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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 유권자 지역 발전·생활환경 개선 공약 원한다
〈부산일보〉가 22대 총선을 보름여 앞두고 부산 시민들로부터 ‘공통 공약’을 제안받아 보니, 시민 생활환경 개선과 함께 지역 발전 현안에 관한 내용들이 두루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환경 개선은 주로 유권자 개인이 원하는 공약이고,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은 대체로 부산 지역 단체 차원에서의 제안이었다는 게 특징이다. 잇단 막말과 공천 파동으로 혼탁한 중앙 정치권과 달리, 지역에서는 진영논리나 이념 대결과 거리가 먼, 정책 선거에 대한 시민 열망이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부산 지역 후보들이 공약 점검의 진지한 시간을 갖고 정책 선거의 장을 펼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공통 공약’은 〈부산일보〉가 유권자와 단체로부터 공약을 접수받아 각 지역구 여야 후보에 제안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한 프로젝트다. 접수 결과 다양한 분야에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는데 지역 정치권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공약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주목되는 바는 거대 담론보다는 일상생활의 변화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산책길 조성’이나 ‘응급실 확충’ ‘중학교 개설’ 같은 요구들은 유권자들의 눈높이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지역민의 대변자로서 골목골목 곳곳을 밝히고자 하는 후보라면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이런 공약을 적극 살펴야 할 것이다.
이번 공통 공약에는 부산의 미래를 위해 시급한 발전 현안들도 대거 포함됐다. 가덕신공항 건설 분리 발주, 에어부산 분리매각,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 지방소멸을 막는 지방자치 확대 등은 반드시 풀어야 할 핵심 현안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지역 유권자들도 이견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그 밖에도 지역 경제·관광 활성화 관련 공약과 일자리 창출·확대 관련 공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살기 좋은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부산의 숙제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발전 전략들, 열악한 지역의 문화 인프라 확충에 대한 요청들도 후보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번 공통 공약 프로젝트는 부산 시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한층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진행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공정성을 유지한 만큼 그 어떤 것도 섞이지 않은 부산 시민의 순수한 염원과 밑바닥 목소리를 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여야 후보들이 이를 적극 경청하고 꼼꼼히 점검해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 남았다. 물론 필요하다면 후보들이 수정과 보완의 과정을 거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 고충을 이해하고 염원을 이루려는 치열한 노력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후보들도 유권자들도 부산 발전의 과제를 찾고 실현하는 데 온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024-03-2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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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의료 제대로 살리려면 지역의사제 도입해야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촉발된 정부와 의료계 간 ‘강 대 강’ 대치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양측 모두 조금이라도 양보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지역 간 의료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다. 〈부산일보〉 취재팀이 일본의 의료 현장을 취재한 결과 필수의료 쪽으로 의사들을 유인하기 위해 지역 의대 졸업생이 의사면허 취득 후 해당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정원제(의사제)를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의사 증원만으로는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인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부산일보〉 취재에 따르면 일본은 2007년 지역의사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현재 일본 전체 80개 의과대학 중 71개 대학이 지역의사제를 도입하고 있다. 2021년 일본 지역의사제로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의 지역 정착률은 무려 95.3%에 달했다. 한국이 대학 정원 증원과 지역의사제를 반대하는 동안, 일본은 지역의사제 비율을 꾸준히 높여왔다. 2023년 일본 의대 정원의 19% 수준이다. 고되고 위험한 필수의료를 기피하기는 일본의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필수의료 체계가 돌아가는 것은 지역의사제의 효과 덕분이다. 필수의료 강화와 응급의료 체계 구축은 우리도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의무적 근무가 아닌 의료 인력의 자발적 유입이라 지역의료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일본처럼 지역의사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가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3.3%가 지역의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도권과의 의료 격차가 심각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였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이번 주부터 ‘면허 정지’ 처분을 시작하겠다고 공표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25일부터 집단 사직서 제출을 시작한다. 의·정 갈등을 해결할 협상 돌파구가 보이지 않으면서 애꿎은 환자 피해만 더욱 커지고 있다.
의사 부족으로 인해 지역의료가 무너지는 현실을 더는 방치할 여유가 없다. 의대 증원과 더불어 지역의사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의대 증원에 따라 지방 의대 출신 의사가 아무리 늘어난들 수도권으로 가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의사제는 지역 필수 공공의료를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 지역의사제를 바탕으로 지역의료가 강화돼야 한다. 정부도 우리 실정에 맞게 지역의사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게 옳다. 지역 특성에 맞는 공공의대 설립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더 이상 비수도권 지역 주민의 생명과 건강이 볼모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4-03-2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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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선 레이스 시작, 능력·인물로 선의의 경쟁하길
4·10 총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2일까지 여야 후보 등록을 마치면 오는 28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가능해진다. 지역구 254석, 비례대표 46석 등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22대 총선이 마침내 본선 경쟁에 돌입하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부산 울산 경남 40개 선거구에서 공천 작업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이번 총선도 거대 양당 대결 구도가 짙다. 두 당은 원내 1당을 놓고 겨룬다. 개혁신당, 새로운 미래 등 소위 제3지대 신당이 얼마나 유의미한 성적을 올릴지도 관심사다. 후보 등록을 마친 여야 출마자들은 이제 진검승부를 펼치는 일만 남았다.
여야 공천 과정은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각 정당의 공천 기준은 들쑥날쑥했다. 새로운 피 수혈과 함께 누구나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 공천을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결국 빈말이 됐다. 국힘은 정치 신인의 과감한 발탁을 표방했지만, 국민 앞에 내놓은 것은 현역 위주의 공천이었다. 최근에는 대통령실발 ‘이종섭·황상무 논란’까지 안게 되면서 중도층에 실망감을 안겼다. 민주당은 ‘비명횡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일부 인사의 연쇄 탈당 등을 겪었다. 특정 계파가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후보자 공천에 열을 올렸다는 지적도 받았다. 새 정치를 염원했던 국민의 기대감은 사그라들었다.
각 당 출마자는 대부분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쳐 후보 등록의 길을 열었다. 전략 공천이나 단수공천 등을 받아 후보가 된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경선을 치러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후보들의 입에서는 상대 당과 후보를 헐뜯는 언어만 난무할 뿐 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은 잘 보이지 않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거야 심판’을, 야당인 민주당은 ‘정권 심판’을 호소하고 있다. 유권자는 정당 정책과 지역 현안에 더 관심이 많다. 정치에 관심을 기울인 만큼 정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여야는 제대로 된 인물, 정책 대결을 펼쳐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유권자들의 냉철한 판단과 꼼꼼한 분석이 요구된다.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공방만으로는 표를 얻을 수 없다. 국민은 이미 갈등·대립 조장에 식상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정당이나 후보는 유권자들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법정 토론회를 비롯해 각종 정책을 비교할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유권자들은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이 지켜질 수 있는 것인지, 어떤 후보가 진정성이 있으며 도덕적으로 흠결은 없는지 등 옥석을 잘 가려서 투표해야 한다. 민심은 선거를 통해 전달된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지역 발전을 이끌 옥석을 가릴 국민의 현명한 선택의 순간이 바짝 다가왔다. 이제는 엄정한 기준으로 정당과 후보자를 평가하는 일만 남았다.
2024-03-2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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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항운노조, 채용·인사 전면 쇄신 약속 지켜라
고질적인 채용·승진 비리로 지탄을 받아 온 부산항운노조가 22일 5개 관련 기관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채용·인사 추천권’을 내려놓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노조가 제도 개선을 넘어 추천권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북항 자성대부두가 개장한 1978년 이후 46년 만의 일이다. 정규직 채용이나 지부의 반장 승진 때 지부장의 추천 절차를 생략하고, 비정규직 채용 심사에서도 노조가 빠진다는 게 핵심이다. 최근 노조 비리가 또 다시 무더기로 적발되자 고강도의 혁신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비리의 고리를 끊고 전면 쇄신의 길로 나아가려면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시스템 개선 계획을 이행해 쇄신 약속을 확실하게 지키는 게 중요하다.
채용·승진 비리는 오랜 세월 부산 항만에 횡행한 고질병으로 항구도시 부산의 수치였음을 모르는 시민은 없다. 다단계 먹이사슬처럼 조직적인 채용 비리가 드러난 2005년 노·사·정이 참여하는 ‘부산항 항만인력 수급관리 협의회’로 인력 채용이 넘어간 바 있고, 2015년에는 논란이 됐던 노무자 독점 채용 권한을 노조가 포기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취업과 승진을 대가로 한 비리 사건은 끊이지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019년에도 노조 가입과 승진, 정년 연장, 신항 전환 배치, 일용직 공급 등 인사와 관련된 구조적 비리가 은밀하고도 광범위하게 자행됐는데, 그때는 ‘가공 조합원’까지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비리가 여전히 활개치는 것은 이를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탓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최근에 무더기로 적발된 채용·승진 비리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7개 지부에서 수십억 원의 돈이 오간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간부들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현금을 체크카드 형태로 상납받은 것은 대규모 수사가 벌어진 2019년 이후 발생한 또 다른 신종 비리다. 특히 경제적 여력이 없는 직원에게는 대출 알선까지 거들었다고 하니 혀를 찰 일이다. ‘비리 복마전’의 오명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2019년 도입된 공개 채용 제도는 무늬만 공채였지 노조의 채용 권한은 사실상 유지됐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까지 정식 노조원 채용에는 각 지부장의 권한이 절대적이었다. 조장이나 반장 등으로 승진할 때도 지부장이 추천하고 집행부가 이를 승인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 속에서 대규모 비리가 발생했는데 그때마다 자정과 쇄신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도 곳곳에 뿌리내린 비리는 완강하게 버텼다. 이제 항운노조가 추천권을 완전히 내려놓은 만큼 채용·인사 비리와는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말과 의지의 차원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조처가 비리 근절을 위한 특단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계기로 나아가길 바란다. 부산이 세계적인 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기필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2024-03-2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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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대 증원 배분 발표… 힘 모아 지역의료 강화할 때다
의대 증원 갈등 이후 한 달 만인 20일 정부가 2025학년도 전국 의과대학의 정원을 지금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것은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의 담화문 발표 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여러 차례 강조했던 대로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비수도권에 증원분의 82%를 할당했다”며 배분 결과를 설명했다. 부울경의 정원은 기존보다 총 361명이 늘어난 820명으로 결정됐다. 정부가 의·정 갈등의 최후 고비로 여겨지던 대학별 의대 정원을 확정함으로써 의대 증원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남은 일은 의료계 설득과 의료개혁의 연착륙이다.
정부가 다음 주로 예고된 의대 교수들의 사퇴 경고와 임박한 총선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2000명 증원을 공표한 것은 대입 일정 등을 고려하면 더는 시간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의대 증원의 근거로 부각된 지역·필수의료 강화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감도 작용했다. 지방 거점 국립대 9곳의 정원이 최대 200명까지 늘어나는 등 전체 80% 이상이 비수도권에 배정됐고 서울 지역 8개 대학엔 증원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이를 잘 보여준다. 또 지역인재 선발 전형 비율을 60%까지 늘리는 계획도 같은 맥락이다. 각 지역이 이참에 수도권과 의료 격차를 줄일 기회라며 기대감을 품을 만하다.
이처럼 정부가 국민 여론에 힘입어 의대 증원의 원칙 대응 기조를 줄곧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의료계 설득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파국적 결과” 운운하며 정부를 비난한 대한의사협회는 물론 오는 25일 집단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의대 교수들의 움직임도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의 증원 배분 확정으로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지만 아직 이번 사태의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렇더라도 정부는 공표한 의대 증원 일정에 따라 구체적인 지역의료 강화 대책에 한 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밀어붙인 의료 강공책의 성패 여부가 사실상 여기에 달렸다.
이제부터는 의료개혁의 핵심인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실행 방안 마련이 매우 중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달 출범 계획을 밝힌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의료개혁 추진의 핵심 기구인 만큼 지역·필수의료를 대변할 전문가의 참여가 꼭 보장돼야 할 것이다. 의료계도 정부 조치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확인된 이상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더는 실력 행사로 의대 증원을 저지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의료개혁을 위한 공식 기구가 출범하는 만큼 여기서 의료계 주장을 요구하는 게 순리다. 의사의 존재 근거인 환자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2024-03-2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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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국립대 쏠림 현상 줄여야
지난해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내 금융 공기업·기관에 입사한 부산 지역인재가 1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한국예탁결제원 등 7개 기관에 입사한 부산 지역 대학 출신이 118명으로 전체 신입 사원의 32.5%에 달했다는 것이다. 전년도(115명)에 이어 2년 연속 100명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혁신도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이 제도적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공공기관을 지역으로 이전시키고 혁신도시를 조성한 근본적 이유가 지역인재들이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갖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만 같은 기간 전국의 지역인재 의무 채용 대상 127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이 40.7%였던 점을 감안하면 높은 것도 아니다.
문현금융단지의 7개 공공기관 면면을 보면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들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30명 중 11명을 부산 인재로 채용해 36.5%로 채용률이 가장 높았다. 다음은 주택도시보증공사 35.8%, 한국자산관리공사 34.2%, 주택금융공사 33.3%, 기술보증기금 29.6% 등이었다. 한국거래소는 지역인재 의무 채용 비율 30%를 지켜야 하는 혁신도시 특별법 대상 기관이 아니어서 25% 채용 목표로 지역인재를 뽑고 있는데 목표를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현의 맏형’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법상 규정만 따지기보다 지역 상생을 위해 지역인재 채용 확대에 앞장서야 한다는 말이다.
혁신도시 특별법에 따라 이전 공공기관들은 지역인재 30% 채용이 의무고 올해 7월부터 지방대육성법이 시행되면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인재를 포함해 35%를 채용해야 한다. 이전 공공기관들은 2018년 이후 지역인재 채용을 점점 늘려왔지만 균형발전 취지를 감안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지역인재 내에서도 국립대 쏠림이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있는 만큼 전반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전국 주요 이전 기관 8곳을 대상으로 6년간 지역인재 채용을 분석한 결과 부산의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부산대가 58%, 경남의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경상대가 67%를 차지하는 등 국립대 독식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 지역인재 의무 채용 제도가 시행돼 6년이 흘렀는데 그간의 성과 분석과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균형발전 취지에 맞게 지역인재 선발을 확대할 방안도 찾고 지역 광역화와 대학 다양화 등 발전적 방향을 위해 지자체와 공공기관, 지역 대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마침 부산시가 이전 공공기관 취업을 희망하는 지역인재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고 한다. 4월 12일 시청에서 열리는 ‘공공기관 합동 채용 설명회’를 부산경제진흥원에 전담시켜 기업과 인재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역인재의 지역 정착을 위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모범을 보이고 지역 기업으로까지 그 효과가 확산하길 바란다.
2024-03-2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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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선 부산 대진표 확정, 지역발전 공약으로 승부해야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부산 18개 선거구에서 대진표를 확정하는 등 전국 254개 지역구의 공천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되고 있다. 21~22일 후보자 등록이 완료되고, 28일부터 4월 9일까지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펼쳐지게 된다. 바야흐로 유권자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국민의힘은 부산에서 상당수 현역 의원 물갈이에 성공했지만, ‘난교 예찬’ 막말 논란으로 수영구 장예찬 후보 공천을 취소하고, 부산진을 경선에서 패배한 정연욱 후보를 공천하면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수영구 주민들은 수도권 민심 제고를 위해 지역과 아무런 접점도 없는 인사를 돌려막기 했다면서 분통을 터트릴 정도라고 한다.
이번 총선은 부산이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회이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소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을 내놓는 정책의 각축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지역발전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전략공천을 받은 수도권 언론 출신인 정연욱 후보는 과거 기명 칼럼에서 부산 최대의 숙원인 가덕신공항 추진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는 등 수도권주의자 시각을 여실히 드러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운 윤석열 정권의 정책 기조와 정면충돌한다는 비난까지 쇄도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윤석열 대통의 국정 수행에 대한 PK 지역의 평가가 긍정에 비해 부정이 많아지는 등 역전 현상까지 빚어질 정도이다. 부실 공천에 대한 민심이 표출되는 증거이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지지율 회복을 위해 부산과 수영구민을 희생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번 사태 수습 과정에서 여당의 태도를 보면 지역민의 보편적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고, 공감 능력마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민의 눈높이에 맞는 후보가 아닌, 자신들과 사적 인연을 가진 내 편만 공천하려는 아집에 사로잡힌 결과이다. 공천한 후보라도 부산 발전에 반대되는 입장을 견지한 후보,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조차 내세우지 못하는 후보는 늦더라도 교체하는 용단도 필요하다.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고, 고민하는 것이 공당의 기본적인 자세이고,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이 ‘정권 심판론’와 ‘정권 안정론’ 구도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여야가 공천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책 선거는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후보들은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4·10 총선은 정치력 부재와 정책 실패로 인해 쪼그라든 부산을 어떻게 재도약시킬 수 있는지 비전을 제시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친윤·친명’ 편가르기가 아닌 정책과 공약을 통해 지역 유권자의 선택을 얻는 것이 국회의원 선거의 본질이다. 여야는 그것이 총선 승리의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2024-03-20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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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물가로 최대 실적 식품업계, 서민 고통 외면 말라
온 국민이 극심한 고물가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국내 식품업계가 작년 최고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공식품 가격 인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최근 2년간 세계 곡물 가격이 30% 이상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가공식품 가격지수는 되레 10% 넘게 올라 지나친 이윤 추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고물가 현상을 체감하는 분야가 먹거리이고 보면, 곡물 유지류 등 원재료를 활용한 가공식품의 가격 급등은 곧바로 가계 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농수산물과 함께 가공식품의 가격 진정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지난달 곡물 가격지수는 113.8로, 러-우크라 전쟁 발발 직후인 2년 전 3월보다 33.1% 떨어졌고, 유지류 가격지수는 무려 절반이나 하락했다. 그런데도 같은 기간 국내 가공식품 가격은 밀가루, 빵, 식용유 등을 중심으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1.5배 가까이 더 올랐다. 해외의 원재료 공급 여건 호전과 지속된 국내 가격 상승은 식품업계의 최대 실적으로 돌아왔다. 코스피 상장 식품기업 37곳 중 23개 사의 작년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 이 중 최대 5000억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린 곳도 있다. 소비자로 인한 이익인 만큼 이쯤 되면 국민들의 고통 분담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
국민의 불만은 식품업계가 이처럼 많은 영업이익을 올렸음에도 서민의 물가 고통 해소엔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나오는 불만은 가격 상승과 하락의 속도 차이다. 식품 가격을 올릴 때는 신속하지만 내릴 때는 미적대며 버틴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소비자가 잘 알지 못하도록 가격 인상분을 여러 번 잘게 나눠 올리는 얌체 수법도 서민들의 짜증을 부채질했다. 이는 모두 서민들을 두 번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 행위로 오히려 식품업계에 대한 반감만 키울 뿐이다. 업계에 가격 인하·동결을 요구하는 정부의 압박 배경도 여기에 기인한다. 업계는 이러한 국내 분위기를 허투루 여겨선 안 된다.
정부의 압박이 아니더라도 식품업계는 조그만 여력이라도 있는 한 고물가에 신음하는 국민을 배려하는 게 도리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기업의 앞날도 기약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인건비와 전기료 등 다른 비용 부담 때문에 가격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벌써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 급여까지 상당 폭 올린 마당에 이는 군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설령 어려움이 있더라도 소비자를 위해 가격 인하 방도를 최대한 찾아보는 게 순리일 것이다. 이미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은 내달부터 밀가루 제품의 가격 인하를 19일 발표했다. 지금은 물가 안정을 위해서라면 어떤 기업이든 백지장을 맞들어야 할 때다.
2024-03-2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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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고 즐길 거리 채워 매력 키워야 할 북항 친수공원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봄을 만끽하려는 나들이객이 몰리고 있다. 도심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위치에서 탁 트인 바다 조망을 즐기며 광활하게 펼쳐진 공원을 걸을 수 있는 게 북항 재개발지의 최대 매력이다. 부산역 연결 상부 덱에 이어 이순신대로가 2월 개통되면서 접근하기도 수월해졌다. 북항 친수공원(18만㎡)은 부산항만공사에서 부산시로 관리권이 넘어온 뒤 지난해 11월 전면 개방됐지만 상춘객이 몰리는 지금 본격 손님맞이를 시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방문객들은 보고 즐길 거리가 없어 아쉽다고 이구동성이다. 쾌적한 건 좋은데 휑뎅그렁하다 싶을 정도로 상시 콘텐츠와 편의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친수공원에 다녀온 이들은 부지의 역사성과 광활한 규모에 비해 기억에 남을 만한 스토리텔링이 빈약하고, 머물며 즐기기에 불편한 시설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첫 항만 재개발지의 의미를 되새기는 상시 콘텐츠가 부족해서 그냥 무색무취한 공간이 되어 버렸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또 앉아서 휴식을 취할 곳이 마땅치 않고, 간식이나 음료를 사려면 부산역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한여름 같으면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되고, 바닷바람을 피할 곳도 없다. 볼거리가 없는데 놀거리도 없으니 한 번은 오는데 두 번은 오고 싶지 않을 지경이다. 전면 개방에 앞서 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민과 관광객을 유인하는 축제와 이벤트가 열리고는 있으나 간헐적이고 단기간인데다, 특히 컨트롤 타워 없이 제각각 진행되는 탓에 지속적인 효과를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6월 열리는 ‘제17회 부산항축제’에서는 수로를 활용한 보트 체험과 드론라이트쇼, 불꽃쇼가 선보인다. 부산 동구청도 올 상반기 중 종이비행기 페스티벌, 스탠드업 패들보드 레이스, 드론아트쇼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행사에 인파는 몰리겠지만 끝난 이후 친수공원의 집객력은 다시 떨어진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도심과 가까운 대규모 ‘워터프런트 파크’에 역사성과 지역성을 살린 콘텐츠가 뒷받침된다면 상시 집객력을 갖춘 명소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전 세계 노후 항만이 재개발을 통해 활력을 찾은 사례는 많다. 신항만의 개장으로 쓸모가 없어진 영국 런던의 도크랜드는 재개발을 통해 수변·문화·비즈니스 집적 시설로 탈바꿈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이탈리아 포르토 안티코의 옛 항만도 문화와 비즈니스 중심지로 명성을 되찾았다. 북항 친수공원 주변의 오페라하우스는 건축 중이고, 랜드마크 개발은 첫 삽조차 뜨질 못해서 더 휑하게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방문객을 붙들 콘텐츠를 개발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부산시는 예산난 타령을 해선 안 된다. 콘텐츠와 시설을 돌아봐야 한다. 이를 수행할 전담 조직이 필요한지를 포함해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
2024-03-1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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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정 대치 한 달째… 극단 갈등 접고 접점 찾아야
지난 2월 19일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시작된 의·정 갈등 사태가 한 달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지키던 전임의와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 행렬에 동참할 뜻을 밝히면서 의료 현장은 말 그대로 대란으로 치닫는 중이다. 애꿎은 환자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건만 의·정 양측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모습이다. 대체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의지가 있기나 한지, 끝내 파국으로 가길 원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달은 사직 효력의 발생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라 전공의들에게도 중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양측이 완강한 기존 입장만 고집하는 태도를 접고 대화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의·정 갈등이 지속되면서 전국 의료 현장은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환자 곁을 떠나지 않은 의사들, 의사 업무 일부를 맡게 된 간호사들, 그리고 비상 상황에 투입된 구급대원들이 분투하고 있지만 대란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오는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전국 의대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면 의료 공백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될 게 분명하다. 의대 교수들은 2000명 증원을 못 박은 정부 정책을 먼저 거두라고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전공의 복귀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을 말하지 않는데, 이율배반이다. 이렇게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집단행동으로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오만에 다름 아니다.
다행히 무조건 증원 반대를 외치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대위를 이끄는 방재승 위원장이 18일 한 방송을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국민 없이는 의사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의대 교수들의 사직은 환자를 떠나려는 목적이 아니라 의료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의미”라고 밝혔다. 4월이 가기 전에 해결해야 의료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그의 말에는 공감할 부분이 많다. 다만 환자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는 교수들의 진심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으려면 무엇을 요구하기 이전에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에 나서는 게 먼저다.
예전과 달리 이번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한 달 동안 계속된 불편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의료 개혁에 대한 국민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의사들도 이번 사태가 의대생 유급과 전공의 행정처분, 병원의 줄도산 등 의료 파탄으로 이어지길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는 게 순리다. 정부도 퇴로 없는 밀어붙이기식 대응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 창구를 열어놓고 있다고 공언했지만 아무런 결실도 보이지 않으니 국민들은 답답하다. 의사 증원은 물론 전공의 처우 개선, 필수의료 수가 문제 등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의·정은 힘겨루기 대신 합리적 대화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2024-03-19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