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소극적 태도에 '초등생 전면 무상급식' 난항 예상
부산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내년 초등학교 1~3학년 전면 무상급식 실시 여부는 사실상 부산시와 일선 지자체의 손에 달려 있다. 시교육청은 소요 예산 566억원 중 134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200억원은 부산시와 16개 구·군이 100억원씩을 분담하는 4-3-3의 매칭펀드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지자체의 재원 부담 분이다. 아직까지 일선 지자체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직원 인건비 주기도 빠듯한데 어디서 돈을 빼란 말이냐"는 볼멘소리와 함께 "교육감 공약 이행을 위해 왜 우리더러 돈을 내라고 하느냐"는 감정 섞인 반응들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는 수년째 심화되고 있는 지자체들의 재정난과 함께 관련 기관과의 꾸준한 협의도 없는 시교육청의 일방통행식 사업 추진 방식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는 지적이다.
부산시
"교육청 자체 예산 마련이 순리"
각 구청
"직원 인건비도 빠듯" 볼멘소리
시의회
"타당성 검토" 소위원회 구성
부산시 관계자는 "아직 교육청으로부터 예산 지원에 대한 정식 요청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무상급식은 엄연히 교육청 소관인데, 시에 지원을 요청하기에 앞서 사업 주체인 교육청이 자체 예산부터 마련하는 게 순리에 맞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일선 구·군 역시 재정 부담을 이유로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부산지역 16개 기초 지자체 중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나은 것으로 평가받는 강서구청 관계자는 "도시 기반 시설이나 문화적 여건이 낙후한 지역 특성상 인프라 확충에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인데, 기본적인 도로 건설만 해도 보상비가 몇 배씩 뛰는 바람에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과 별도로 시장 공약 사항으로 초·중·고생 무상급식 30% 수준 실시 등 무상급식 확대를 공언한 부산시 역시 현재까지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역시 시장 공약 사항이었던 학교급식지원센터 건립 역시 사업 착수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부산시는 "시장 공약 사안인 만큼 의지를 갖고 추진하되, 예산 사정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같은 부산시와 일선 지자체들의 무상급식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는 전국의 여타 지자체들이 재원 확충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는 최근의 추세에 비춰 볼 때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부산지역 지자체가 올해 일선 학교 급식 경비로 지원하고 있는 돈은 우수 농산물 구입비로 부산시(12억2천500만원), 기장군(7억원), 강서구(2억원), 금정구(1억5천만원), 동래구(1억5천만원) 등이 지원하는 25억6천만원에 그치고 있다.
이는 부산지역 한해 전체 학교 급식 경비(2천400억원)의 1.1%에 불과하다. 비슷한 규모의 학생 수를 가진 인천(5.0%), 전북(8.6%), 경북(5.9%)은 물론, 전국 평균(4.6%)에도 현격히 못미치는 수준이다. 반대로 학부모 부담 분은 부산이 70.3%로 전국 16개 시·도(평균 62.8%) 중 두번째로 높다.
부산시의회는 시교육청이 추진중인 무상급식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별도의 '급식소위원회'를 이달 중 구성키로 했다.
시의회 교육위원회 김길용 위원장은 "시교육청이 정한 무상급식 대상자 수준의 적절성 여부, 재원 확보 방안의 타당성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의회는 시교육청의 재원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급식 대상자 축소 등 시의회 차원에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시교육청이 부산시와 지자체로부터 예산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무상급식 확대 실시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무상급식 실현을 위해서는 협의와 설득을 통해 지자체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산시의회 이일권 교육의원은 "사회적 기업 방식으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지자체가 운영토록 하면 지자체는 지역의 우수 농축산물을 공급하고, 고용 창출도 일으켜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시교육청은 보다 안정적으로 지자체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태우 기자 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