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방분권] 입항세 1원도 못 걷는 지자체… 지방세 독자 설계 ‘절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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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지방세 조례주의’ 도입을
세율·감면·적용 기준 등 구체 사항
지자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지역 간 재정 격차 매우 큰 만큼
개헌 어렵다면 현행 헌법 내에서
지방 여건에 맞춰 단계적 시행을

박형준 전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1월 28일 경남 창원 진해구 부산신항 내 동원글로벌터미널 홍보관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박형준 전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1월 28일 경남 창원 진해구 부산신항 내 동원글로벌터미널 홍보관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국내 최대 크루즈 관광 도시’인 부산은 크루즈 입항세를 만들고 싶어도 국회가 법률 근거를 마련하지 않으면 한 푼도 걷을 수 없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각 지자체는 여전히 지역에 맞는 세금을 독자적으로 설계할 권한을 갖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국세의 지방 이양을 넘어, 재정분권의 완성 단계로 ‘지방세 조례주의’가 거론되는 이유다.

■“지방 세금, 지방이 스스로 정하자”

지방세 조례주의는 지자체에서 지방의회 조례를 통해 자기 지역의 특성에 맞는 세금의 △종목 △세율 △감면 기준 등을 직접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지방의 세금은 지방이 스스로 설계하고 결정하자’는 것이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은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헌법 제38조는 납세의 의무를 규정하고,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새로운 세금의 종류나 과세 근거는 국회가 법률로 먼저 정해야 하며, 지자체가 조례만으로 새 세목을 만드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지자체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따라 설치되는 공법인에 가까운 지위여서, 독자적 과세주권을 가진 정부 단위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세 조례주의는 법률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지자체가 세율·감면·적용 기준 같은 구체적 사항을 보다 넓게 정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다. 조세법률주의와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 안에서 지방자치의 실질을 살리려는 시도다.

■현행법 안에서 갈 수 있는 길

이와 같은 논의의 배경에는 지역 간 재정격차가 있다. 관광객이 아무리 늘어도 부산시의 곳간이 크게 늘지 않는 구조에서 각 지자체가 지역의 특성에 맞는 세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1~5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93만 6572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약 40% 늘었다.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21%)의 거의 배에 이르는 수치다.

현행 지방세 체계는 취득세와 재산세 중심이라, 관광·소비·숙박·항만 이용이 늘어도 지방정부가 그 흐름을 직접 세수로 연결하기 어렵다. 크루즈 입항세 논의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5년 지방세제 개편안’도 이런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인구감소지역과 비수도권의 기업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세 감면율을 확대하는 방안은 담겼다. 하지만 정작 지방정부가 스스로 세목이나 세율을 정할 수 있는 ‘조례 자율권’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장 개헌이 어렵다면, 현행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방세 조례주의를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국회가 지방세기본법이나 지방세법을 고쳐 지자체에 과세 재량권을 대폭 위임하는 방식이다. 일본처럼 중앙정부 승인·신고를 거쳐 조례로 세금을 신설하는 방식을 도입하거나, 탄력세율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국립부경대 이재원 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헌법 아래에서는 지방세 조례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지역자원시설세처럼 부산의 특성을 반영한 세원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산시는 1992년부터 항만 배후도로 건설 재원 마련을 위해 컨테이너 1개당 2만 원씩 부과하던 ‘컨테이너세(지역개발세)’를 약 15년간 운용했다. 그러나 물류비 증가를 우려하는 해운·물류업계의 반발과 부산항 경쟁력 약화 논란에 밀려 결국 2006년 세금을 스스로 폐지했다.

■개헌과 통합, 그 너머

지자체에 세금을 부과할 권한을 주자는 논의는 결국 헌법 개정 문제로 이어진다. 2018년 정부 개헌안에는 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자치조직권과 함께 지방세 조례주의도 포함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는 결국 지방세 조례주의가 단순한 세제 개편이 아니라, 지방을 어떤 단위의 정부로 볼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선택임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지방세 조례주의 도입을 위해선 현행법으로 가능한 부분과 개헌이 필요한 부분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도 이 문제와 맞닿아 있다. 통합 기본구상과 특별법 논의에서는 국세 일부를 지방으로 이양하고,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 수준으로 조정하자는 방안이 제기됐다. 법인세·부가가치세·양도소득세 일부를 지방에 넘기자는 구상도 포함돼 있다.

이 교수는 “지금 필요한 것은 부산이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하는 구조가 아니라, 부산이 스스로 책임지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방세 조례주의 논의도 결국 부산이 자기 책임 원칙 아래 재원을 동원하고 설계하는 체계로 갈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이 부산답게 가려면 중앙정부의 하위 기구가 아니라, 권한과 재원을 함께 가진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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