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 산보하는 시인 김 언
'두 다리로 나만의 시세계 간다'
시인 김언은 산보를 많이 하는 시인이다. 사는 동네 일대를 지독하게 많이 걸어다니고,철학 역사 과학 경제학에 이르는 여러 책 속을 종횡무진 산보한다. 사진=김경헌기자 view@시인 김언(33)은 산보하는 시인이다. 부산의 이런저런 매체에 '부산 나들이','부산을 배웁시다'라는 글을 썼는데 "부산의 어디가 가장 좋으냐"고 물으니 "걸을 수 있는 곳이면 다 좋다"라고 싱겁게 말한다. 조금 더 캐물으니 "좋은 길을 좋아하며,차라리 정감 넘치는 골목길을 더 좋아하는데 이를테면 삶의 굴곡으로 아주 자연스러운 산복도로 골목길이 걷기에 가장 마음 편하다"고 말한다. 이날 그의 옷차림도 캐주얼 반바지 차림이고 가볍게 샌달을 싣어 편하게 '마실'을 나온 느낌이다.
그는 '조방앞'에 산다. '그 일대의 웬만한 곳은 다 걸어다녔다'는 정도가 아니라 그의 걷기는 정도가 자못 심하다. "몇 년간 새벽길을 걷고 또 걸었다. 다만 낮에도 걷고 밤에도 걷고 새벽에도 걸어다녔을 뿐이다. 도보수행승이라는 말이 몸으로 이해되던 시절이었다." 왼발 한 걸음에 단어가 머리를 들고,오른발 한 걸음에 다시 다른 단어가 뒤척이는 그런 산보이다. 그는 "한 없이 걷다 보면 내가 걷고 있는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생각만 남고 몸이 사라져 버리는 체험을 나는 정말로 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무슨 말일까. 그가 쓰는 시의 '모던한 스타일'이 이런 데서 시작된다. 그가 새벽 길을 걸으면서 떠올린 언어가 '유령'이다. 도시의 새벽 길을 어슬렁거리는 유령말이다. 그래서 쓴 시가 '유령-되기'이다. 그의 말을 듣는다. "한국 현대시에서 '유령'이란 존재에 대해서 시를 쓴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예요. 비실체적인 것,기체적인 것 말예요. 분명 우리 시에서 처음이에요. 이모,김모 시인도 그걸 쓰고 있지요."
지난해 가을 '문예중앙시선'으로 나온 두 번째 시집의 이름은 '거인'인데 '거인'은 그의 시적 욕망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이 젊은 시인은 최근 한국시단에서 '미래파' 혹은 '촉망받는 젊은 시인'으로 부쩍 많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7월 하순 그는 신진 문인을 발굴 지원하는 2006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총 8명,각 1천만원 지원)로 선정됐다. 늦은 감이 있다. 1998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했는데 신진 문인이라니? 이 나라의 중앙에서 지방에 사는 이들에 대한 생각과 대접이 아직 그렇다.
-최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
△인생이다.
-최고 싫어하는 것이 무엇이냐?
△……. (대답이 없어 혹시 최고 싫어하는 것도 인생이 아니냐,라고 물으니 그는 말없이 웃었다.)
그는 희한하고도 바람직한 시인이다. 요즘도 철학 역사 건축 우주론 경제학 언어에 대한 책 10여 권을 한꺼번에 읽고 있다. "시가 어렵다" 혹은 "시가 철학,역사도 아닌데 그쪽에 너무 매이는 게 아니냐"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서정시는 이미 시인들이 너무 많이 쓰고 있어요. 저처럼 대접도 못 받으면서 '어려운 시'를 쓴다면 어떤 이유가 안 있겠어요. 한국 현대시는 아직도 안 건드린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저의 길을 가렵니다."
그가 최근 쓴 다음 시 구절은 자기 길을 끝까지 가겠노라는 패기넘치는 다짐이다. '폭동의 일부가 되기 위해 나는 여기 왔다.' 최학림기자 th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