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하나의 세계를 건축하는 시, 그것이 꿈입니다
세 번째 시집 '소설을 쓰자' 출간한 김언 시인
시인 김언부산에서 살다 2년 전 서울로 거처를 옮긴 김언(36) 시인. "세계의 한계는 곧 언어의 한계이므로 세계를 바꾸는 일은 언어를 바꾸는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믿는 시의 근본주의자"다. 최근 새 시집 '소설을 쓰자'(민음사)를 냈다. 4년 만의 세 번째 시집이다.
"소통의 근거를 심문하고 문법의 제약을 유린하면서 시(삶) 속에 억압돼 있는 사건들을 깨우려는 물건"(신형철 평론가)이라는 평이 나온다. 그는 현재 2009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라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인이 '소설을 쓰자'라니?
△여기서 '소설'이란 기존의 시와 다른 시, 기존의 시 영역 바깥을 넘보는 시를 의미한다. 시와 대척점에 놓이는 소설을 시집 제목에 빌려온 것은 기존 시의 경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다. 소설가가 될 생각은 결코 없다.
-새로운 시를 말하는 건가.
△언어 자체로 하나의 세계가 건축되는 시를 쓰는 것이 꿈이다. 실패하더라도 극한까지 밀고 나가면 지금과는 다른 세계가 열리지 않을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시에서 토양이 부족한 자연과학적 감수성을 시에 도입하려고 노력한다. 산업공학이 전공이다.
-언어란 무엇인가.
△말 자체가 하나의 세계다. 말에 현실적인 의미를 담는 것이 산문이라면, 현실을 넘어 독자적인 세계로서 존재할 수 있는 언어예술이 시다. 시는 소통이되, 은밀한 소통이다. 세상에 몇 명 존재하지 않을 자신의 애인을 찾는 행위와 같다.
-비논리적 문장이 많다.
△어떤 문장은 문법적으로 어긋나지만 어떤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할 경우가 있다. '나는 모든 것의 촉각을 곤두세운다'와 '나는 모든 것에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분명 다른 문장이다. 전자를 틀린 문장로 보지만 저 문장만이 지칭하는 유일한 세계가 있다.
-난해성과 소통의 문제를 어떻게 보나.
△난해시라는 용어는 위험하다. 해당 시는 '해석 불가'를 넘어 '접근 불가'의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비평가의 마지막 카드여야 할 이 말이 너무 남발되는 느낌이다. 자기와 소통이 안 된다고 다른 모두와 소통이 안 될 것처럼 과장하는 태도는 한국 시단에서 지양되었으면 한다. 시에 다가서려는 독자들의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김건수 기자 kswoo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