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토크] '해부학교실' 의대생 중석 역 온주완
춤 실력 뛰어난 부산 출신 배우 '메스 잡는 역할 없어 아쉬워'

해부학교실. 그곳은 사람들 사이 전해져 오는 '무서운 이야기'의 단골 소재다. 사람의 육체와 정신을, 이성적으로는 분리한다 해도 바로 얼마 전까지 영혼이 있어 살아 숨쉬던 육체는, 그 하나하나가 많은 사연을 가졌을 것이고 육체만으로도 충분히 영혼이 결합돼 있는 사람의 느낌을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육체에 메스를 대야 하니 누구라도 그 상황 자체에 겁이 나고도 남음이다.
12일 개봉한 영화 '해부학교실'은 마치, 옛날의 '무덤'이 그랬던 것처럼 상황만으로 공포를 유발하는 바로 그곳에서 일어난, 한을 안고 품은 카데바(해부용 시체) 여인의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온주완은 이 영화에서 의대생이자 여자 주인공 선화(한지민)의 친구 중석 역할로 나온다.
영화 초반, 조금은 철 없어 보이는 중석은, 그러나 극 중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로 친구들과 함께 상황을 이겨가는 인물이다.
인터뷰를 위해 명함을 건네자 "부산이네요?"라며 반가워한다. 어디 살았는지까지 세세히 물어본다. 알고 보니 그의 고향이 부산.
온주완은 부산에서 아홉 살까지, 그리고 대전에서 열 아홉 살까지 살았다고 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부모님이 부산대 캠퍼스 커플이었고 김해, 울산, 양산에 친척이 많다는 등 한참 부산 얘기다.
이야기를 듣고 보면 그가 지역 이야기를 이렇게 할 만하다. "연예인이 되고는 싶었지만 지역에 사는 저한텐 그게 막연하기 만한 꿈같이 여겨졌었어요. 스무 살 때 서울 땅을 처음 밟은 셈이에요. 하하."
영화 '해부학교실'에 대한 온주완의 인상과 소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식상한 공포영화가 아니란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인간의 분노, 슬픔, 기쁨이 잘 스며든 것 같았어요. 중석은 밝고 추진력 있는 인물이죠. 사건 해결의 선봉역. 하지만 비밀스런 가족사의 슬픔을 알게 되면서 복잡한 심정이 되죠."
그는 영화에서 한겨울에 물에 빠지는 연기를 했다. "물이랑 무슨 원수졌나봐요. 이 영화에서는 한겨울에 물속에서 이틀을 촬영했고요. '피터팬이 공식'을 찍을 때는 10월었는데 13시간, '무림여대생'의 경우 여름 수중 세트에서 촬영하다가 고막이 터지기도 했다니까요."
온주완은 춤을 무척 좋아한다. 사실 유명세를 탄 것도 엉겁결에 출연한 TV프로그램 '장미의 전쟁'에서 선보인 춤과 노래 '고해'를 부른 실력에 힘입었다. "중학교 때부터 춤이 좋아 힙합바지 입고 춤만 췄어요. 친구들끼리 어울려 췄었죠. 대학 진학할 때 무용과를 가려고 했는데 문득 연기가 하고 싶더라고요. 지금은 연기가 너무 좋아요. 나를 찍는 카메라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행복해요. 지금의 제 선택에 만족하고요. 예전 친구들과 춤 출 때 느낀 행복과 같아요."
'해부학교실' 연기에서 온주완은 샤프한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한지민은 돼지고기로 해부학 실습 연습을 했다는데 온주완은 어땠을까. "영화를 보다시피 실제로 제가 메스를 잡는 장면이 거의 없어요. 한지민과 연습하다가 말았어요. 의대생이라는 데 좀 더 충실하고 싶었는데 그 점이 조금 아쉬워요."
온주완의 입을 통해 듣는 촬영장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을 것 같다. 또래들이 주인공. 함께 촬영한 한지민의 연기에 대한 이색적인 평을 내놓는다. "눈이 큰 게 장점인 것 같아요. 눈을 통해 많은 표정 연기를 잘 소화해 내요."
미안하게도 어쩔 수 없이 온주완의 눈에 눈길이 갔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스물 한 살 때 눈 적은 게 싫어서 쌍꺼풀 수술하러 병원까지 간 적 있어요. 그런데 무서워서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더 웃긴 건 수술 안하겠다니 코를 하래요. 코는 잘 생겼는데 말예요."
그땐 가수 비가 뜨기 전이었는데 그때 수술 안하길 잘했다면서 농이다.
눈웃음을 잘 짓는 것 같다고 말하자 펄쩍 뛰며 "눈웃음이 아니에요. 진짜 답답하네, 난 그냥 웃는건데"라며 웃는다.
온주완은 시원시원하고 거침없다. 오죽했으면 영화 '태풍태양' 기자시사회 때 "나쁜 기사 쓰실 거면 기사를 쓰지 말아주세요"란 말을 했다가 파란을 일으켰을까.
그런 그가 2년 만에 "어떤 기사를 쓰더라도 영화에 관해 더 써주세요"라는 말을 한다. 웃으며 "생각이 크고 세상이 겁나기 시작한 거죠. 맞다고 생각하는 건 무조건 하고 아니라면 안했지만, 그러나 이렇게 성숙해지는 거겠죠. 요새 한국영화 힘들잖아요?"라고 성찰하듯 말한다.
연기로 인정받는 선배 배우 조재현, 류승범, 황정민을 존경한다는 온주완은 비주얼보다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쉽게 연예계에 데뷔한 것 같지만 고생도 많이 했다. 모 방송국 프로그램 출연자를 모집한다고 해서 아르바이트로 갔더니 직원 행사라 직원 아이들을 봐주기도 했는데 무거운 인형 옷 입고 산을 올라가야 했단다. 그런 그가 2000년 TV 프로그램 '야인시대'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부천서 새벽 2시에 촬영이 끝나 지하철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연기 해봤어? 좀 하네"라는 당시 안재모의 말을 듣고 힘을 얻기도 했다.
연기를 위해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온 듯 보이는 온주완은 유난히 몸 쓰는 영화를 많이 찍었다. '피터팬의 공식'에서는 수영을, '태풍태양'에서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발레교습소'에서는 발레를 해야 했다. '해부학교실'의 중석이 그나마 특별히 다른 운동이나 춤을 배울 것 없이 해본 첫 역할.
"'해부학교실'은 기존의 공포영화와 다른 신선함이 있어요. 서정적 공포 영화예요. 한국 공포 영화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걸 느끼시게 될 겁니다." 인터뷰는 그의 영화 추천사로 마무리했다.
김진경기자 jin@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