 배럴로, 이는 2월 말 전쟁 시작 전보다 약 60% 적은 것이다.
노트르담대 유진 골즈 교수는 “해협은 완전히 닫힌 것도 아니고 완전히 열린 것도 아니다. 이란은 해협을 완전히 닫을 수 없고, 미국도 완전히 열 수 없다”며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외교적 돌파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라이트 장관은 이란과 핵 합의가 아예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미국이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을 무력화하는 데 그칠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핵 합의가 “차기 행정부까지 미뤄질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