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마련 집주인 귀신닭 소동'
■ 김상진 감독 공포코미디 '귀신이 산다' 경남 거제시 촬영 현장
영화 '귀신이 산다'의 주연을 맡은 차승원과 장서희가 경남 거제 촬영 현장에서 새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닭들아,제발 카메라 좀 봐라!'
지난 22일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 산 43. 확 트인 남해 바다가 칠흙 같은 어둠 속에 묻히자 공포 코미디 '귀신이 산다'의 메가폰을 잡은 김상진 감독은 '닭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영화는 어렵게 내집 마련의 소원을 푼 주인공이 그 집에서 예기치 않은 귀신과 소동을 벌인다는 내용으로 버무릴 예정.
이날 촬영분은 어린 시절 꿈속에 목잘린 닭이 쫓아 오는 것을 본 뒤 '닭 공포증'에 시달리는 주인공 필기(차승원)가 악몽에서 깨어나 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쳐 나가지만 또 다시 수백 마리의 닭과 마주치는 장면.
대낮 같은 조명 아래 전날에 이어진 두 번째 '닭신' 촬영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닭이요? 말도 마십시요. 먼저 계분이라는 게 냄새가 어떻습니까. 게다가 대부분 야간촬영을 해야 하는데 이놈들은 해만 지면 그냥 취침 자세를 취하죠. 그리고 말은 얼마나 안듣는지….'
김 감독의 이런 읍소에도 불구,닭들은 여기저기서 졸고 모이만 쪼고 있을 뿐 화들짝 놀란 멋드러진 장면을 연출해 주지 않는다. 스태프들이 닭을 잡고 있다가 '레디~고!'하는 순간,무리 속으로 던지기를 10여차례. 김 감독은 '15테이크' 만에 겨우 'OK'사인을 낸다. 다음 장면을 위해 장비를 옮기는 막간에 김 감독의 옷소매를 끌어챈 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흥행에 관한 한 '미다스의 손'이라 불릴 만큼 코미디가 전공인데 웬 호러냐고 물었다. '제가 어디 가겠어요. 사실 이 작품도 30% 가량의 공포가 가미된 코미디죠. 한국영화 중에 공포코미디라는 게 없었잖아요. 그래서 한 번 도전하고 싶었어요.'
그의 전작 제목을 보면 사실 결말이 뻔히 드러나는 게 많다. 동네 깡패들의 주유소 털기를 코믹하게 그린 '주유소습격사건'이나 특별사면을 앞두고 탈옥수의 감옥잠입기를 담은 '광복절특사'가 좋은 예. 이번 작품 '귀신이 산다' 역시 속이 확 들여다보이는 작품. '맞는 말이에요. 전 일부러 그렇게 제목을 짓는데 아리송한 것을 피하는 동시에 일종의 '정면승부'죠.'
주연 차승원과는 '신라의 달밤''광복절특사'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함께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차승원에게 들어봤다. '배우의 연기는 넓게 하는 것보다 깊게 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죠. 다중적인 캐릭터는 무리가 따라요. '광복절특사'가 끝난 뒤 김 감독이 만원짜리 한 장을 달랑 주더라고요. 일종의 계약금인데 다음 작품을 같이하자는 뜻이었죠. 김 감독이 제 장점을 잘 살려주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김상진표 영화'에서 여배우들이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가 있다. 송윤아 김혜수 등 스타급이 출연했지만 설경구 이성재 같은 남자배우에 비해 크게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 그럼에도 이번엔 MBC 드라마 '인어아가씨'의 히어로 장서희를 캐스팅했다. '귀신' 장서희의 말이 재미있다. '아역 때 출연한 작품을 빼면 사실 스크린 나들이는 처음이죠. 하지만 이번 작품은 '장화홍련전' 같이 소복입고 입가에 피가 줄줄 흐르는 공포물과 달라요. 제가 예쁜 귀신으로 나온대요.'
현재 60%가량 촬영이 진행된 '귀신이 산다'는 오는 8월 여름시즌에 맞춰 개봉될 예정이다.
거제=김호일기자 tokm@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