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엑스포 실사 코앞, 시민 모두가 홍보대사 나서야
국제박람회기구(BIE)의 2030월드엑스포 부산 현지 실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실사단이 4월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4일부터 7일까지 부산을 방문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현지 실사까지 딱 일주일 남았다. 정부와 부산시는 현지 실사의 중요성을 감안해 그동안 총력을 다해 준비해 왔다. 이제 준비한 것들을 최종 점검하고 다음 주 제대로 보여 주는 일만 남았다. 시는 28일 BIE 실사 대비 최종 점검회의를 갖고 각오를 다졌다. 정부도 이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성공을 위한 총력 대응을 다짐했다.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BIE 대비 준비 상황 보고회에서는 박형준 부산시장, 구청장·군수, 유관기관 대표들이 참석해 실사 준비를 최종 점검했다. 앞서 시는 2월부터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현장 점검 로드체킹 전담팀을 구성해 깨끗한 도시환경은 물론이고 엑스포 유치 열기를 보여 줄 수 있는 이미지 조성에 힘써 왔다. 시는 이와 함께 실사 기간을 엑스포 주간(EXPO WEEK)으로 정하고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불꽃쇼’ ‘실사단 환영 시민음악회’ ‘드론쇼 라이트쇼’ 등 시민 참여형 축제를 준비해 왔다. 이들 축제에서는 안전한 행사 진행과 함께 시민들의 엑스포 열기를 잘 보여 주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많은 시민이 참여할 불꽃쇼에서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도 윤 대통령이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현지 실사를 언급하며 “국무위원들이 모두 ‘엑스포 세일즈맨’이 돼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부산엑스포가 부산만을 위한 게 절대 아니고 우리 산업의 비약적 발전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위원들이 다음 주 부산으로 총출동하는 것도 실사단에 우리 정부의 강력한 엑스포 유치 의지를 보여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시의 총력 준비도 준비지만 특별히 중요한 것이 엑스포 유치를 향한 시민들의 열기다. 실사 기간 시민 모두가 부산엑스포 홍보대사가 돼야 하는 이유다. 특히 불꽃쇼나 시민음악회, 드론쇼 등 시민 참여 행사에서는 질서 정연하고 성숙된 시민 의식은 물론이고 엑스포를 향한 열망을 한껏 분출해야 한다. 때맞춰 엑스포 주 무대인 북항도 시민에 완전 개방된다. 이미 부산은 지난해 진행된 BTS 콘서트와 불꽃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이 있다. 실사단이 다음 주 현지 실사를 통해 엑스포를 향한 준비된 부산의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부산 시민의 열정을 가슴속 깊이 담고 가기를 희망한다. 그 열정이 오는 11월 2030월드엑스포 개최 도시 부산 결정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2023-03-29 [05:12]
-
[사설] 북 전술핵-남 핵항모, 벼랑 끝 치닫는 한반도 대치
미국의 핵항공모함 니미츠호가 28일 부산의 작전기지에 들어왔다. 니미츠호는 수십 대의 전투기와 조기경보기 등을 적재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자랑한다. 미국 핵항모의 국내 입항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인데, 이처럼 짧은 간격으로 미국 핵항모가 국내에 입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27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하루 뒤 전술핵탄두를 전격 공개했다. 바다에선 미국 핵항모가 출현하고 하늘에선 북한의 핵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이런 모습은 지금 한반도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인지를 가시적으로 보여 준다.
북한의 도발 수위는 근래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시작해 다음 달 3일까지 계속되는 한·미 연합상륙훈련에 대해 보이는 북한의 반응은 이전과는 결이 다르다. ‘쌍룡훈련’으로 명명된 이번 훈련은 대규모 병력을 해안으로 침투시켜 목표 지역을 확보하는 공세적 성격을 갖는다. 북한은 이를 ‘북침 전쟁연습’으로 규정하면서 노골적인 핵 위협을 서슴지 않는다. 전술핵탄두 공개를 비롯해 며칠 전 진행한 ‘핵 어뢰’ 수중 폭발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 시험이 그 예다. 북한 매체가 연일 ‘일촉즉발의 전쟁 위험’을 강조하는 가운데 조만간 7차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나 미국 당국이 기존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에 변화를 줄 여지는 현재로선 거의 없어 보인다. 심지어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의 한 공화당 중진 의원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할 것을 주문하기까지 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핵무기 재배치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도 언급한 바 있어 향후 이 문제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거칠게 말하자면, 한국 북한 미국의 지도자들이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나아가 핵전쟁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을 제압할 압도적인 전력을 구축하는 것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북한과의 전쟁을 의미하는 데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평화를 천명한 7·4남북공동선언을 새삼 들먹일 필요도 없다. 70여 년 전 동족상잔의 비극이 되풀이되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없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당장 전쟁이 발발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만큼 지금 국민들 사이에선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의지와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2023-03-29 [05:10]
-
[사설] 원전 주민 원자력안전교부세 요구, 수용하라
올해 들어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요구하는 지역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부산의 7개 기초자치단체가 3월부터 전국원전동맹에 새롭게 참여하면서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원전동맹은 10일 금정구청에서 올해 첫 실무회의를 연 데 이어 오는 30일 소속 단체장들의 화상회의를 통해 원자력안전교부세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대책을 논의한다. 원전 인근 지역 주민은 그동안 지속적인 위험 속에서 무조건적인 희생과 의무를 강요당하면서도 아무런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 원자력안전교부세는 지역 주민들이 겪어 온 고통과 아픔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라는 점에서 조속한 도입이 절실한 제도적 장치다.
전국원전동맹은 원전 인근에 있지만 소재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자체들의 모임이다. 이번에 새로 가입한 부산 지자체는 동구, 부산진구, 동래구, 남구, 북구, 연제구, 수영구 7곳이다. 2021년 부산시의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이 20~21km에서 28~30km로 확대 적용되면서 이참에 원전동맹도 늘어난 것이다. 2019년 전국 원전 주변 12곳의 지자체로 출발한 원전동맹은 이듬해 16곳으로 늘었고 이번에 전국 23곳으로 확대됐다. 기존의 해운대구와 금정구에 더해 부산의 70%에 해당하는 9곳의 지자체가 포함된 만큼 이제 원전 안전 개선은 부산지역 전체의 숙제로 다가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원전 인근에서 1년 365일 위험에 노출된 채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인구는 503만 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원전 고장과 사건·사고가 반복되고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위험성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애초에 방사능 방재는 국가 사무인데도 지자체에 위임해 놓고는 예산 지원에 인색했던 정부 책임이 크다. 이런 열악한 처지에서는 방재 활동과 주민 보호가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이 확대된 만큼 지원 대상 범위도 늘리는 게 이치에 맞는 것 아닌가. 비상계획 구역에 속해 있는데도 원전 소재지와 달리 아무런 혜택과 보상을 해 주지 않는 것 자체가 부당한 차별이다.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은 국가가 지역에 방치한 방사능 방재 업무를 그나마 제대로 수행하게 할 최소한의 지원책이라 할 수 있다. 관련 법안은 그동안 세 차례 발의된 바 있다. 지난해 법안은 지방교부세 재원 중 내국세 비율을 0.06% 인상하고 이를 원자력안전교부세로 활용하자는 내용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국가 균형발전 원칙 앞에서 정당하고 지방 재정분권 기여에도 부합한다.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국회 국민동의 청원 신청, 정책 토론회, 100만 명 서명 운동도 불사한다는 게 지역 주민의 결연한 의지다. 여야가 더는 시간을 끌지 말고 올해 상반기 안에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2023-03-28 [05:12]
-
[사설] 산은 부산 이전 행정 첫발, 국회는 계속 뭉갤 건가
부산으로 이전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이하 산은)이 27일 마침내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은 산업은행 같은 공공기관이 지방 이전을 위해 수립해야 하는 내부 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 규모와 시기, 범위 등을 구체화한 것인데, 금융위원회는 이를 제출받아 검토한 후 국토교통부에 넘기고, 국토교통부 장관은 다시 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해당 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을 승인·고시하게 된다. 요컨대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는 것은 산은 부산 이전의 공식적인 행정 절차가 비로소 시작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노조의 반발에도 산은은 그동안 부산 이전을 위한 사전 작업을 착실히 이행해 왔다. 부산을 비롯한 울산과 경남의 영업조직과 인력을 대폭 확충했고,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부산 이전을 마무리하겠다는 강석훈 산은 회장의 다짐도 있었다. 이번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 제출은 그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균형발전위원회가 지난 1월 ‘국토교통부 장관의 산은 부산 이전 승인·고시’가 법적으로 실행 가능하다고 밝혔고, 국토교통부도 거기에 발맞춰 금융위원회에 관련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주문했던 것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법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셈이다.
남은 건 관련법을 개정하는 일이다. 균형발전위원회 심의와 국토교통부 장관의 고시 등 후속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산은의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산은법의 개정이 꼭 필요하다. 해당 법에 ‘산은 본사는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이를 고치지 않고서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고시가 이뤄진다고 해도 산은의 부산행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처리해야 할 국회가 지금껏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산은법 개정안은 이미 여러 차례 발의된 상태지만 그에 대한 논의에는 진척이 없다. 최다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미온적인 태도가 특히 아쉽다.
민주당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을 강조해 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숱하게 공언했다. 그런데 정작 산은 부산 이전은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산은 스스로는 물론 정부까지 강한 의지로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마당에 제1 야당으로서 도움을 못 줄 망정 걸림돌로 있어서야 되겠는가. 여당인 국민의힘도 산은 이전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민주당을 설득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협치란 딴 데 있는 게 아니다. 정략을 떠나 여야가 한뜻으로 지역 발전에 기여하려는 노력이 바로 협치의 시작이다.
2023-03-28 [05:10]
-
[사설] 녹산산단 화학공장, 화재 불안까지 가중하다니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의 한 화학물질 제조 공장에서 지난 22일 발생한 화재는 업체가 밀집된 산업단지의 특성상 더 큰 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다행히 당시 폭발음과 함께 공장에 있던 작업자들이 급히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건물과 내부 설비가 불에 타 소방 당국 추산으로 약 4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불이 난 공장이야 그렇다고 쳐도, 특히 불안에 떨어야 했던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이 공장과 인접한 주변 업체들이다. 수 차례의 큰 폭발음과 함께 혹시라도 유해 물질로 인한 피해가 있을까 노심초사했다. 한 업체는 폭발음이 들리자마자 바로 공장 전원부터 차단했다고 한다.
화재가 난 곳은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의 부산 공장으로, 도료나 접착제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인 에폭시 제조 시설이 있다. 작년 9월 준공돼 시운전 중인 공장 내에는 150톤 규모의 화학물질을 저장할 수 있어 유해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으로 지정됐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녹산산단 일대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이 화학공장의 건설에 반대하며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시운전 시작 1년도 채 되지 않아 화학공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업체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주변 업체들은 앞으로 대책이 없다면 공장 이전까지 고민하는 지경이라고 한다. 업체들의 불안감이 생각보다 심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녹산산단 업체들은 이번 화재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중 가장 작은 사고”라고 여기고 있다. 화학공장 측도 벌써 “유사시엔 반경 2㎞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공문을 주변 업체에 보냈다고 하니, 그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공장과 공장 사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추가 이격거리 규정이 없다고 한다. 앞으로도 계속 화학공장 사고의 불안감을 떠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규정이 너무 미흡한 게 아닌가 싶다. 더구나 화학물질 사고의 경우 피해 범위와 양상이 다른 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업체들의 호소가 아니더라도 절대 가볍게 여겨선 안 될 일이다.
화학물질 제조 시설의 위험성을 공장을 지은 당사자인 기업도 이미 알고 있고, 또 이번에 큰 화재 사고까지 난 마당이다. 산단의 관리·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말할 것도 없고 부산시도 이참에 이 화학공장에 대한 총괄적인 시설 안전 점검에 직접 나서야 한다. 사고 업체에만 맡겨 둬선 안 된다. 당장 주변 업체들이 불안감 때문에 다른 산단으로 이전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추가 이격거리 확보도 가능한 다른 방법이 없는지 끝까지 찾아봐야 한다. 아울러 주변 업체들의 불안감을 달랠 추가 안전 조치도 필요하다. 입주 업체들이 최소한의 안전 문제로 녹산산단을 떠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2023-03-27 [05:12]
-
[사설] 선거구제 개편 논의, 여야 합의로 마무리 지어야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 중인 여야가 국회 전원위원회 심의를 통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세 가지 안 가운데 단일안을 채택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선거구제 개편 숙제를 여야 정치권이 합의로 풀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세 가지 개편안은 모두 의원 정수를 현행 300석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크게 반발한 국민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전원위가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지 알 수 없지만 민심에 가장 근접한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여야 정치권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개편안 논의는 30일 본회의에서 구성되는 전원위원회에서 이뤄진다. 국회의장을 제외한 현역 의원 299명이 모두 참석해 2주간 난상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전원위는 2004년 이후 20여 년간 우리 국회에서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 그만큼 선거구제 개편이 절박하다는 걸 의미한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에 적용되기 때문에 정치권은 자신의 이익에 유리한 쪽으로 바꾸기 위해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하지만 선거구제 개편은 정치권 이익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과 미래를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국회 전원위 논의가 국민이 신뢰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는 기회로 작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핵심은 국민 여론과 민심을 제대로 반영해 분열과 갈등의 골을 극복하는 것이다.
한국 선거구제는 여야의 첨예한 득실이 달려 있어 그 개편과 쇄신이 대단히 어려운 구조다. 앞서 강조했듯이 선거의 중요성은 사표를 방지하고 표의 등가성을 유지하는 것, 곧 민의를 똑같이 반영하는 데 있다. 따라서 제도적인 완벽함을 기하는 것이야말로 대의민주주의 완성의 근본적인 길이라 할 수 있다. 세부적 개편안 속에는 여러가지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먼저다. 2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 응답자의 57%가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지금이 적당하다’는 비율이 30%였고, ‘늘려도 된다’는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이제 의원들이 각종 특권도 스스로 포기할 줄 아는 염치가 있어야 하겠다.
그동안 선거구제 개편 논의 과정 자체가 부실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현행 선거제도 구조가 대단히 복잡한데 국회 전원위가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 없이 단 2주 만에 여야 합의를 끌어낼지 의문스럽다. 의원들마다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수도권과 지역의 정당 내 역학 구도도 상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원위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것은 선거구제 개편이 너무나 절실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의원 수를 늘리지 않고 합의로 개편안을 도출하겠다고 했고, 정당 정치의 본모습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말이 아닌 실천을 통해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결론을 내주길 바란다.
2023-03-27 [05:10]
-
[사설] 부산형 차세대 급행철도, 이제 등장할 차례다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BuTX)가 본격 추진된다. 가덕신공항 건설에 따른 교통망 확충과 도심의 심각한 교통난 해소를 위한 것이다. 2030월드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가덕신공항 개항과 함께 BuTX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 부산시의 생각이다. 시는 2021년 12월부터 1년여에 걸쳐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실시한 결과 경제적 타당성 지표인 편익·비용 비율(B/C)은 0.88, 종합평가(AHP)는 0.722로 산정돼 사업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제는 정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반영하고 2조 5000여억 원으로 추산되는 사업비를 확보하는 일이 남은 숙제다.
BuTX는 가덕신공항에서 오시리아에 이르는 47.9㎞ 거리를 지하 40m 이하의 대심도 방식으로 뚫어 철도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박형준 시장의 핵심 공약이었던 어반루프 건설이 실현 가능성 등의 문제에 막히자 대안으로 등장한 계획이다. BuTX에는 중간에 명지, 하단, 북항, 센텀 등 4개를 포함해 모두 6개의 정거장이 설치된다. 다만 건설 과정에서 가덕신공항과 북항 사이에 1~2개의 정거장이 더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가덕신공항에서 북항까지 15분, 오시리아까지 26분에 달려 도심 교통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국제공항철도로서 충분히 활용 가능한 강력한 교통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2조 586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과 신공법 적용에 따른 불확실성, 사업타당성 확보 등이다. 시는 국내 처음으로 수소 철도차량 기술을 도입해 친환경 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키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공법과 차량 도입에 따른 기술적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동시에 갖는다는 의미다. 공사비의 55%는 민자로 계획하고 있지만 이는 운영 과정에서 시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당장 국비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사업타당성을 인정받고 국가 철도망 계획에도 반영해야 한다. 시는 3월부터 사업화 전략 수립 용역에 나선다는 계획인데 2025년 착공해 2030년 이전 완공하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
2030엑스포의 성공적 유치를 위한 핵심 인프라가 교통이라는 점에서 BuTX 도입 필요성은 높다. 국가 차원에서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확정한 마당에 연결 교통망도 당연히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전향적 지원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미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명분으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에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부산에도 마찬가지의 지원이 필요하다. 시는 BuTX와 연계해 울산권, 창원권, 양산권, 대구권에 이르는 광역 철도망 구축 계획도 함께 추진 중이다. 가덕신공항의 활성화와 광역 경제권 구축을 위한 필수 인프라다. 시의 정교한 사업 추진과 정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2023-03-24 [05:12]
-
[사설] ‘검수완박’ 국민 여론 이 지경까지 온 것 살펴야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리며 작년 9월 시행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국민의힘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에서 재판관 5 대 4의 의견으로 국민의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법사위원장은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났고, 전체 회의에서도 토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가결·선포한 법률안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사위의 의결 과정은 절차를 위배했지만, 법률안 자체는 유효하다는 것이다.
헌재의 이번 권한쟁의 심판청구에서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작년 4월 국회 제1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을 발의했을 당시 법사위원장이 민주당에서 위장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시킨 것이 적법하냐는 점이다. 안건조정위는 제1교섭단체와 나머지 단체의 위원이 각각 3 대 3으로 구성돼야 하는데, 민 위원이 위장 탈당해 무소속으로 참여하면서 실질적으론 민주당 우위의 4 대 2 구도가 됐다. 국민의힘은 이를 절차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헌재가 이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국회의장이 선포한 법률안 자체의 효력은 문제가 없다고 밝혀 법적 안정성과 정치적 파장을 염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최종판으로 등장해 정권 교체기를 달궜던 검수완박법에 대한 여야의 첨예한 다툼은 헌재의 판단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헌재 결정은 단심제이므로, 추가적인 법적 쟁송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헌재의 판단은 정치권 모두에 성찰의 과제를 던졌다. 민주당에는 아무리 검수완박법이 절박하다고 해도,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유 토론과 다수결의 원칙을 위장 탈당이라는 꼼수까지 동원해 짓밟을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과 정부에는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자주 의심받는 비대한 검찰 권력의 견제를 원하는 국민이 많다는 점을 다시 한번 주지시켰다는 점이다.
헌재의 결정이 추상같은 일도양단이 아니라 다소 어정쩡한 측면이 있어 여야 모두 만족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헌재 재판관들의 판단도 첨예하게 갈린 점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당장 국민의힘은 “의회 독재의 손을 들어 준 비겁한 결정”이라 하고, 민주당은 “법을 무효로 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법적인 판단이 끝났음에도 또 다른 정쟁의 불씨가 어른거리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검수완박을 둘러싼 정쟁은 이제 끝낼 때가 됐다. 그동안 이로 인한 여론 분열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렀는지 생각해야 한다. 검수완박 피로감을 더는 국민에게 줘선 안 된다. 이것 말고도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많다.
2023-03-24 [05:10]
-
[사설] 국립해양박물관, 이름값부터 해야 한다
국내에서 유일한 종합해양박물관인 부산의 국립해양박물관이 수장고 공간 부족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적 가치가 큰 제주 전통 배 ‘태우’나 김해패총 단면도 등이 수년 동안 수장고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 방치돼 있다니 참으로 남세스럽다. 수장고에 보관되지 못한 채 나와 있는 유물은 선박, 선박 부품, 패총, 작살 기계 등 중·대형 13점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유물은 박물관 하역장과 수장고 복도 등에서 비닐에 덮인 채로 초라하게 놓여 있는 상태다. 수장고와 달리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항온·항습 장치가 없으니 훼손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화재나 누수 등 재해라도 발생하면 대체 어떻게 할 작정인지 모르겠다.
사실 국립해양박물관은 2012년 개관 직후부터 수장고 크기가 작아 어려움을 겪어 왔다. 용도별로 9개의 수장고가 있지만 모두 275.40㎡~509.20㎡로 작아서 부피가 큰 유물은 들어갈 공간이 아예 없는 상태다. 수장고 앞 복도도 ‘ㄱ’자 형태라 선박같이 큰 유물은 해체하지 않으면 옮길 방법도 없다고 한다. 중·대형 유물 관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해양박물관 건물 구조 설계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그동안 해군에서 퇴역 선박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받을 수가 없었고, 중요한 해양 유물을 구매할 기회까지 번번이 놓쳤다고 한다. 해양박물관이라면 상식적으로 중·대형 유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예측과 대비가 미흡했던 점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게다가 수도권 최초의 해양박물관을 표방한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개관이 2024년으로 다가왔다. 부산의 해양박물관은 전액 국비 지원되는 인천의 해양박물관과 달리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으로 건립돼 2032년까지 민간 시행자에 매년 62억 원을 줘야 한다. 대형 전시 프로그램 기획과 주기적인 전시물 교체에 처음부터 불리한 입장인 것이다. 수장고가 부족하면 유물 수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결국 전시 콘텐츠 약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미 유물 추가 수집도 대형 유물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한다. 수장고 공간 부족이 국립해양박물관의 위상을 흔들고, 향후 발전 가능성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중요한 해양 유물을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대형 수장고가 있어야 한다. 해양박물관은 몇 년 전부터 박물관 주차장 부지에 별도 전시관을 짓고 중·대형 수장고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려 국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다가 부산 국립해양박물관이 빈껍데기가 될까 걱정이다. 선점한 해양박물관의 주도권마저 뺏긴다면 ‘해양수도 부산’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이다. 부산시는 위기감을 느끼고 지역 해양문화계·정치권과 힘을 합해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해양수도 부산의 해양박물관은 이름값을 해야 한다.
2023-03-23 [05:12]
-
[사설] 산복도로 고도제한, 시민 합의 필요한 때다
산복도로 고도제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선 지자체들이 산복도로 고도제한 해제를 추진하고 나서면서다. 부산 원도심 일대를 잇는 망양로 주변 최고고도지구를 둘러싼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원도심 주민들과 난개발을 우려하는 부산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왔다. 그런데 최근 북항재개발 이슈와 맞물려 원도심 지자체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지역 주민들이나 구의회 차원에서 해제 요구가 있어 왔지만 최근에는 일선 지자체들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고도제한 열쇠를 쥐고 있는 시도 절대 불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논의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중구청은 올해들어 5000만 원의 예산으로 ‘중구 망양로 일원에 대한 고도제한 완화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동대신 지구, 영주 지구, 보수 아파트 지구, 시민아파트 지구 등 총 4곳이 대상이다. 용역 제목에서 보듯 해제 추진을 위한 것이다. 동구청도 지난해 12월 용역에 착수해 고도제한 해제를 검토 중이다. 서구청은 시에 고도제한 해제 요청까지 한 상태다. 이들 지자체들은 북항재개발로 초고층 건물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바다 조망권을 보장한다는 고도제한 본래 취지가 퇴색됐다는 입장이다. 원도심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와 동부산에 비해 낙후된 원도심의 상대적 박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도 2030 부산도시관리계획 용역에서 고도제한 해제 여부를 검토 중이라 밝혀 논의 가능성을 열었다. 문제는 시가 주민 민원을 이유로 고도제한을 일률적으로 해제하면 난개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북항재개발로 일부 구간 조망권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은 전체적으로 산복도로 경관이 유지되는 곳이 더 많다. 특히 원도심은 부산의 원형을 간직한 곳으로 관광 자원과 경관 측면에서 보존의 필요성 또한 높은 곳이다. 도시재생과 도시계획 전문가들도 고도제한 해제를 섣불리 결정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의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제대로 된 논의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동구 범천~서구 서대신교차로 8.9㎞ 산복도로 구간은 1972년부터 최고고도지구로 지정돼 건축물 높이를 제한해 왔다. 이 때문에 50여 년간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와 주거 환경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원도심 원형과 경관 보존 차원에서 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북항재개발 등 달라진 환경에 맞추려면 난개발로 이어질 획일적 고도제한 해제가 아니라 개발과 보존을 조화시키는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새로운 고민이 있어야 한다. 시는 2020년 ‘물길·도심길·하늘길’을 주제로 원도심 대개조 구상을 발표했지만 이후 구체적 움직임은 없었다. 산복도로 고도제한 해제에 앞서 북항 신도시와 원도심의 원형을 조화롭게 결합해 다시 사람들이 몰리는 원도심을 만들 마스터플랜이 필요한 때다.
2023-03-23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