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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비하인드] 시장 후보의 계산, 캠프를 보면 보인다
“부산 시장 후보의 포석, 캠프 인선에 담겨있다!”
6.3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광폭 행보가 시작됐다.
여야 모두 경선으로 본선 진출 후보를 가리기로 했다. 예비후보마다 경선 준비 사무소를 꾸리기가 한창이다.
외연 확장에 열을 올리는 챔피언과 전력 노출을 꺼리고 본선 진출을 노리는 도전자. 양측의 캠프 운영과 영입 인선을 살펴보면 후보의 추세와 숨은 계산이 드러난다.
지난달 중순 경선 준비 사무소를 가장 먼저 차린 건 ‘현역’ 국민의힘 박형준 시장이다. 출사표를 던지며 대대적인 영입 인사까지 발표해 현역 프리미엄을 과시했다.
박 시장은 30~40대 남녀 젊은 공동선대본부장을 모셨다.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온 경선 경쟁자를 감안한 조치다.
그간 강성 지지층에 대한 소구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의식해 강경보수 인사인 울산대 손영광 교수를 선대본부장으로 발탁하는 강수를 뒀다.
이를 놓고 강성 지지층에 선명성을 드러내려 한다는 평가와 경선 통과만 바라보고 어울리지 않는 행보를 한다는 평가가 동시에 쏟아졌다.
박 시장과 경선을 벌이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청년층 공략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사무소 역시 중량급 인사 영입 없이 30여 명의 청년으로 꾸렸다. 부산시청 맞은편에 대형 현수막을 걸어두고 도발적인 첫걸음을 땐 주 의원치고는 단한 행보다.
박 시장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한 게 아니냐는 일부의 평가와 달리 주 의원은 본선 진출은 자신한다.
그런데도 캠프 내부를 꽁꽁 감춰두는 건 본선 이후를 노리는 전략이다. 현역 프리미엄을 내세워 중량급 인사를 선점한 박 시장에 맞서기보다 자력으로 본선에 진출한 뒤 자리다툼 없이 이들까지 모두 끌어안겠다는 계산이다.
여당에서는 먼저 선거전에 뛰어든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은 SNS를 통해 지지세를 넓히고 있다.
소상공인 등 직능단체 등을 현장에서 만나는가 하면 페이스북 등을 통해 경제전문가의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최근 박형준 시장을 직격하는 메시지 등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본격 행보의 일환이다.
전재수 의원과 이 전 시당위원장 간에는 상당한 지지율 격차가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단수공천까지 고려했지만, 한달 가까운 이 전 위원장의 노고도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이 전 시당위원장은 남은 기간 토론을 통해 막판 스퍼트로 기업인 출신이자 경제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최대한 부각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늦게 출사표를 던진 전재수 의원은 고민이 크다. 지난 2일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중고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자신에게 쏠리는 야당 후보 2인의 공격을 막아내는 동시에 같은 민주당 후보인 이 전 시당위원장을 상대로 본인의 확실한 우위도 확인시켜줘야 한다.
전 의원도 현재는 본선보다는 경선이 우선이라는 방침에 따라 준비 사무소를 실무진 위주로만 가동하는 중이다. 그러나 줄곧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부산 민주당 인사가 대거 전 의원 쪽을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의원의 입장에서는 가장 반가운 건 박재호 전 의원이다. 참여정부 시절을 함께 보낸 대표적인 친노친문 인사다.
박 전 의원은 선거 전반을 총괄하는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을 예정이다. 통상 재선 의원급은 선대위원장을 맡은 게 관례다. 그러나 박 전 의원은 실무를 자청하며 감투를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큰 형님’ 격인 박 전 의원의 합류로 전 의원 측은 지난 총선 이후 물밑에서 이어져 온 당내 계파 갈등도 중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26-04-0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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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비하인드]김동환이 내뱉은 ‘휴브리스’는 결국 자신이었다
지난달 26일 오전, 항공사 현직 기장을 살해한 뒤 붙잡힌 김동환(49)이 부산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부산일보 지난달 27일 자 8면 보도)됐습니다. 이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여러 언론사 기자들도 현장에 몰렸습니다. 그런데 이날 기자들은 느닷없이 ‘집단 지성’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부산일보> 사회부 경찰팀은 부산경찰청을 출입하는 팀장 격의 ‘캡’과 각 경찰서를 담당하는 기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캡을 맡고 있는 저는 부산진경찰서 담당 기자에게 현장 상황을 물었습니다. 그는 포승줄에 묶인 채 끌려가던 김동환이 내뱉은 말을 급히 받아 적었다고 합니다. 다소 당혹감이 묻어나는 그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악랄한 기득권이 한 사람의 인생을, 개인의 인생을 파멸시켜도 된다는… 미친 휴브리스… 김동환 발언입니다. 멘트가 뚜렷하지 않아 기자들끼리 확인 중입니다.”
휴브리스? 처음 듣는 단어였습니다. 김동환이 이날 외친 두 용어는 ‘휴브리스(Hubris)’와 ‘네메시스(Nemesis)’였습니다. 그리스 신화와 철학에서 유래한 말로, 휴브리스는 ‘인간의 오만’을, 네메시스는 ‘그에 대한 신의 응징’을 뜻합니다. 낯선 단어를 두고 현장 기자들이 의미를 확인하느라 서로에게 묻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부산경찰청에서는 사건 관련 백브리핑이 이어졌습니다. 한 기자가 수사 담당자에게 “김동환이 평소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담당자는 쓴웃음으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고인과 유가족의 아픔을 생각하면, 일고의 가치조차 없는 김동환의 망언을 그대로 옮기는 일은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왜곡된 인식과 망상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해당 표현을 인용하고 그 의미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김동환은 공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이후 미국 교육기관에서 자격을 취득해 민간 항공사에 입사했습니다. 재직 기간 동안 반복된 심사 탈락과 퇴직 이후 이어진 소송을 겪었고, 결국 자신이 비행을 할 수 없게 된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며 동료 기장들에 대한 적개심을 키워왔습니다. 그 끝에서 그는 6명을 살해하려는 범행에 이르렀습니다.
그의 왜곡된 사고에 따르면, 오만한 동료들(휴브리스)이 자신을 나락으로 밀어 넣었고, 자신은 그들을 응징하는 존재(네메시스)라는 논리가 성립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김동환이 살해한 기장을 포함해, 이른바 ‘데스노트’에 적힌 6명은 그의 평가 과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인물들입니다.
김동환의 불행한 개인사를 두고 동정할 수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어떤 이유라도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빼앗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항공사에서 나온 모든 전직 조종사들이 김동환처럼 행동하지 않았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재빨리 다른 길을 모색해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계속 가꿔나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종사 출신 인사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사정을 듣기 위해 취재하던 중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항공사와 전혀 무관한 업종에서 근무 중인 공군사관학교 출신의 한 인사는 유명을 달리한 기장과 김동환의 몇 기수 선배였습니다. 그는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그만큼 골도 깊은 항공기 조종사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저도 비행을 했지만, 조종사들이 밖에 나가서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19살 때 사관학교 가서 졸업 뒤 전투기를 탔어. 그러면 전투기 타고 그다음에 민항사로 갔어. 그렇게 쭉 살아온 거예요. 한때 중국에서 조종사 많이 필요하다고 해서 많은 국내 파일럿들이 높은 연봉 받고 그쪽으로 이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중국서 일자리가 사라지자 이 분들이 한국에 다시 왔죠. 그런데 그때는 국내에서도 조종사를 안 뽑지 않습니까?”
이 분은 당시 한국에 돌아온 조종사들이 어떻게 버텼는지도 상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조종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있는 돈 까먹고 있는거에요. 그러다가 택배를 배달하거나 편의점 알바를 한 친구들도 있어요. 제 친구는 노가다(막노동) 뛰기도 했죠.”
파일럿 제복을 입다가 택배기사 옷으로 갈아입은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거기에다 막노동이라니요. 그런데 이어지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마치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저는요, 그 친구가 제일 자랑스러워요. 내가 지금 상황이 이러니 내 힘으로 어떻게든 살아야죠. 내가 공군사관학교를 나왔든 항공기 조종사를 했든 모두 과거의 일입니다. 현재 내가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떳떳하게 돈 버는 게 중요하죠. 저는 그런 그 친구가 더 멋있더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들은 모두 김동환처럼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지만, 과거에 매여 있지 않았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태도라는 사실을 이번 취재를 통해 마음 깊이 새길 수 있었습니다.
김동환이 했던 말을 그에게 되돌려주려 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 자신의 소중한 삶마저 망쳐버린 김동환의 행위야말로 휴브리스가 아닐까요. 그리고 결국 그는 법이라는 이름의 네메시스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2026-04-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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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비하인드] 창원 아파트 흉기 살인사건 왜 막지 못했나
“강력 범죄 발생했다고 합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한 지난달 27일, 막 점심을 마친 경남경찰청 출입 기자 무리에서 누군가 외쳤다.
취재 결과, 이날 오전 11시 35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한 상가 앞 주차장에서 20대 여성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30대 남성 1명도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했다. 속보를 마감하고 급히 현장으로 달려갔다.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앞 현장은 여전히 어수선했다. 낭자한 혈흔이 40m 떨어진 아파트 한 동 현관 출입구까지 이어졌다.
주변을 지키던 한 경비원은 “이른 아침부터 남녀 둘이서 주차장 근처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기에 술에 취했나 하고 밥 먹으러 간 사이에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사건 이튿날, 심정지 상태로 이송돼 병원 치료를 받던 여성이 끝내 숨졌다. 남성 역시 사흘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동반 사망이라는 비극적 결말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종합해 사건 당일로 거슬러 가봤다.
이날 이른 오전, 30대 남성 A 씨가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마침 그는 이날 회사를 그만뒀다. 건강 문제로 앞당겨진 퇴사였다.
1시간 20분쯤 지났을까, A 씨는 20대 여성 B 씨를 목격하고서 곧장 뒤를 쫓았다. 길가에서 마주친 이들은 대화를 나누다가 택시를 타고 함께 이동했다.
이들은 A 씨 주거지인 한 아파트 단지에 도착해 경비원 진술처럼 한참을 더 대화했다.
오전 11시 35분, A 씨는 자신이 사는 동 현관 출입구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B 씨를 공격하고 곧바로 자해했다. 계획 범행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둘은 한 중견기업 창원 사업장에 다니던 직장 동료 사이였다. 지난해 10월께부터 연락하고 지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B 씨는 무슨 이유인지 더 이상 관계 진전을 거부했다. 배신감을 느낀 A 씨는 상대방에게 과도하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B 씨는 올해 1월 회사를 그만뒀다. 가족을 간호하겠다는 이유와 더불어 실제 A 씨의 집착이 부담으로 작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것만으로는 A 씨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고, 수개월 후 끔찍한 비극을 맞이하게 됐다.
더욱 아쉬운 건 B 씨가 회사를 그만 둔 이후로도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수차례 있었다는 점이다.
우선 A 씨는 그즈음 주변에 ‘B 씨를 죽이겠다’는 취지로 말하고 다녔다. 징조가 감지된 이때가 A 씨 범행을 멈출 ‘첫 번째 기회’였던 것이다.
B 씨가 회사를 그만둔 시점부터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A 씨는 다섯 차례 정도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정확한 내용은 유가족 요청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경찰이 보기에 B 씨가 위협과 불안감을 느끼기 충분한 내용이었다.
지난달, A 씨 집착 정황을 알게 된 B 씨 가족은 경찰 상담을 권유했다. B 씨는 지난달 5일 창원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를 직접 방문했다.
“한때 연락하던 사람인데,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계속 연락이 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 B 씨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경찰에게 설명했다.
상담 경찰관은 명시적 거부 의사를 표시하라고 권유했다. 다른 경찰관은 피해 사실이 있다면 지금 진술하라고 제안했다.
B 씨는 10분 상담 끝에 ‘한 번 더 연락이 오면 그때 신고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뒤 A 씨 인적 사항과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고 경찰서를 떠났다.
B 씨를 붙잡지 못한 탓에 끔찍한 범죄를 막을 수 있었던 ‘두 번째 기회’마저 무산됐다. 현행 체계는 피해자와 가해자, 피해 사실 모두 확인돼야 비로소 작동한다.
학대 예방 경찰관(APO) 전산망에 입력되지 못한 A 씨 스토킹 범행은 결국 살인이라는 강력범죄로 불거졌다.
현직 경찰관인 C 경감은 “경찰이 위험 신호를 인지했다면 시스템, 매뉴얼을 떠나 경찰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탄식했다.
사건 당일, 흉기에 찔린 B 씨는 40m가량 떨어진 상가로 도망쳐 구조 요청한 뒤 쓰러졌다. 흉기를 들고 뒤를 쫓은 A 씨도 몇 걸음 떨어져 지켜보다가 쓰러졌다.
“강아지가 베란다에서 밖을 보며 자꾸 짖더라고. 시끄럽다고 타일렀는데, 그때 밖에서는 그 사달이 났던 거지. 근데 사람을 왜 죽여, 죽이긴….”
사건 발생 이틀째, A 씨가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안타까운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살인 피의자 A 씨가 숨지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B 씨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고, 지키지 못한 죄책감은 살아있는 이들 몫으로 남겨졌다.
2026-04-02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