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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항재개발 활성화 위한 추진 주체 단일화 필요하다
2000년 말 당시 안상영 부산시장은 부산의 나아갈 방향이 한국에 또 다른 수도를 하나 만드는 것에 필적하는 ‘해양수도 부산’이 돼야 한다며 수도 선포식을 가졌다. 이에 따라 부산지역에서는 정부 예산 협의 과정에서부터 부산만의 차별성을 강조하겠다는 수준을 넘어 아예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촉구하자는 시민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 법적 의미의 해양수도는 언감생심이 돼 버렸고 아직도 해양 자치권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게 부산의 현주소가 됐다. 해양수도 부산 선포식이 있은 지 25년이 되는 올해 때마침 조기대선 바람까지 불기 시작하자 부산지역에서는 올해를 진정한 해양수도 부산의 해로 만들 수 있는 기회로 삼자는 움직임이 들끓는 중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지역 시민단체와 학계, 법조계, 노동계, 해양업계는 17일 부산시의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수도 부산’ 선포 25주년을 맞아 국제해양중심 도시 부산 구축을 촉구했다. 이들은 컨테이너 화물 처리 세계 7위, 환적 물동량 처리 세계 2위의 세계적인 허브항이 부산항의 위상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아직도 핵심적인 과제들이 진척되지 못함으로써 부산이 국제해양중심 도시로 도약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최우선 해결 과제로 북항재개발 추진 주체의 단일화 문제를 꼽았다.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 부산시로 추진 주체가 나눠짐으로써 사업 진척이 답보를 거듭하기 일쑤였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전담 특수목적법인 설립 등 단일 추진 주체 확립 필요성까지도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그동안 해양수도 부산 실현을 위해 숱하게 제시돼 온 과제들이 다시금 소환됐다. 해양수도 위상과 기능 제고를 위한 관련법 제정, 해양정책 관련 해양자치권 확보, 부산해사전문법원 설치, 북극항로 개척 극지 관문도시 구축, 영도 해양수산클러스터의 부산해양단지 재정립을 통한 클러스터 기능 활성화, 공동어시장 현대화를 통한 국제적 수산물 유통 플랫폼 추진 등이 그것이다. 망라된 정책 과제들을 보노라면 선포식 25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이뤄지지 못한 해양수도 부산의 꿈이 얼마나 켜켜이 좌절돼 왔는지를 돌이켜 보는 듯해 가슴이 아플 정도다.
지역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반영되는 데에는 여러 경로가 있으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무래도 선거 공약에 반영하는 것일 터이다. 공약이 정책이 되고 정책이 현실이 되는 선순환이야말로 이상적인 정책 실현이기도 하다. 때마침 오는 6월 3일에는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열린다. 각 후보 캠프들마다 본격 레이스 돌입 직전 지역 공약을 만들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금이 공약 반영에 가장 적절한 타이밍으로 보인다. 이날 분출된 해양수도 부산 구축을 위한 열망이 각 후보들의 공약 수첩에 빼곡히 들어찰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5-04-1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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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대 증원 원점 지역·필수의료 개혁까지 멈추면 안 돼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058명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 총 5058명으로 증원키로 한 계획을 1년여 만에 원점화한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조정 방향’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의대생들의 3월 내 전원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의대 교육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대학 총장과 의대 학장단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일부 의대에선 학생들이 ‘등록 후 투쟁’ 방침을 밝히며 수업 거부에 나서 실질 복귀율은 40개 의대 전체 학년 평균 25.9%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국민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의대 증원 정책을 포기한 것은 의대 교육 파행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의대생들에 대한 정부의 신뢰를 회복해 수업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고육지책으로도 읽힌다. 의대생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 정부와 대학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가장 시급한 현안은 미래 의사를 양성하는 의대 교육의 정상화다. 교육 붕괴로 인한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이제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에 대해서는 학칙에 따라 유급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각 대학과 의료계, 정부도 제대로 된 의대 수업과 실습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이번 발표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상실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중증질환자들이 참고 견딘 고통이 물거품이 됐다”라고 반발했다. 시민·노동단체도 의대 증원 원점화로 의료 개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와 의료계 갈등으로 지난 1년여 동안 국민들은 큰 불편을 감수했다. 지역에서는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뺑뺑이’를 도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시기를 놓쳐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연들도 이어졌다. 의대생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 교육 정상화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전공의들도 하루빨리 현장으로 복귀해야 마땅하다.
당초 의대 증원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료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번 증원 백지화가 의료 개혁 포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의료 개혁의 답이 아니라고 그동안 강조했다. 이제 정부가 한발 양보한 모양새를 취한 만큼 의료계도 서둘러 전향적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의 극심한 의료 불편과 고통을 외면한 채 어물쩍 과거로 회귀하겠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의료계는 직역 이기주의라는 국민 비난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은 비정상인 현재의 지역·필수 의료를 정상화할 방안을 정부와 함께 적극 모색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도 중단 없는 의료 개혁 추진으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2025-04-1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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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천 우주항공청 핵심 기능 뺀 껍데기만 남길 텐가
지난해 5월 우주항공청이 경남 사천시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판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은 대한민국을 우주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시킬 우주항공 생태계의 핵심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하지만 개청 1년을 앞둔 현재, 우주항공청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정부와 정치권 등의 도 넘은 처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우주항공청 개청일인 5월 27일을 국가기념일인 ‘우주항공의 날’로 지정했다. 하지만 다음 달 열릴 첫 기념식을 우주항공청 본사가 있는 사천이 아닌 경기도 과천 국립 과천과학관에서 개최한다고 한다. 사천은 물론 경남 도민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설립된 우주항공청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우주항공청의 핵심 기능인 연구개발 본부를 사천이 아닌 대전에 둬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법안도 국회 계류 중인 상태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22명은 지난해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우주항공청에 우주항공기술의 연구개발 및 우주항공산업의 육성·진흥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본부를 둔다’는 기존 조항을 ‘연구개발 관련 사업 본부의 소재지는 대전광역시로 한다’로 바꾸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연구개발 기능을 대전으로 빼간다는 것은 사천 우주항공청을 빈 껍데기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는 대한민국 국익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사천 시민 등 경남 도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천 지역 시민단체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천시와 경남도는 글로벌 우주항공도시로의 도약을 목표로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을 아우르는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주항공 강국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관련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에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일부 정치권이 우주항공청의 백년대계를 훼손하는 행태를 이어가는 것은 경남은 물론 동남권 전체를 무시하는 것이다.
우주항공청은 남부권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천 등을 우주항공산업의 메카로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개청 1년을 앞둔 지금은 우주항공청이 제대로 성장하도록 범 정부적 지원을 쏟아부을 때다. 그런데도 우주항공청의 핵심 기능을 다른 광역지자체로 빼가려는 시도가 이어진다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것이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조기 대선을 앞둔 지금, 혹여 정치적 논리에 편승해 국가 미래 성장 동력인 우주항공 생태계를 훼손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 행정 기능만 남겨진 우주항공청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수도권 중심주의 사고에 젖은 비상식적 행태들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
2025-04-1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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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재 참사 반얀트리 인허가 수사 한 점 의혹 없도록 해야
6명의 사망자를 낸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소방 인허가 비리로 확대되고 있다. 부산소방본부는 최근 해당 리조트의 소방 시설 허가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소방관 2명에 대해 직위해제 등의 인사 조치를 내렸다. 앞서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지난 11일 소방본부에 2명을 피의자로 보고 수사 개시를 통보한 바 있다. 반얀트리 화재 이후 현직 소방관 2명이 피의자로 전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화재로부터 시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소방 공무원이 소방 인허가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부산 시민에게 깊은 허탈함을 주고 있다.
경찰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등 기본적인 소방안전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화재 당시 준공이 난 상태였음에도 리조트 건물은 내외부 공사가 한창이었던 점에서 인허가 절차 전반에서 부실이나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왔다. 경찰은 관할 부서에 없던 한 소방령이 인허가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거래된 안전 불감증의 민낯이다. 인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현직 소방관의 비리 정황은 단순한 개인 비위를 넘어 공권력 내부의 조직적 타락을 드러내는 심각한 사안이다. 소방 인허가 비리 의혹은 인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부산소방본부의 대응도 너무나 실망스럽다. 경찰이 수사 개시를 통보한 지 며칠이 지나서야 뒤늦게 인사 조치를 취했다. 그나마도 형식적 조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인허가 관련 행정 착오나 직무 태만이 아닌 리조트 측과 소방 조직 간 유착으로 인한 인허가 비리로 보고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달부터 경찰은 전·현직 소방 간부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참에 조직적인 유착과 구조적 부패 가능성도 살펴보아야 한다. 나아가 주목할 대목은 화재 당시 건물의 스프링클러 등 기본적인 소방안전시설이 작동하지 않았고, 준공이 완료됐음에도 공사가 계속 진행 중이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한 점 의혹 없는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
부산시와 기초자치단체의 관리 부실은 없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시와 소방본부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비위 사건으로 축소해선 안 된다. 소방 조직이 시민의 곁에 남고 싶다면, 곧바로 내부부터 정화해야 한다. 소방 인허가 전 과정을 전면 재점검하고, 감사 시스템과 시민 감시단 도입, 내부 감찰의 독립성 보장 등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말로만 ‘투명성 강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제도도 바꿔야 한다. 나아가 필요하다면 유착 가능성이 있는 인허가 담당 부서에 대한 전면적인 인사조치도 불가피하다. 반얀트리 화재로 수많은 인명이 죽고 다쳤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철저한 수사와 단호한 조치다. 다시는 반얀트리 참사는 없어야 한다.
2025-04-1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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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해공항 폐쇄? 가덕신공항 2029년 적기 개항이 우선
2029년 개항을 목표로 건설이 진행중인 가덕신공항 앞에 또다른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는 6월 3일 조기대선을 앞두고 국회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의 캠프 내에서 가덕신공항의 전면적인 밑그림을 수정하는 육성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경제 공약 싱크탱크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가 가덕신공항 확장 등을 내용으로 공약을 다듬고 있다고 한다. 가덕신공항을 이 대표의 지역 균형발전 공약 안에 포함된 소위 남부지역 ‘U벨트’의 물류 중심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 구상이 현재 운영 중인 김해공항을 폐쇄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해공항 폐쇄를 전제로 한 가덕신공항 역할 재설정 검토 사실이 알려지자 당장 지역사회에서는 ‘신공항을 놓고 또 무슨 정치적 고려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신공항 입지 선정 포기, 박근혜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결정, 문재인 정권의 가덕신공항 신설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해 오던 신공항 정책이 조기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까지 2029년 개항조차도 불투명했을 정도로 신공항 정책의 표류를 지켜봐 온 지역사회는 유력 대선주자의 캠프에서 고려중이라는 공약 소식만으로도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그게 신공항 자체를 바꾸는 게 아니라 김해공항만 폐쇄하는 것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김해공항 폐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깝게는 박근혜 정권 당시 해외 공항전문 용역사가 밀양과 가덕을 놓고 신공항 입지 선정을 할 당시에도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하면 김해공항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가 부산지역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이번 이 대표 측의 공약 검토는 당시와는 달리 확정된 가덕신공항의 역할 재설정 조치로 보이지만 여러모로 부산 시민들에겐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시도에 가깝다. 이미 활주로 1본을 전제로 건립에 들어간 가덕신공항에 폐쇄한 김해공항의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공사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해공항 폐쇄로 지역 공항이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까지 만만찮게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가덕신공항의 역할 재설정 검토 정도를 놓고 부산지역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조기대선에서 이 전 대표가 가지는 무게감을 부산지역이 그만큼 무겁게 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당선될 경우 인수위도 없이 곧바로 취임하는 만큼 공약은 곧바로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큰 점도 고려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부산지역으로선 김해공항의 포화로 인해 절박하게 시작된 가덕신공항 건립과 관련해 2029년 적기 개항에 차질을 주는 모든 변수를 정치적 고려로 볼 수밖에 없다.
2025-04-1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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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급한 민생·통상 현안 해결 추경 더 미룰 일 아니다
정부가 당초 발표했던 10조 원에서 약 2조 원 늘린 12조 원대의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필수 추경안’을 확정·발표했다. 추경 사업은 크게 재해·재난 대응(3조여 원), 통상·AI경쟁력 강화(4조여 원), 민생 지원(4조여 원)으로 이뤄져 있다. 추경 사업은 모두 국가적으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민생·통상 현안들이다. 정부는 필수 추경안의 세부 작업을 매듭짓고,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추경안이 마련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가 필수 추경안을 확정·발표한 배경에는 역대급 산불 피해 복구를 서두르고, 사상 최악의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자리 잡고 있다. 우선, 영남 지역의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재해대책비를 기존 5000억 원에서 2배 이상 보강할 계획이라고 한다. 산불 예방·대응 시스템 강화를 위해 중·대형급 산림헬기 6대, AI 감시카메라 30대, 드론 45대, 다목적 산불진화차 48대를 추가 도입한다.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취약계층 등 민생 지원 사업도 진행한다. 소상공인의 공공요금·보험료 납부에 사용할 수 있는 연간 50만 원 수준의 ‘부담경감 크레딧’ 제공과 전년 대비 카드소비 증가분의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하는 ‘상생페이백’ 사업 신설이 대표적이다.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인한 통상 리스크에 대응하고 첨단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도 눈길을 끈다. 관세 피해·수출 위기 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저리 대출과 수출보증 등 정책자금 25조 원을 신규로 공급하고, 수출 바우처 지원기업도 2배 이상 확대한다고 한다. 특히 AI 분야에만 1조 8000억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3000장 이상을 즉시 공급하고, 연내 1만 장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AI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AI혁신펀드’ 규모도 기존 9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대폭 늘린다. 미중 관세전쟁 등으로 대외적 경제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고 경제성장률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돌파구가 되길 바란다.
재정은 경제 위기를 막아낼 방파제이자 마지막 보루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수출·내수가 동시 부진에 빠질 우려가 큰 상황에서 재정마저 흔들리면 정부의 경기 대응 능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부의 필수 추경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극심한 내수 침체로 민생이 무너져가고, 미국발 통상 압박이 점점 거세지는 게 현실이다. 원내 1당(민주당)과 2당(국민의힘)은 정부가 제시한 추경안이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초당적 협력에 나서길 바란다. 민생·통상 현안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2025-04-1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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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울경 시도지사의 분권형 개헌 목소리 귀 기울여야
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가 이번 대선을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권한 배분을 골자로 하는 ‘이중 분권 개헌’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 출범 2주년을 맞아 14일 부산시청에서 제3회 부울경 정책협의회를 열고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수도권 일극체제에서 심화하는 저성장, 초저출생, 지역 격차 확대 해결을 위해 대통령과 국회의 역할 분담을 새롭게 하고, 중앙과 지방 정부 권한을 재배분하는 이중 분권 개헌을 촉구했다. 특히 헌법에 지방 분권의 가치 실현 방안과 저출생·고령화, 지방 소멸 문제에 대한 비전과 방향도 담아야 한다고 명시해 주목된다.
부울경 시도지사들은 이날 낡은 옷을 입고 있는 우리 헌법을 민주주의 가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새롭게 단장하는 역사적인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제왕적 대통령제와 제왕적 국회의 충돌 속에 갈등과 혼란을 거듭하며 국정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로 거듭되는 불행한 역사와 이제는 단호히 결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형준 부산시장도 최선의 방법은 대선과 개헌이 함께 가는 것이라고 봤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주요 정당과 대선 후보들이 개헌 약속을 분명히 하고, 개헌 방향에 지방정부 권한 배분 등을 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은 2022년 초광역 메가시티를 지향하던 ‘부울경 특별연합’이 해체된 뒤 2023년 3월 출범했다. 초광역권 발전계획 수립, 핵심 프로젝트 선정 등 부울경의 60여 개 공동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3개 시도 단체장이 이날 정책협의회를 통해 부울경 공동 과제 21개를 대선 공약 반영에 협력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공약은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건설,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 건설, 부전~마산 간 복선전철, 울산~부산~가덕도신공항 간 광역철도 건설 등이다. 21개 과제 가운데 13개가 부울경 철도, 도로 등 인프라 구축 관련 내용이다.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광역 교통망 구축은 필수다.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은 인구 770만 명, 지역총생산(GRDP) 300조 원에 육박하는 초거대 경제권을 형성한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에 대응할 만한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치 체제 변화 등 큰틀에서 지방 분권 개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또 부울경이 공동 협력사업으로 펼치는 철도와 도로 등 광역 교통망 구축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지역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역의 인프라에 대한 확충과 투자는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중단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중앙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꾸준하게 밀고 가야 할 사안이다.
2025-04-1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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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포 커지는 사상~하단 싱크홀 정확한 원인 규명부터
부산 사상구 사상~하단선 도시철도 공사 현장 부근에서 연이어 땅 꺼짐(싱크홀)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3일 학장동에서 가로 5m 크기의 대형 싱크홀이 생긴 데 이어, 불과 하루 만에 200m 떨어진 지점에서 지름 3m 규모의 싱크홀이 또다시 발생했다. 싱크홀이 발생한 곳은 모두 사상~하단선 도시철도 공사 현장과 그 인근이다. 이로써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해당 공사 구간 주변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10건에 이른다. 이쯤 되면 단순한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시민들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이제는 땅을 디디고 걷는 것조차 두려울 지경이다. 공사가 우선이 아니라 싱크홀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게 급선무다.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은 이제 ‘싱크홀 우발지대’로 불릴 만큼 위험한 구간으로 전락했다. 트럭이 추락하고, 횡단보도 한복판이나 교각 옆에서 땅이 꺼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것이 오히려 기적이라 할 정도다. 만약 싱크홀 순간 누군가가 그 자리를 지나고 있었거나, 아이들이 등교하던 시간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사고가 반복되면서 부산시와 관련 기관들은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말뿐이었다. “조사 중”이라는 말로 책임을 미루며, 실질적인 조치 없이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반복되는 사고 앞에서 부산시는 단호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오는 23일 긴급 현안 질의를 통해 사상~하단선 공사 관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날 질의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지난 10일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싱크홀 사고 현장을 찾는 등 특별 현장점검을 실시했지만 싱크홀이 생기는 걸 막진 못했다. 싱크홀을 막기 위한 지표투과레이더(GPR)의 부족과 함께 탐사의 실효성도 크게 떨어진다. 대형 굴착공사의 경우 지하 10m 넘게 파기도 하는데, GPR 탐사는 지하 2∼3m 정도만 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과 보완도 반드시 필요하다. 부산의 교통 인프라 확장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앞설 순 없다.
부산시는 이번 사태를 매우 중대한 안전사고로 인식해야 한다. 이제 더는 “유감이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빈말로는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명확한 원인 규명 없이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또 다른 사고를 예고하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지반 약화는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대로 공사가 계속된다면 언제 어디서 또 다른 싱크홀이 발생할지 예측조차 어렵다. 사상~하단선 공사는 부산의 중요한 교통망 확장을 위한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시민의 안전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 원인 규명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공사를 계속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2025-04-1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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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상~하단 또 대형 싱크홀… 특단의 대책 필요하다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건설 현장 인근에서 또 대형 땅꺼짐 현상이 발생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13일 오전 5시 30분께 부산 사상구 학장동 횡단보도에 가로 5m, 세로 3m, 깊이 4~5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생겼다. 일요일 이른 아침이어서 통행량이 적었는데다, 동서고가로 교각과 지척이었지만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사상~하단선 구간에 지반 침하 사고가 빈번해 이번이 7번째라는 점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을 다짐했는데 왜 멀쩡했던 아스팔트가 무너지기를 반복하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커녕 이제는 외양간이 무너진 줄도 모르는 것인지 분통이 터진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사상~하단선 현장에서 민관 합동 특별 점검을 실시했다. 한 달 전 폭우 때 도로가 침하되면서 트럭 2대가 빠질 만큼 큰 땅구멍이 발생해 공포감까지 조성되자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이 특별 점검에는 부산국토관리청, 국토안전관리원, 국가철도공단, 한국지하안전협회 및 민간 전문가까지 참여했다. 이때 흙막이공법·차수공법·계측관리 현황을 강도 높게 점검했다는 발표가 나왔고 부산시의 원인 조사와 향후 예방책까지도 점검에 포함됐다. 하지만 6개월 만에 해당 구간의 도로에 또 큰 구멍이 뚫렸으니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하나. ‘시민이 안전한 도시’의 구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과 하단역(6.9㎞)을 잇는 공사 현장 주변에서 유독 도로 침하가 잦은 것은 연약 지반에서 지하 굴착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빗물 유입이나 노후 상하수도관 파열이 토사 유실과 지반 침하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취약점이 반복 지적됐는데도 불구하고 싱크홀 사고가 계속되면서 주기적인 관리와 점검, 지반 보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인력·장비의 열악한 사정도 문제로 지적됐다. 2명이 차량형 GPR(지표 투과 레이더) 한 대로 부산 전역을 전담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은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은 언감생심인 실정이다.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인근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를 우연의 결과로 봐서는 안 된다. 심각한 대형 사고의 전조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들여다봐야 한다. 사고가 날 때마다 아스콘으로 현장을 덮어 가리는 식의 땜질 처방은 더 큰 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 예견된 참사로 가는 지름길일 뿐이다. 땅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밝힌 다음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그래야 운전자와 보행자가 안심할 수 있다.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 시공사 등은 그간의 지반 탐사와 현장 점검이 허술했던 것인지 조사해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땅꺼짐 사고는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결의가 필요하다.
2025-04-1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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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라이즈 지원금 대학별 배분 실질적 혁신 성과 내야
부산시가 올해 134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부산형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처음으로 본격 시행되는 라이즈 사업은 교육부가 주도하던 대학 재정 지원 체계를 지자체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 핵심이다. 이는 지역 산업과 인재가 유기적으로 순환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최근 시는 부산형 라이즈 사업 대상에 20개 지역 대학과 122개 과제를 선정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각 대학이 지역 기업과 협력해 특성화 전략을 추진할 수 있도록 단계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대학과 지역 산업 간 연계를 강화하고 지역 성장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산형 라이즈 사업은 2029년까지 미래인재 확보, 산업 고도화, 사회 가치 확산, 대학 혁신이라는 4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다. 특히 취업률 15%, 협업 실적 10%, 창업률 20% 향상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 여기에 시는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지역 산업체와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재 양성-취업과 창업-지역 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으로 부산형 성공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성과 중심의 접근이 단순한 수치 달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각 대학이 지역의 산업과 사회 수요를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걸맞은 특성화 전략과 실행력을 갖추는 일이다.
이번 평가에서 대학별 혁신 전략의 실현 가능성, 재정 투자 효과 등이 핵심 기준이 된 것은 시의 정책 방향이 비교적 명확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대학 간 이의 제기와 수정 계획 제출이 이어지는 만큼, 평가의 공정성과 절차의 투명성은 끝까지 확보돼야 한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 2월 라이즈 사업 종합계획 평가에서 전국 광역지자체 중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지역 대학과의 협력 부족이 약점이었다. 이에 부산시는 성급한 예산 집행보다 대학과의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통해 정교한 전략 수립과 이행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어려움에 처한 지역 대학으로서는 라이즈 사업이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부산형 라이즈 사업은 단순히 예산의 집행 주체가 바뀐 것이 아니다. 이는 지역이 주도하는 고등교육 혁신의 새로운 흐름을 여는 첫걸음이다. 또한 지역 대학을 위기의 주체에서 변화의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분기점이다. 참여 대학은 재정 수혜자에 머물지 말고 지역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주체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부산시 역시 사업 이행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유연한 정책 조정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일찍이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형 라이즈를 통해 대학과 산업계, 공공기관이 협력해 지속 가능한 지산학 협력 성장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학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교육 생태계가 부산에서부터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2025-04-14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