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니와 준하' 김용균감독
'순정만화보다 깊고 멜로영화보다 짙은…'

김용균(32) 감독의 첫인상은 마치 노동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듯 강인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91년 '어머니,당신의 아들'을 제작한 독립영화집단 '영화제작소 청년' 출신.
'어머니…'은 '파업전야'(90년)에 이어 35㎜장편 극영화로 제작된 두번째 '민중 영화'로 김 감독은 당시 촬영 스태프로 몸담으며 '고단한 현실'을 영상에 옮기는 일을 자청했다. '해피 엔드'의 정지우,'욕망'의 김응수,'질주'의 이상인 감독 등이 '…청년'의 동료들.
그런 그가 '와니와 준하'란 순정영화를 들고 충무로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사회 직후 '와니와 준하'는 순정만화 같다고 하기엔 깊은 맛을 지녔고,단순한 멜로드라마라고 하기엔 향기가 짙다는 평을 받았다. 김 감독이 어느새 '강인함'을 벗고 '부드러움'으로 갈아입은 것.
'와니와 준하'는 이복남매 간의 사랑이라는 '금기'를 소재를 선택했다.
첫사랑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애니메이터 와니(김희선)와 그를 사랑하는 시나리오 작가 준하(주진모). 두 사람이 춘천 와니의 집에서 동거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막을 올린다.
이복동생 영민(조승우)과의 추억을 가슴 한편에 묻어둔 와니. 영민이 유학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런 와니를 바라보는 준하의 가슴은 미어지고….
영화는 마냥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의 찬가만 부르진 않는다. 행복한 결말을 보여주지만 애잔함이 금세 사라지지도 않는다. 주인공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추적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구성도 단조롭지 않다.
시작과 끝을 7분 분량의 수채화풍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것도 돋보이는 대목. 만화적 상상력을 빌린 몇 장면은 참신하고 전반적인 영상도 수려하다.
'자칫하면 유치할 수도 있겠지만 완성도 높은 한국형 애니를 적절히 삽입해 기존 멜로물과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색다른 점이지요.'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김 감독의 고향은 경남 진주. 부산과도 인연이 깊다. 현재 가족들이 부산에 살고 있는데다 부산출신인 '친구'의 곽경택 감독과는 94년 서울 단편영화제 때 우수작품상을 공동 수상, 일찌감치 안면을 텄고, 이 영화 제작사인 '청년필름'의 마케팅 팀장은 곽 감독의 여동생인 곽신애씨다.
김호일기자 tokm@p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