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명 이야기] 가을 강 속에 피는 꽃 납지리
납지리는 다른 납자루 무리와 달리 가을철에 산란한다.가을에 접어든 요즘 하천을 찾으면 풍요롭게 무르익는 들판과는 달리 무언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진다. 서늘해진 날씨 때문이라기보다는 무더웠던 여름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만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가을이 오면 물 속에서도 겨울을 준비하기 위한 크고 작은 움직임이 분주하다. 대부분의 민물고기들은 동절기 한파를 이기기 위한 열량을 얻기 위해 먹이 섭취에 바쁘다. 올해 태어나 떼를 이루고 다니던 어린 물고기들은 습성에 따라 집단생활에서 벗어난 홀로서기를 준비한다. 또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려했던 혼인색(몸 표면의 독특한 빛깔)을 벗고 수수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시기다. 그런데 여름에는 보이지 않다가 이맘때쯤이면 붉은 꽃이 핀 듯 화려해지는 물고기가 있으니 잉어과 납자루아과에 속하는 납지리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 분포하는 납지리는 납자루아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다른 납자루무리와 같이 민물조개에 산란을 하고 화려한 혼인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봄철이 산란기인 다른 납자루무리와는 달리 9~11월이 산란철이며 암컷의 산란관이 매우 짧다는 차이점이 있다.
납지리가 왜 가을철에 산란을 하게 됐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봄철 산란하기 하기 위해 민물조개를 두고 다른 종과 치열하게 자리다툼을 하는 대신 여유있게 산란할 수 있고 쓸모없는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어 그만큼 화려한 몸을 만들 수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납지리의 혼인색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늦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먹이 섭식을 하기 힘든 동절기 준비를 하고 천적의 눈을 피하기 위해 몸에 있던 붉은색이 사라지고 다시 햐얀 몸으로 바뀐다. 이는 사계절을 지닌 나라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전략의 결과물일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직접 납지리를 길러보며 관찰하는 것은 어떨까? 낚시점에서 판매하는 어포기 등을 이용하면 쉽게 채집이 가능하고 수족관에서 판매하는 건조먹이나 생먹이도 가리지 않고 잘 먹어 사육도 매우 쉽다. 하천에서 가져온 돌과 모래를 깔고 수초를 심은 뒤 납지리와 함께 살고 있는 수서곤충이나 물고기도 같이 길러보자.
이렇게 만들어진 작은 생태계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수중생물의 상호관계와 납지리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생존전략을 설명해준다면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생태학과 경제학 원리를 미리 배우는 진짜 '영재'가 되지 않을까? 백윤하·자연과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