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억 들어간 도로, 15년 지나도 '미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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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 해인사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된채 15년째 방치되고 있는 거창과 합천을 잇는 군도. 류영신 기자

28억원을 들여 만든 경남 거창과 합천을 잇는 도로가 15년째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다. 도로가 통과하는 합천 해인사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채 지자체가 공사를 강행하다 해인사의 반발에 부딪혀 공사가 중단되면서 '반쪽도로'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24일 거창군과 합천군 등에 따르면 문제의 도로는 거창군 가북면 용암리와 합천군 가야면 마장동의 거창군 경계를 잇는 길이 3.1km·폭 8m의 군도(郡道)로, 거창군이 28억100만원(국비70%, 지방비30%)의 예산을 투입해 1995년 착공했으나 3년만인 1998년 4월 거창군 구간만 개설된 채 공사가 중단됐다.


1995년 합천 연결로 착공
해인사 "사찰보호" 반대
거창군, 3년만에 공사 중단


이는 도로의 노선 중 일부가 해인사 소유 땅을 통과하는데 해인사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 바람에 이 도로는 합천군 경계지점에서 산에 가로 막힌 채 잡초만 우거진 폐도 신세가 됐다.

이 도로의 합천구간이 완성되려면 해인사 땅을 200~300m 가로질러야 하지만 해인사 측은 사찰 보호차원에서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해인사 측은 "도로가 지나게 될 산이 지형상 백호(白虎)의 등에 해당돼 이를 자르면 해인사의 기가 죽게 된다"며 "해인사는 도로개설에 동의를 해준적도 없고 협의도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해인사가 강력히 반대하는 배경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깔려있다는 지적이 있다. 즉 도로가 개설될 경우 일반인이 사찰 입장료를 내지 않고 바로 해인사로 진입할 수 있게 되는데 해인사를 찾는 관광객과 단순한 도로 이용자를 구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입장료 징수가 힘들다는 것이다.

28억원이 넘게 투입된 도로가 10년 넘게 방치되자 거창군의 무리한 공사강행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다. 즉, 합천군은 해인사가 반대하자 일찌감치 해당 예산을 다른 곳으로 돌려 집행했는데, 거창군만 무모하게 공사를 강행하다 거액을 허비했다는 지적이다.

합천군은 현재 이 도로를 정상화시키는데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합천군 관계자는 "해인사의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언제 공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 신모(66·거창군 가북면)씨는 "처음 공사를 시작할때 해인사가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창군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도로를 만들다 거액의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류영신 기자 ysry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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