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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안한 추석 연휴… 더는 억울한 죽음 생겨선 안 된다
유난히 길어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응급실 문전박대는 일상이 되고, ‘응급실 뺑뺑이’ 끝에 사망할 수도 있는 나라가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의사 출신인 이주영 개혁신당 국회의원은 최근 “명절에 가급적 멀리 이동하지 마시라. 교통사고가 나거나 했을 때 아마 병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평소 같았으면 괴담 유포자로 지탄받았겠지만 “의료 인프라가 다 무너졌다”는 진단에 고개를 끄덕이는 세상이 됐다. 파국을 막아야 한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마지막 기회다. 이견과 요구 조건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 나와 풀어야 한다. 논의의 틀에 참여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여야와 정부가 의료 단체와 접촉해서 협의체 참여를 설득하는 사이 믿기 어려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 의료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추석에 응급실 대란이 진짜 왔으면 좋겠다’거나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등의 막말이 올라온 것이다. 이에 앞서 응급실로 복귀한 의사를 부역자로 규정한 블랙리스트가 나돌았다. 엄벌이 필요한 범죄 행위다. 의료계 전체가 아닌 극소수의 일탈이라 해도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이 응급 현장이 위험에 빠져도 상관없다고 인식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직업 윤리의 추락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치달은 데는 일방적 추진과 자극적인 언행으로 일관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의료 대란의 핵심은 불신이다. 정부가 애초에 2000명 증원의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고 설득하지 않은 게 불신의 출발점이다.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 “환자 본인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 등 고위 당국자들의 실언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 파견 군의관에 징계를 추진했다가 철회하는 오락가락 행정도 비판을 불렀다. 그나마 특검 정국으로 대치 중이던 여야 정치권이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실도 2025년도 의대 정원에는 난색을 표하면서도 “전제 조건 없이 자유롭게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제 공은 의료계로 넘어갔다.
의사협회 등은 협의체 참여의 전제 조건으로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문책 그리고 2025년도 증원 백지화를 요구한다.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고 입시 안정성도 보장해야 하는 난제다. 하지만 대화를 해야 해법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하고, 대화의 장이 열리는 게 중요하다. 국민을 설득할 책임은 정부뿐만 아니라 의료계에도 있다. 여·야·정은 ‘열린 자세’를 천명하고 있다. 의료계도 공론장에서 불신을 푸는 계기를 찾아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유연하되 책임감 있는 자세로 7개월간 이어진 의정 갈등의 출구를 모색하라.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염원을 명심해야 한다.
2024-09-1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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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신공항 공사업체 지각 선정, 집중과 안전이 관건
가덕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결국 수의계약으로 진행된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항공정책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사업자 선정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12일 결론 내린 것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국회에 출석해 경쟁입찰을 거듭 확인한 일을 상기하면, 불과 20여 일 사이에 정부 입장이 급변한 셈이다. “공사가 예정보다 크게 지연되는 상황에서 원칙만 고수할 수는 없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사업자 선정 난항으로 가덕신공항 전체 공정까지 차질을 빚는 데 따른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여하튼 이로써 가덕신공항 건설의 큰 장애물 하나를 넘어서게 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하겠다.
수의계약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다. 국가 대상 계약은, 비록 예외 사항이 있다고는 하지만, 관련 법령상 경쟁입찰이 원칙이다. 또 가덕신공항처럼 공사비 10조 원이 넘는 국책 사업에서 수의계약은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네 차례나 유찰된 상황에서 국토부가 다시 경쟁입찰을 고집하기는 어려웠을 테다. 빠듯한 공사 기간,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증, 유례없는 공법 난도, 사후 관리의 어려움 등이 유찰 사유였음을 고려하면 더 이상의 입찰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국토부가 무리하게 네 차례나 입찰을 진행한 것은 수의계약에 따른 특혜 논란을 의식한 명분 쌓기용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국토부의 수의계약 방침에 따라 해당 공사는 단독 입찰에 응해 온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은 점은 아쉬우나, 늦게나마 사업자 선정이 가시화됐으니 한 고비는 넘긴 셈이다. 그러나 갈 길이 아직은 멀다. 우선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최종 계약까지 세부조건 변경 협상 등을 두고 난항이 예상된다.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나 기본설계 적격성 심사 등 당국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절차도 남아 있다. 지역 사회가 요구해 온 2029년 준공까지 공기를 맞추기 위한 대응도 있어야 한다. 여객터미널 건설이나 접근교통망 구축 같은 관련 사업과 보조를 맞추는 일 역시 중요하다.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신공항의 안전을 담보하는 일이다. 가덕신공항은 땅과 바다에 절반씩 걸쳐 지어야 한다. 안 그래도 공법의 난도가 높은데, 그동안 부지조성공사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면서 공사 기간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졌다.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최종 계약이 아무리 빨리 체결돼도 착공은 이미 예정보다 최소 4개월 이상 늦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준공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역의 염원을 고려하면 안 될 말이다. 안전하고 완성도 높은 신공항이 제때 개항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철저한 계획 아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사업자와 당국의 자세가 필수적이다.
2024-09-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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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 갈 일 없앨 부산대병원 '지역완결형 메디컬센터'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 파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도 비수도권 국민이 ‘빅5’(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 원정 진료에 한 해 2조 원이 넘는 진료비를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국회에 따르면 비수도권 환자 3명 중 1명이 수도권 원정 진료를 받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의 지역 격차가 심화된 까닭이다. 비수도권 환자와 가족은 서울로 오가며 써야 하는 교통비, 숙박비 등으로 가계 부담이 크고, 천형처럼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 대형병원 주변에는 지방에서 온 환자들이 머무는 ‘환자촌’이 형성됐을 정도이다. 이로 인한 지역 환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 같은 의료 격차가 지역소멸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대병원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허브 메디컬센터’ 구축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교육부에 신청했다고 한다. 706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36년 완공을 목표로 세웠다.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핵심 의무가 지역민에게 필수의료를 적절히 제공하는 공공의료이기 때문이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모든 연령의 시민이 부산을 떠나지 않고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백 번 천 번 동감한다.
이는 정부가 ‘지역완결적 필료’ 확립을 의료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운 후속 조치라는 뜻에서도 의미가 깊다. 사실 부산대병원 응급실은 물리적 한계 때문에 권역응급센터가 아닌 지역응급센터에 머문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지난 4월 부산대병원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서비스 접근권 격차 문제 등을 지적하며 센터 신축 비용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소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서울 원정 진료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거점 국립대병원의 의료 전문 인력 및 첨단 장비 확충 등 대대적인 지원이 필수적인 이유다.
모든 국민이 전국 어디서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다. 이를 위해서는 큰 병에 걸려도 최고 수준과 실력을 갖춘 지역거점 국립대병원에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역 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거점국립대병원의 의학 교육 및 진료 여건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번 부산대병원의 ‘지역완결형 글로벌 허브 메디컬센터 구축’을 계기로 ‘아프면 일단 서울로’라는 말이 사라질 수 있도록 국가의 교육·의료 정책 변화를 촉구한다. KTX를 타고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기를 당부한다.
2024-09-1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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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국 원전, 불법 드론 위협 막을 방호체계 강화해야
1급 국가보안시설인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드론 비행체 출몰이 여전해 방호체계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국회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원자력발전소 내 드론 출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불법 드론 탐지 건수는 모두 518건이었다. 원전별로 보면 고리원전이 248건으로 가장 많고, 한울(111건), 월성(72건), 새울(62건), 한빛(25건) 순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시설이 드론 공격을 당해 큰 피해를 입고, 국내 원전에서도 불법 비행체 적발이 빈번해지면서 2022년 24시간 드론 탐지 체제가 갖춰지고 과태료도 인상됐지만 국내 원전 주변의 비행체 위협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원전은 에너지 안보 시설로서 반경 3.7㎞에서의 비행은 합동참모본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반경 18.5㎞까지는 원전과 지방항공청의 승인이 필요하다. 허가 없이 드론을 띄우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드론이 대중화되면서 법 규정을 모르거나, 촬영 욕심 때문에 원전 주변을 맴도는 비행체가 급증한 것이다. 고리원전의 경우, 2022년 107건, 2023년 110건으로 매월 10건 가까이 불법 드론 비행이 있었고, 올해에도 7월까지 25건이 발견됐다. 원전 측은 24시간 탐지 체제를 갖추고 즉시 대응하고 있다지만 불법 비행이 지나치게 빈번한 상황 자체에 문제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할 때다.
국가보안시설 주변에서 불법 비행체가 활개를 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누가 드론을 띄웠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2020년 이후 드론 조종자를 찾지 못한 경우는 227건으로 전체 적발 건수의 43%를 차지했다. 적발을 해놓고도 불법 행위자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방호체계에 중대한 허점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드론을 띄웠는지를 알아야 대처를 할 수 있다는 건 상식이다. 또 비행체 조종자 적발에 실패하고 과태료 처분을 하지 못해서 비행 금지 위반 행위가 반복된다고도 볼 수 있다. 드론이 발견되면 조종자를 추적해서 신원과 비행 의도를 파악해야 방호체계가 완성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더라도 드론은 공격 무기로 전방위적으로 쓰인다. 저렴하고 신속하며 눈에 띄지 않게 실행할 수 있어서다. 이제 드론을 원전 위해 요소로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원안위와 군·경찰·소방 등 안전 관리 주체 사이의 소통과 대응 체계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과태료의 실효성과 적절성도 따져야 한다. 단속과 함께 계도도 필요하다. 비행금지구역을 모른 채 드론을 띄우는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 안내판 등 홍보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정체 모를 비행체로부터 원전이 위협 받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국민의 생명이 걸려 있다는 점 명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4-09-1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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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경남 행정통합, TK 통합 무산 반면교사 삼아야
부산과 경남의 행정통합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시와 경남도가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다음 달 둘째 주께 출범시킨다고 한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6월 17일 ‘미래 도약과 상생 발전을 위한 부산·경남 공동합의문’을 채택하고 행정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한 후 통합 절차를 구체화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급물살을 타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무산 수순으로 들어간 상황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본격화는 전국적 관심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시도지사가 주도하는 대구·경북의 하향식 행정통합과 달리 부산·경남은 공론화위를 통한 상향식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통합 모델의 성공 여부로 주목받게 됐다.
공론화위원회는 양 시도에서 공동위원장 1인씩을 포함해 각 15인씩, 30인 안팎으로 구성된다. 시민단체, 주민자치회, 지방의회, 시장군수협의회, 학계 등 다양한 인사들로 구성한다는 설명이다. 공론화위는 2025년 상반기까지 활동 결과를 보고서 형식으로 제출하고 부산시와 경남도의 심사를 거쳐 채택하는 과정을 거친다. 공론화위의 중요한 역할은 부산과 경남 주민들의 여론 수렴이다. 효율적 여론 수렴을 위해 설문조사와 공청회 등도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론화위는 기계적 여론 수집이 아니라 행정통합의 필요성과 효과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주민들의 참여와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대구·경북의 사례에서 보듯 행정통합은 선언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통합 추진에 앞서 통합 방안에 대한 연구와 전략 수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에 무산된 것처럼 지난한 과정이다. 통합 시도의 명칭에서부터 청사 소재지에 이르기까지 난관이 하나 둘이 아니다. 지역에 따른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고 숱한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 부산과 경남이 대구·경북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양 시도가 통합에 합의한 후에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중앙 정부로부터 전향적 지원을 끌어내야 한다. 지방정부에 준하는 자치권과 재정권의 전폭적 이양 없이 통합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도민의 통합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도 중요한 대목이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부울경 메가시티 무산에 이어 부산·경남 행정통합도 동력을 잃었었다. 부산과 경남을 오가며 진행된 공청회에는 시도지사가 참여하지도 않았고 메가시티 무산에 따른 면피성 통합 추진이라는 의혹의 눈길만 받았다. 이번에는 공론화위를 통해 제대로 절차를 밟아가기로 한 만큼 내실 있는 논의와 실질적 통합 과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수도권 블랙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뭉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울경이 수도권에 대응하는 남부경제권의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도 힘을 합해야 한다. 지방자치권 확대와 재정권 강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지렛대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2024-09-1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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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항 활성화 위해 복합리조트 유치 적극성 보일 때다
부산 북항에 앵커형 랜드마크인 복합리조트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신임 집행부가 올해 들어 재추진을 공언하고 나섰고, 22대 지역 국회의원들도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병합해 심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본격적인 동력이 생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첫 항만 재개발 사업지인 부산 북항은 노후한 원도심을 부흥시켜 동서 개발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북항 사업지 정중앙에 11만 3316㎡에 이르는 최대 규모의 랜드마크 부지조차 매각되지 않는 등 활성화의 계기를 좀처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북항 복합리조트 재추진 움직임은 상공계를 중심으로 불붙는 모양새다. 부산상의 양재생 회장은 지난달 30일 부산 지역 국회의원 13명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갖고 ‘복합리조트 부산 유치’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지역 국회의원 상당수는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관련 법안을 제출해 현재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함께 병합심사하겠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런 흐름은 사회·경제적인 변화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평가다. ‘카지노=사행 산업’이라는 비판적인 여론이 비교적 퇴색한 데다가, 올해 부산이 광역시 중 첫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지역 생존을 위해서는 기폭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 북항 복합리조트 조성은 미국 샌즈그룹의 5조~12조 원 규모 투자 약속과 부산시 연구용역 발표 등 2013년부터 본격화됐지만,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사회적인 논란 속에서 흐지부지됐다. 그 사이에 일본 오사카와 태국은 2029년부터 오픈형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건설키로 하는 등 약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가덕신공항이 개장될 예정인 2029년에 이들 도시에 복합리조트가 들어서면 해외 관광객 분산은 물론이고, 국내 관광객의 해외 유출마저 가팔라질 전망이다. 게다가 복합리조트 1곳을 운영 중인 인천도 올해 안에 1곳을 추가 개장할 예정이다. 부산만 불필요한 규제와 논쟁으로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복합리조트 산업에서 뒷걸음질 치는 형국이다.
부산의 미래 먹거리인 북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복합리조트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부산시는 물론이고 부산항만공사, 부산상의, 지역 정치권, 학계 모두가 복합리조트 유치 전략을 세워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정치권도 국가 예산이 아닌, 대규모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개혁과 입법,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세계적인 복합리조트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국내 법 개정이 필요 없는 ‘한국형 복합리조트’ 우선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 국제관광도시 부산이 아시아 주요 관광도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북항 복합리조트 유치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2024-09-1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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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 청년일자리사업 부정수급 적발, 관리 강화해야
최근에 드러난 부산시 청년일자리사업의 부실 운영과 예산 낭비 사례는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청년 공공사업의 취지를 비웃는다는 점에서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다. 시 감사 결과, 실제 일하지 않은 사람의 출근부를 제출받아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재직자를 대상자로 선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인건비를 구체적인 산출 근거 없이 인상하고 임차료·관리비도 이유 없이 편성하는 등의 예산 누출도 적발됐다. 예산이 이렇듯 허투루 쓰이니 일자리 사업이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같은 일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부산시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예산 부정수급 사례는 그 수법이 다양해서 혀를 차게 된다. 대체로 허위 서류 작성에 의한 인건비 부정수급, 승인 절차를 무시한 사업비 무단 집행 등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요약되는데 그만큼 시의 관리·감독 기능이 느슨했다는 방증이다. 사업 운영 부실과 부정수급도 문제지만 관리·감독의 부실은 더 큰 문제다. 2020~2023년 부산시에서 추진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은 20개 부서에 걸쳐 158개에 달할 정도로 많다. 이 가운데 3억 원 이상의 사업을 감사한 결과 총 21건이 적발된 것이니 얼마나 더 많은 부정 사례가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다. 시가 더 이상의 예산 낭비가 안 생기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은 지역 청년의 취업난과 기업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이다. 부산시가 세부 사업을 설계하면 정부가 국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만 39세 이하의 미취업 청년을 채용하는 기업은 2년간 최대 연간 2400만 원의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청년도 인센티브와 교통비 등 최대 1000만 원을 도움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된 사업에는 국·시비를 포함해 총 1038억 원 규모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다. 국민과 시민의 소중한 혈세가 들어간 만큼 함부로 낭비되거나 사업이 차질을 빚는 일이 있어선 안 되는 것이다.
지금 부산의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우려는 지역의 청년층 유출과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없다. 결혼해서 출산해야 할 젊은 층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데도 저출생 해법은 여전히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다.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은 그나마 지역 청년을 붙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인 장치라 할 수 있다. 사업의 목적 자체가 지역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마저도 공정성과 신뢰성이 무너지고 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주어져야 할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면 이보다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이참에 부산시가 사업의 투명성 확대와 철저한 관리·감독 체계 수립의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2024-09-10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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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권까지 갈라치는 대통령, 협치·국민통합 외면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관저에서 국민의힘 일부 최고위원 등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한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초청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친윤’계만 챙긴 모양새가 됐는데, 정치권에선 이른바 윤-한 갈등의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만찬에 참석한 인사들은 부인하지만, 이번 일은 이미 정치적 이슈로 비화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이젠 여권까지 갈라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밥 한 끼가 무슨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가 그리 예사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런 의문은 충분히 이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와 지난달 30일의 만찬 회동을 계획했으나 추석 이후로 연기한 바 있다. 추석 민생이 우선이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당시 한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 제안이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한 대표와의 예정된 공식 만찬은 연기해 놓고 이번에 ‘친윤’계 인사들 위주로 따로 만찬을 가졌으니, 윤-한 갈등의 앙금 이외에 달리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권의 설명대로 윤 대통령이 다양하게 의견 청취 노력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이처럼 어긋나는 행보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몹시도 불편하다.
그런 불편함은 여당을 넘어 국회를 대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윤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운 야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겠지만, 어느 일방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윤 대통령의 국회에 대한 불신은 정도가 지나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거부는 차치하더라도, “잘하든 잘못하든 국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식의 언급은 처음부터 국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급기야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국회 개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유야 어떻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인정하지 않는 행정부 수반의 이런 모습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일 윤 대통령은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12번째 정상회담에서 물꼬 튼 한일 관계에 후퇴는 없을 것임을 천명했다. 기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복원에 많은 공을 들였고, 세간의 비판에도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포용했다. 우리 강토를 강점했던 일본에 대해서도 이럴진대, 국회와 국민에 대승적 자세를 견지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윤 대통령은 소통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지금 윤 대통령은 소통은커녕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국민 여론에도 요지부동이다. 국회를 불신하고 여론을 안 따르겠다면 누구와 협치하고 누구를 위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건가. 자문해 보길 당부한다.
2024-09-1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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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 뜻 모은 여야의정 협의체, 의료계 적극 참여를
의대 증원 문제를 포함한 의료공백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정치권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실도 협의체가 구성되면 2026년 의대 정원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증원 숫자에 관한 한 완강하던 대통령실도 최근 악화일로인 의료 현장의 돌파구를 마련할 때라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여야 정치권과 대통령실이 모처럼 의정 갈등 해결에 공감은 했지만 관건은 역시 의료계의 참여 여부다. 대한의사협회가 8일 입장을 내놨는데, 2026년은 물론 2025년 증원도 백지화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의 실현 여부는 이처럼 시작부터 평행선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말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합당하다면 2027년이나 그 이후부터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며 이를 협의체 참여의 전제 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의협이 계속 이런 입장을 고집한다면 협의체 출범은 처음부터 난관을 맞을 수밖에 없다. 우선 2025년 증원 백지화 조건은 정부는 놔두고라도 국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부를 게 뻔하다. 당장 9일부터 의대 증원안이 반영된 2025년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정책 신뢰성이나 물리적 시간으로도 가능한 일이 아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여야의정 모두 무엇이라도 해야 할 판에 수용하기 힘든 조건을 내거는 것은 차라리 협의체 불참 선언보다 더 난감한 일이다.
국민들은 여야정이 모처럼 뜻을 함께하고 의료 갈등 해결에 나선 일을 기대감 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세부적인 면에선 차이가 있어도 일단 큰 틀에서 정치권이 책임감을 갖고 전면에 나섰다는 점을 평가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도 “시간이 지연된다면 ‘여야정’ 형태라도 협의체를 출발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의료계의 증원안 제안이 오면 논의하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이를 기다릴 수도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로 의료 현장의 파행과 붕괴는 촌각도 아까울 정도로 대책이 절급한 지경이다. 의료계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의료계가 정부에 극도의 불만이 있더라도 언제까지 대화를 거부만 할 순 없다.
의료공백 사태가 반년을 넘으면서 곳곳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국민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의료계 역시 책임이 없지 않다. 국민들은 지금 정부와 의료계를 윽박질러서라도 이를 해소하고 싶은 심정이다. 갈등만 일삼던 여야가 나선 것도 국민의 이런 압박 때문이다. 의료계도 이번만은 국민의 기대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미흡한 대처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처음과 비교하면 의료계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의료계도 이쯤에서 정부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통 큰 양보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은 정부의 일방적인 방식도 그렇지만 의료계의 외곬 자세도 반대한다.
2024-09-0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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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 정부 '우키시마호 침몰' 공동 진상 조사 나서야
일본이 1945년 광복 직후 재일 한국인 수천 명을 태우고 귀국길에 올랐다가 폭침된 우키시마호의 조선인 승선자 명부 등 일부 자료를 우리 정부에 전했다. 일본은 지난 6~7일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자체 내부 조사를 마친 19건의 승선자 자료를 우리나라에 우선 제공했다. 일본은 나머지 자료에 대해서도 내부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달 말 퇴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80년 가까이 공개되지 않았던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등 일부 자료가 뒤늦게나마 한국에 제공돼 희생자, 유가족의 한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진상이 규명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점은 의미가 있다.
한일 정부는 승선자 명부 확인을 두고 오랫동안 줄다리기를 해왔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명부가 침몰 시 상실됐다고 주장하며, 명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다. 그러나 지난 7월 한 일본 언론인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명부 일부가 공개됐다. 이번에 제공된 조선인 승선자 명부는 일본 측의 주장이 명백히 거짓임을 드러낸 것이다. 이제 일본 정부는 승선자 명부를 우리에게 제공한 만큼, 더 이상 미적댈 게 아니라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언제부터 명부를 보관해 왔고, 왜 은폐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힐 필요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명확히 밝혀야 할 시점이다.
이번에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료는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는 나머지 자료도 일본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우키시마호와 관련해 일본은 70여 건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바탕으로 명부 간 중복 인원을 분석해 피해 규모를 추산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우키시마호가 기뢰에 의해 폭침됐고, 승선자 3700여 명 중 524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족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했고, 승선자 8000여 명 중 대다수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사건 진상을 둘러싸고 희생자 유족과 일본 정부 간의 간극이 이처럼 크다. 서로 틈이 큰 만큼 양국 정부는 진상 규명에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
한일 관계의 불안 요인으로 늘 작동하는 것은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부족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일각에서는 승선자 명부 전달이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맞춘 생색내기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먼저 일본 정부가 진실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그동안 양국 정부는 우키시마호 폭침에 대해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 이제라도 우리 정부는 진상 조사에 나서는 한편, 일본 정부도 신속히 진실 규명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 내년이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다. 말이 아닌 실천과 진정성 있는 일본의 협력을 요구한다. 이게 전제돼야 양국의 미래는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다.
2024-09-09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