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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선 9기 출범 100일, 부울경 산업 대전환 속도 내야
민선 9기 전재수 부산시장과 김상욱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공무원 조직을 추스르고, 새 밑그림을 짜느라 분주한 시간이었다. 부산과 울산 시정을 처음 이끌게 된 전 시장과 김 시장에게는 변화와 적응의 시간이기도 했다. 전임 시장 사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갈등도 불거졌지만, 당연한 수순이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세 단체장은 저마다 미래 청사진, 숙원 사업의 해법을 내보이며 앞으로 부울경 세 도시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어느 정도 제시했다 하겠다. 지역마다 변화의 속도는 다르지만 세 단체장의 초반 열정과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전 시장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부터 주창한 ‘해양수도 부산’이라는 목표에 ‘전재수표’라는 이름표를 확실히 붙였다. 취임 즉시 해양수도전략실을 만들더니 HMM 등 해운사 4개사 부산 이전, 북극항로 시범운항 등을 속도감 있게 해냈다. 김 시장은 취임 후부터 ‘SNS 정치’로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이런 소통 행보에 울산에 스며 있는 권위적 문화를 바꾸겠다는 취지가 있다니 성공하길 기대한다. 트램 사업 재검토, 버스공영제 도입, 축제 통폐합 등으로 ‘시장 교체’ 효능감도 보였다. 연임에 성공한 박 지사는 벌써 창원산단 방위산업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소형모듈원자로(SMR) 제작지원센터 확정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세 단체장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통해 ‘산업·경제 체질 전환’을 천명했는데, 올바른 처방이다. 전 시장은 북항을 해양수도 심장으로 삼아 ‘해양신산업’과 ‘부산 AX(인공지능 전환) 대전환’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산업 AX’와 ‘동북아 에너지 허브’를 미래 먹거리로 제시했다. 박 지사는 ‘주력 제조업 AI 대전환’과 ‘SMR·우주항공 등 미래산업 육성’을 통한 대도약을 일구겠다고 했다. 부울경 제조업 대전환은 지역 미래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쟁력도 좌우할 과제다. 급속한 기술 변화에 따라가려면 제조업 현장을 얼마나 빨리 전환하느냐가 관건이다. 세 단체장이 직접 진두지휘해야 함은 당연하다.
산업 대전환 숙제를 푸는 데에 ‘부울경은 한몸’이라는 인식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겠다. 자동차, 철강, 조선, 우주항공, 에너지 등 부울경 제조업은 세 지역에 걸쳐 서로 돕고, 때론 경쟁하며 커왔다. 퇴조를 걱정하던 시대에서 이제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는 시대다. 따로 가서는 안 된다. 더 단단히 묶고, 더 키워야 대전환의 시너지 효과를 꾀할 수 있다. ‘5극3특’ 등 지방시대를 국정과제로 삼은 정부를 설득하고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유리하다. 부울경 통합의 성공은 부울경 산업 통합, 그리고 미래 전환에 성공하느냐에 달렸다. 전재수·김상욱·박완수, 세 단체장이 풀어내야 할 숙제다.
2026-10-0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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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정 분권은커녕… 3년 새 지방 재정 비상금 반 토막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가 재정 충격에 대비해 적립하는 재정 비상금이 최근 3년 새 반 토막났다. 비수도권 14개 광역지자체의 재정안정화계정 잔액이 2022년 말 7546억 원에서 2025년 말 3467억 원으로 4079억 원(54.1%)이 감소한 것이다. 재정안정화계정은 세입이나 결산상 잉여금 등을 적립해 예상하지 못한 재정 수요가 발생하거나 지방채 원리금을 상환할 때 활용하는 재원이다. 부산은 2023년 말 637억 원이었지만, 현재 잔액이 9억 원대로 급감했다. 울산은 2022년 말 1008억 원에서 2025년 말 550억 원으로 줄었고, 경남은 지난 3년간 1억 원대에 그쳤다. 지방의 재정 충격 대응 여력이 빠르게 약화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지방 곳간은 줄어드는 반면 지방의 의무 지출은 늘고 있다. 국고보조사업에 지방비로 함께 부담해야 하는 대응지방비는 2022년 36조 4000억 원에서 올해 44조 9000억 원으로 8조 5000억 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사회복지 분야 대응지방비는 18조 2000억 원에서 20조 9000억 원으로, 교육 분야는 1조 4000억 원에서 4조 5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사업을 정하면 지방이 매칭해야 하는 돈이 늘면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쓰거나 쌓아 둘 수 있는 돈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의 주요 자주재원인 취득세가 감소한 데다 중앙정부 사업의 매칭 부담이 겹치면서 지방재정은 고사 직전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미래대응기금 도입을 반영하면서 초과 세수로 인한 지방교부세 증가분이 줄어들게 됐다. 기금에 넣는 세금을 교부세 계산 대상에서 빼기 때문이다. 내년도 지방교부세는 현행 산식을 유지했을 때 100조 2000억 원보다 약 30조 5000억 원 적은 69조 7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지자체가 애초 받을 수 있던 몫에서 30조 원 넘게 빠지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용도를 자율적으로 정하는 교부세 대신 목적성 기금으로 재원을 배분하면 지방재정의 자율성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크다. 세수가 줄 때는 지방도 교부세 감소를 감수했는데 세수가 크게 늘자, 중앙정부가 먼저 기금으로 떼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이 교부세의 변동성을 줄이고 재정 여건이 나빠질 때 지방을 추가 지원하는 안정화 장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방 재정 비상금이 바닥난 상태에서 지원 규모와 시기를 중앙정부가 기금으로 결정하는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지방의 재정 대응 능력마저 정부 판단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는 지방재정의 탄력성을 무너뜨리고 재정 분권에 역행하는 일이다. 부산 남구청이 지난 7월 재정 비상사태를 선언할 정도로 많은 지자체들이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 중앙정부는 사후 지원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스스로 위기에 대비할 수 있게 재정 완충 여력을 확보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
2026-10-0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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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년하청 부산·경남 먹는 물, 복류수 해법 될 수 있나
안전한 먹는 물 확보 문제는 부산·경남 주민들의 숙원이다. 낙동강에 의존해 먹는 물을 구할 수밖에 없는 이 지역 주민들에게 안전한 먹는 물 확보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낙동강 오염으로 인해 먹는 물의 안전에 비상이 걸리자 그동안의 정책은 상수도에 공급할 대체 취수원을 찾는 데 집중돼 왔다. 소위 ‘취수원 다변화’로 일컬어지는 해당 정책은 다양한 시도로 이어졌으나 결실을 내는 데 실패했다. 그러자 정부는 다른 취수원을 찾기보다 취수 방식에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나섰다. 현 정부 임기 내 부산·경남 식수 문제 해결까지 언급할 정도이니 새 시도에 비상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국감 때 대구에서 진행 중인 복류수 실증에서 수질 개선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바닥 아래 모래와 자갈층을 통과하며 걸러진 상태로 끌어 올린 복류수가 대구에서 수질 개선 효과를 보인 만큼 하류에서도 실증을 거쳐 취수원 사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김 장관은 이어 “현 정부 임기 내 부산·대구 식수 해결이 목표”라며 낙동강 하류 실증 조기 착수를 예고했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남강댐·합천댐과 합천 황강 복류수, 창녕 강변여과수 활용 방안 등이 지역 갈등과 주민 반대로 인해 좌초했던 것보다는 진일보한 정책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평가에도 지역에선 해당 정책이 안전한 먹는 물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한다. 우선 개선을 확인했다는 복류수가 과불화화합물이나 녹조 독소 같은 유해물질까지 제대로 걸러진 상태인지부터 불명확한 상태다. 먹는 물 확보를 위해 대량의 물을 채취해도 정화 효과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대구 지역에서 일부 정화 효과가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낙동강 상류 지역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방치한 상태로는 하류에서의 정화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터이다. 현 정부 임기 내 부산·경남 식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언급이 섣부르게 들리는 이유다.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복류수 채취 방안은 취수 방식의 변화를 모색함으로써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취수원 이전을 통한 다변화 정책이 주민 반대나 지역 갈등 리스크로 인해 발목이 잡힌 과거가 되풀이돼 왔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2024년 기준으로 낙동강 수계에 하루에만 약 47만㎥의 폐수가 흘러들어오는 현실을 감안하면 복류수가 현재로서 근본 해결책이 되기엔 역부족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취수원 그 자체인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취수 방식을 아무리 바꾼다고 하더라도 한계는 너무나 명확하다. 결국 부산·경남의 먹는 물 문제는 돌고 돌아 낙동강 수질 개선과 직결됨을 재확인한 셈이다.
2026-10-0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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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누리호 5차 발사 성공, 민간 우주항공 시대 속도 내야
민간 주도로 추진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5차 발사가 성공했다. 7일 발사된 누리호는 처음으로 초소형 군집위성 5기를 목표 궤도에 성공적으로 투입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지난해 11월 4차 발사 성공에 이어 우리나라의 다중위성 수송 역량과 발사 신뢰성을 높인 쾌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차 발사 실패 이후 4회 연속 성공 기록을 이어가며 ‘뉴스페이스’ 시대 가능성을 높였다. 민간이 주도하는 상업 발사 서비스로의 전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5차 발사에는 부산대와 조선대가 공동 개발한 큐브위성이 탑재되는 등 부산과 울산, 경남 등 동남권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의 발전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누리호는 이날 예정 시각인 낮 12시 25분에 주탑재 위성인 초소형 군집위성 2∼6호 5기와 큐브위성 10기 등 위성 15기를 싣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3차와 4차 등 과거 발사 때는 센서 신호 이상 등으로 발사가 미뤄졌으나 이번엔 처음으로 예정된 시간에 정확히 발사되면서 한층 안정적이면서 진보된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어 초소형 군집위성들을 목표 고도인 570㎞ 기준 오차 범위 15㎞ 이내인 575∼580㎞에서 분리했다. 큐브위성 10기 중 1기를 제외한 9기가 모두 사출된 점도 고무적이다. 누리호 5차 발사 성공으로 민간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와 발사체 상용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1∼3차 발사는 항공우주연구원이 누리호 제작을 주관했으나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으로 추진된 이번 5차와 4차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관련 작업을 총괄했다. 4차 발사를 통해 민간 우주항공 시대 가능성을 검증했다면 5차 발사는 민간 주도 전환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5차 발사 준비와 운용 과정에 투입된 민간 관계자도 대폭 증가했다. 부산대와 조선대의 큐브위성 ‘CPSat’의 경우 부산대 항공우주공학과 연구팀이 자세결정 및 제어시스템 전반의 개발을 담당했다. HD현대중공업도 발사대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설계, 운용하며 성공에 기여했다.
이번 발사 성공을 계기로 우주개발에 대한 민간 기업의 역할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권도 우주항공복합도시인 경남 사천시를 중심으로 한 동남권 산업 생태계를 한층 고도화시켜 우주개발 상업화 시대를 주도할 준비에 나서야 한다. 지역 대학의 우주 전문 인력 양성과 위성 등 관련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해 우리보다 앞선 미국 등과의 격차를 최대한 빨리 좁혀야 한다는 과제도 남겨졌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기업과 대학에 대한 지원을 대대적으로 늘리는 것은 물론 민간 이양 분야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민간 우주항공 시대를 위한 민관의 적극적인 협업과 기술 고도화를 기대한다.
2026-10-0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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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거점국립대병원 수술 급감, 지역 필수의료 누가 지키나
소위 ‘빅5’로 불리는 수도권 병원을 찾아 연간 100만 명이 새벽 KTX에 몸을 싣는다. 그로 인해 연간 4조 6000억 원이 넘는 사회적 비용이 지방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의료 인력과 시설, 서비스 수준에서도 ‘서울공화국’의 폐해는 여전하다. 정부가 거점국립대병원을 지역 필수의료의 중추로 육성하겠다고 나선 것은 뒤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다. 부산대병원의 지역 완결형 메디컬센터 추진도 원정 치료의 병폐를 해소하는 전기가 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국립대병원 전문의 수는 ‘빅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수술 건수는 줄고 빈 병상은 늘고 있다. 지방 의료는 의정 갈등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대병원의 위기는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를 제외한 국립대병원 9곳의 평균 병상 가동률은 2023년 73.6%에서 2024년 56.4%로 급락했고 지난해에도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경상국립대병원은 75.4%에서 52.9%로 떨어졌다. 수술 감소는 더 심각하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국립대병원 10곳의 수술은 2023년 19만 3213건에서 지난해 14만 5810건으로 24.5% 줄었다. 부산대병원은 지난해 1만 3991건으로 2023년보다 17.3% 줄었다. 부산대병원은 지난해 말 전공의 복귀로 10월 기준 병상 가동률이 75%까지 회복했지만 전공의가 정원의 68%에 그쳐 인력 부족은 여전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과 재정이다. 올해 6월 기준 지역 대학병원 9곳의 전문의는 1904명으로 ‘빅5’ 3985명의 47.8%에 그쳤다. 병상은 ‘빅5’의 87.1%에 이르지만 10병상당 전문의는 2.37명으로 ‘빅5’의 4.31명에 크게 못 미쳤다. 이래서는 24시간 중증·응급·필수의료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또 경상국립대병원의 누적 금융 부채는 3392억 원에 달하고 연간 이자만 105억 원에 이른다. 부산대병원도 1235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시설 투자비를 일반 금융권 대출에 의존한 탓이다. 의료진 부족과 경영난이 신뢰 실추와 환자 이탈을 부르고, 이것이 다시 경영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만큼은 막아야 한다.
지역 의료의 붕괴는 ‘서울행’과 동전의 양면이다. 중증 환자가 원정 치료에 나서는 것은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원인이라면 강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거주지에 따라 건강 불평등이 발생하는 구조를 바로잡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정부가 국립대병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지역 필수의료의 중추로 육성하겠다고 한 만큼 이제 선언을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중증·응급·희소 질환까지 책임지는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가 구축되려면 전문의 확충과 필수진료과 지원, 전공의 지역 배정 확대뿐 아니라 재정 지원도 필요하다. 해답은 거점국립대병원의 혁신에 있다. 정부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속도감 있는 집행이 시급하다.
2026-10-0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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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제청 관여는 위헌' 국감서 작심 발언한 대법원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 기관장 자격으로 출석했다. 민주당은 국감에서 조 대법원장을 상대로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 거부를 따져묻겠다며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은 일반증인 출석 요구에 대해 지난 2일 법사위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헌법의 취지에 비춰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에 관해 증언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의 원칙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며 여당의 일반증인 출석 요구와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이후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가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법사위는 국감 첫날부터 조 대법원장의 증인 자격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관 재제청 논란에 대한 여권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았고, 공문 내용만으로는 취지를 알기도 어려웠다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 절차,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가 없다”고 했다. 국회가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건 헌법이 명문으로 정한 기관 간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한 위헌적 조치라고 강조한 것이다. 대법원장이 국감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국감장에서 통상 대법원장은 인사말, 마무리 발언을 하고 의원들의 세부 질의는 법원행정처장이 답변해 왔다. 삼권분립을 보장하기 위한 오랜 관례였다. 그럼에도 여당 주도로 대법원장을 국감장 증인석에 세워 대법관 재제청 불응에 대한 추궁을 시도한 것은 국회의 견제 권한을 넘어 사법부 독립을 흔드는 일이다. 이날 법사위의 대법원 국감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증인 채택과 이석 불허용 등 지난해와 판박이였다. 지난해 국감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에 대한 질의를 쏟아낸 바 있다. 법사위 국감이 여야 정쟁의 장으로 변질돼 안타깝다.
국감 첫날부터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몰아붙여 증언을 요구하고 국감장 이석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법사위 감사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국감의 목적은 입법부가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 보고 문제점을 바로잡는 것이다. 물론 사법부의 행정이나 예산 집행을 살필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감이 사법부와 대법원장을 겨냥한 공세의 장이 된다면 그 존재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법사위만 하더라도 형사사법체계 졸속 개편에 따른 문제점 등 시급히 점검하고 수정해야 할 국정 과제가 산적하다. 여당은 사법부 흔들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행정부 견제와 민생 현안 점검 등 국감 본연의 책무에 충실했으면 한다.
2026-10-0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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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따져야 할 국정 현안 산적한데 정쟁으로 시작한 국감
6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국정감사의 막이 오른다. 여야는 이번에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지자체까지 800개 넘는 기관을 대상으로 견제와 감시에 나선다. 올해 국감은 지난해와 달리 이재명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진 1년을 점검하는 자리다. 국회 본연의 기능이 더 작동해야 하는 이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정책·민생 국감’으로 규정, 정부 국정과제 성과를 부각하겠다는 각오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 실정 검증대’로 보고, 부동산·안보·재정·인사 등 국정 전반을 겨냥한 공세를 벼르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감은 여야 모두 국민을 대신해 회초리를 들어야 할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시작 전부터 증인 채택을 놓고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어 ‘정쟁 국감’ 우려가 크다. 당장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갈등 당사자인 조희대 대법원장 증인 출석 문제를 놓고 난타전이 거세다. 민주당이 대법원장을 일반 증인으로 부르자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내며 맞받았다. 이어 여당이 사퇴 압박에 나서면서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 옹호로 대응했다. 조 대법원장이 관례대로 기관장 자격으로 참석한다고 해도 후속 공방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증인으로 요청한 일은 또 다른 논란이다. 이번에도 기업인 줄소환 논란은 반복됐다.
국감을 ‘의정 활동의 꽃’이라고 부르는 건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어 정책을 따지고, 고칠 건 고쳐 국정이 제대로 굴러가도록 바로잡을 기회이기 때문이다. 경제, 사회, 안보, 외교 문제가 얽히고설킨 복합적 위기까지 닥친 상황이다. DMZ 지뢰 폭발과 북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비 태세 점검, 거듭된 대책에도 치솟는 집값과 지방 부동산 몰락, AI 준비·대응 상황 점검, 대미 투자 관련 미국과의 불협화음, 지휘관 없는 공소청·중수청 출범 등 감시할 현안이 차고 넘진다. 지방 입장에서는 3대 메가프로젝트, 2차 공공기관 이전 등의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국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여야가 이번 국감을 대하는 자세를 의심케 하는 조짐들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여당은 압도적인 세를 앞세워 정부를 감싸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서울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다. ‘야당의 시간’이라는 국감 준비에도 아까운 시간에 ‘광장’으로 뛰쳐나갔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여야 모두에 당부한다. 지금이라도 국가 위기와 민생 불안 속에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바를 제대로 살피길 바란다. 여당은 독선을 경계하고, 정부 편만 들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 역할은 더 중요하다. 자료를 하나라도 더 모으고, 수치를 꼼꼼히 따져 실정을 파고들길 바란다.
2026-10-0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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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 넘은 세리머니, 병역특례제도 이제 손 볼 때 됐다
우리나라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에 오른 선수에 병역특례 혜택을 주고 있다. 예술·체육요원에 대한 군 특례제도는 1973년부터 시작됐다. 제도 시행 당시는 국위 선양을 위한 동기 부여가 절실할 때였다. 하지만 이 제도는 한국이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안게임이 치러질 때마다 금메달리스트 병역특례에 대한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축구 대표팀 일부 선수들이 국방의 의무를 조롱하는 듯한 도 넘은 세리머니를 펼쳐 병역특례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남자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4연패를 달성한 지난 3일 주장 이기혁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메달을 들어 올리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했다. 교체 투입돼 3경기에서 총 16분을 뛴 박승수는 라커룸에서 전역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논란을 키웠다. 양민혁도 “메달이나 트로피보다는 군 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다”고 발언해 비난을 샀다. 특히 최우진이 한 발을 절뚝거리며 걷다가 운동화를 벗어 들고 그 안에 숨긴 금메달을 자랑하는 영상은 ‘지뢰 세리머니’ 논란에 휩싸였다. 국가 대표 선수들의 발언이나 행동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앞서 프로 주전급 선수들로 구성된 야구 대표팀도 일본을 꺾고 대회 5연패를 달성했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병역 혜택을 줘야 하느냐는 논란을 촉발시켰다. 더욱이 주장 노시환이 “과정은 필요 없이 금메달이라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빈축을 산 데다 사회인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 슈퍼라운드에서 0-5로 패한 것도 논란을 확산시켰다. 여기에 한국 대중문화 위상을 드높였지만 병역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한 방탄소년단(BTS) 사례도 다시 소환되면서 공정성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출산율 감소로 병력이 급감한 만큼 특례 제도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 공분이 커지자 여야 정치권에서도 병역특례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의 정일영 의원은 “시대가 달라진 만큼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고, 안규백 의원도 “병역특례제 폐지는 이미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도 “군대가 혐오시설입니까”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기준을 재설계하고, 제도를 유지한다면 상응하는 복무와 공적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병역특례를 남발하는 것은 성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길 수 있다. 병역특례 도입 53년이 지난 만큼 시대 상황과 국민 정서를 감안해 제도를 대폭 손 보는 것이 합당하다.
2026-10-0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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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I 추정 금융기관 해킹, 철저히 조사해 대책 세워야
국내 금융권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차별적인 해킹 공격이 발생하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공격 실체나 규모가 드러나지 않았으나 현재 해킹 시도가 확인된 곳은 신한·KB국민·하나·BNK부산은행, 2금융권의 현대캐피탈·예가람저축은행·웰컴저축은행이다. 신한은행(2만 5000명)을 비롯한 4곳의 금융사에서 고객 정보가 털렸다. 보안이 취약한 일부 금융사는 피해 사실 자체를 모를 수 있다고 한다. 어디라 할 것 없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제2금융까지 금융권 전체가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유출 정보를 통한 2차 피해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경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사건 진상 조사가 급선무다.
이번 해킹 공격에는 AI 에이전트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어 사안의 심각성이 더 크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를 AI를 활용해 보안 취약점 탐색과 침투 과정을 자동화한, 신종 사이버 공격으로 본다. 일부 공격에서는 중국어 기반 AI 해킹 도구가 활용된 정황도 나왔다. 다시 말해, 공격자가 AI를 활용해 금융사의 허점을 찾아 해킹에 성공한 후 비슷한 수법으로 무차별 공격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 이번 공격에서는 보안이 취약한 대출모집인 시스템이나 직원용 내부 업무 지원망 등이 뚫렸다. 사람이 하나씩 공격하던 것에서 AI가 동시다발로 공격을 수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위협에 직면한 것이다.
금융권에 대한 초유의 AI 활용 해킹 공격으로 국민 불안감이 크다. 금융사들은 이번에 유출 정보만으로는 계좌에서 돈을 빼내거나 부정 결제가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개인 정보는 물론 연소득, 대출 정보 등 신용 정보도 유출되면서 정보들을 결합한 맞춤형 피싱 등 2차 피해도 우려된다. 보안업체들은 “비밀번호 재사용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일부 공격에서 다른 곳에서 확보한 정보 등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접속을 시도하는 ‘크리덴셜 스터핑’ 사용 가능성이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보안이 철저한 금융권마저 AI를 활용한 해킹 사정권에 들면서 국민들은 안전지대가 없어진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금융권 전체의 보안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경종이 울렸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엄중한 인식하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금융당국이 4일 긴급 상황대응 회의를 열고 “유사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묻겠다”고 질타했지만 금융사에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다. 당장은 한 금융사에서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즉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해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 나아가, 전 금융권이 합심해 전체 금융권의 보안 시스템을 점검·재정비하는 한편 근본적인 대응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보안 고도화를 막는 규제가 있다면 즉시 손봐야 한다. AI 기반 공격을 막으려면 AI 기반 대응 말고는 답이 없다.
2026-10-0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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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조금 수준 지역별 전기요금제 재설계가 마땅하다
수도권이 전력을 대량 소비하는 반면 비수도권은 발전소와 송전망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국토 불균형 발전을 상징한다. 주민 수용성이 떨어지는 원전, 화전, 고압 시설을 지방에 전가한 채 수도권은 인력과 자산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고도 성장했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제정되고 지역별 차등요금제의 근거가 마련됐다. 특히 산업용 전력은 기업의 투자와 입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별 가격 신호의 의미가 크다. 하지만 정부안은 수도권을 비롯해 지방까지 모든 권역의 요금이 골고루 인하되는 구조다. 가격 신호도, 입지 유인도 기대할 수 없는 이상한 요금제가 되는 것이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 진단 및 개선 방향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대욱 숭실대 교수는 지난 8월 정부가 공개한 설계안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력자급률·지방우대지수·산업위기지역 등을 요금 산식에 반영한 탓에 계통 정책·균형발전·산업 지원이라는 상이한 세 가지 목적이 무리하게 섞였기 때문이다. 송전 거리와 망 이용 비용, 계통 혼잡, 전력 자급률 등 실제 발생한 비용이 반영된 합리적 요금 체계와 거리가 멀어진 바람에 요금 체계라기보다 산업 보조금으로 인식될 우려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당초 취지였던 기업 유치를 위한 입지 신호가 흐려졌다는 대목은 뼈아프다.
정부안은 전국을 11개 지역으로 나눈다. 수도권 남부는 현행 요금을 유지하되 수도권 북부는 ㎾h당 최대 10원, 강원·충청 등 중부권은 최대 15원, 원전·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부산·울산·경남 등 남부권은 최대 18원까지 인하하는 방식이다. 이 설계안의 맹점은 인하만 있고 인상은 없어서 시장 원리에 반한다는 점이다. 2조 8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인하 비용은 결국 한전이나 정부 재정, 다른 전력 소비자 가운데 누군가가 부담해야 한다. 새 요금제가 이름만 지역 차등일 뿐 산업계에 2조 원대 혜택을 나눠 주는 보조금으로 변질되고 균형발전의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시행을 서두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차등 요금제는 전력 생산과 송전 부담을 감당해 온 지역의 비용과 기여에 대한 보상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새 요금 체계는 이들 지역에 신규 공장과 증설 투자가 이뤄지면 계통 여건을 반영한 가격 신호가 분명히 작동해야 한다. 도소매 권역 합리화 등을 통해 기업이 실제로 얼마를 왜 더 내거나 덜 내는지 알 수 있어야 입지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송전 비용과 계통 혼잡, 발전·소비 불균형이 요금 체계에 녹아들어야 한다. 지금의 정부안처럼 보조금 같은 요금제로는 수도권 집중도, 전력망 비효율도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원가에 기반한 균형발전의 가격 신호로 재설계해야 한다.
2026-10-05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