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 ‘투자 귀재’의 벤처투자사, 부산에 둥지
드레이퍼 그룹 국내 투자거점
‘드레이퍼엑스벤처스’ 본사
부산창투원 ‘티움’에 사무실
지역 스타트업 활성화 기대감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투자사 드레이퍼의 창업자 팀 드레이퍼(왼쪽).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이 운영하는 창업기업·투자사 거점 공간 ‘티움’에 드레이퍼엑스벤처스 주식회사의 본사가 들어선다. 부산기술창업투자원 제공·드레이퍼스타트업하우스 홈페이지 캡처
테슬라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 드레이퍼(Draper) 그룹이 부산에 국내 벤처투자회사 본사를 세우고 지역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다. 부산 창업기업들이 수도권을 거치지 않고도 글로벌 투자자본과 연결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벤처투자사가 부산에 둥지를 틀며 부산 창업생태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은 ‘드레이퍼엑스벤처스(Draper X Ventures) 주식회사’의 본사를 부산에 유치했다고 23일 밝혔다. 드레이퍼엑스벤처스는 세계적인 벤처투자사인 드레이퍼 그룹의 국내 법인 드레이퍼스타트업하우스 코리아센터(DSH코리아)가 설립한 벤처투자회사다. 부산창투원이 운영하는 창업기업·투자사 거점 공간인 ‘티움’에 본사를 두고, 본격적인 투자활동에 나선다.
드레이퍼는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투자사다. 창업자 팀 드레이퍼(Tim Draper)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코인베이스, 스카이프, 핫메일 등에 초기 투자해 세계적인 투자자로 이름을 알렸다. 운용 자산 규모는 3조 50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부산에 본사를 둔 드레이퍼엑스벤처스는 K소비재(푸드·뷰티·콘텐츠)와 바이오테크, 피지컬 AI 등 유망 기술을 핵심 투자 분야로 삼는다.
그간 부산은 창업 지원을 통해 스타트업을 꾸준히 배출했지만 성장 단계에서는 투자자본을 확보하기 어려워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옮기는 사례가 많았다. 글로벌 창업생태계 평가기관인 스타트업 지놈도 부산의 약점으로 성장 투자와 글로벌 자본 접근성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부산의 업계 분위기는 변화하고 있다. 부산창투원 출범 이후 투자설명회(IR) 프로그램인 ‘부기테크 투자쇼’와 스타트업 전담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수도권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를 부산에서 만날 기회가 크게 들었다. 한국벤처투자와 국민성장펀드 등의 지역투자 확대 정책에 맞춰 수도권 투자사들의 부산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월 AC투자서밋, 지난 5월 VC연찬회가 잇따라 부산에서 열리기도 했다.
부산의 상승세 속에서 드레이퍼도 부산에 거점을 마련하면서 부산 스타트업들의 해외 투자 유치와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 발굴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부산창투원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사가 부산에 직접 거점을 마련하면서 지역 스타트업이 해외자본과 연결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며 “자본과 네트워크 부족으로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던 부산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케일업 지원체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드레이퍼 역시 부산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드레이퍼엑스벤처스 이세용 대표는 “부산은 북항 재개발과 피지컬 AI 산업, 의료 인프라 등 새로운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블루오션과 같은 도시”라며 “우리나라 제조업 기반이 부산과 울산, 경남에 집중된 만큼 피지컬 AI 분야 성장 가능성이 크고, 의료 분야 역시 최근 외국인 의료관광 증가 등으로 글로벌시장으로 확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드레이퍼가 부산과 세계의 자본시장 사이를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