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투쟁 외갓집의 굴곡진 삶 가감없이 기록"
어머니를 화자로 해방 전후 가족사 펴낸 박훈탁 위덕대 교수

"항일 투쟁을 한 외갓집 사람들의 굴곡진 삶을 기록했습니다. 1차적 사료들이지만, 해방 전후사의 빈 공간을 메우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경북 경주시 위덕대 박훈탁(51·사진) 교수가 '지마리아'(선인) 발간 의미를 전했다. 박 교수는 부산과 양산에서 항일극작활동을 한 외조부, 서울대 총장을 지낸 아버지와 어머니의 진술과 관련된 논문, 신문기사, 증언을 토대로 책을 썼다. 책의 화자는 박 교수의 어머니 지정수(76) 여사.
"상하이 임시정부는 전국의 지주들이 보낸 비밀자금으로 설립, 운영됐어요. 지주들은 친일하는 척하면서 극비리에 임시정부를 도왔습니다."
경남 양산의 박 교수 외가는 20여 년간 임시정부에 거액의 비밀자금을 보냈다. 지 여사의 백부인 지영진은 1919년 4월 임시정부 재정차장을 지낸 윤현진 선생과 '의춘상행'이라는 무역회사를 창립했다. 백부는 해방 직전까지 양산과 상하이를 연결하는 의춘상행의 비밀루트를 통해 상당한 재산을 임시정부에 보냈다. 의춘상행은 안희제 선생의 백산상회와 더불어 비밀루트 중 하나였다.
"어머니의 백부는 일본 경찰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해 구포역 인근의 근산병원을 중간 집결지로 이용했어요. 저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의춘상행의 비밀루트 역할을 맡아 독립운동자금을 날랐습니다."
박 교수의 외할아버지 지영대는 서울 중앙고보를 나와 일본대 문학부에 유학한 엘리트였다. 귀국한 뒤 요산 김정한과 함께 항일극작가로 활동했다. 지영대는 일본 경찰의 요시찰 대상이었다. 양산의 친일파 만석꾼으로부터 암살을 당할 뻔하기도 했다. 만석꾼의 사주를 받은 소작농이 지영대의 양복을 빌려 입은 마을 사람을 지영대로 착각해 살해한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유상몰수, 유상분배'라는 농지개혁 덕분에 외가는 재벌로 도약했습니다. 엄청난 현금이 들어와 전국의 채석장, 공장, 광산을 사들였죠. 6·25 때 4억 5천만 환이란 거액을 지불하고 부산 영도구 봉래동 소재 일본경질도자기주식회사를 불하받아 명칭을 대한도기주식회사로 바꿨습니다."
대한도기는 1960년께 도기와 자기를 하루에 28만 점이나 생산해 조선방직과 더불어 부산에서 가장 큰 규모의 회사였다. "어머니의 백부는 대한도기를 불하받을 때 교섭상대였던 윤보선 당시 상공부장관의 부탁을 받고 윤보선의 동서를 상무로 임명했어요. 1960년 윤보선 대통령의 동서는 대한도기 공금을 횡령했다고 백부를 고소했고, 그 뒤 대한도기를 인수했습니다."
박 교수의 어머니는 1958년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였던 양산 출신 박봉식과 결혼했다. 박봉식 교수는 1980년대 중반 서울대 총장을 지냈다. '전 서울대 총장 부인의 가족사로 보는 해방 전후사'가 책의 부제로 붙은 이유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