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주의 茶飯事] 19. 자사호 2 - 선택과 길들이기
소리 맑고 균형감 있는 것 고르도록
자사호 재료인 중국 광물의 다양한 색상. 도림원 제공자사호(紫沙壺)는 주전자라고 하기에 너무 작다.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은 이렇게 작은 자사호와 잔을 보면서 아이들의 소꿉을 떠올린다. 하지만 차의 고향인 중국에서는 자사호뿐 아니라 거의 모든 다기를 작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차는 따뜻한 상태로 자주 마셔야 그 고유의 향과 맛을 쉽게 느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인데, 다기가 너무 크면 이런 재미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작은 그릇에 물을 자주 바꿔 주면서 차맛을 보면 느낌이 다르다. 명차라면 특히 더 그렇다.
그러면 어떤 자사호를 골라야 할까? 균형감부터 살펴야 한다. 무게 중심이 분명하고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몸체에 비해 뚜껑이 크고, 손잡이가 작다면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출수 부분이 몸체에 비해 너무 높거나 낮지 않아야 한다. 연결 부분이 자연스럽고 결함이 없는지도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뚜껑을 열고 닫을 때 나는 소리도 선택 기준이 된다. 깨지거나 균열이 간 제품이라면 파열음이나 둔탁한 소리가 난다. 흙으로 만든 것은 무엇이든지 소리가 맑아야 한다. 특히 철분 함량이나 소성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쇳소리가 높고 크다.
뚜껑은 정밀해야 한다. 특히 각진 자사호는 어느 방향에서 닫아도 정확히 물려야 좋은 제품이다. 용량은 120~160㏄짜리가 알맞다.
자사호를 구입했다면 길들이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를 중국사람들은 '양호(養壺)'라고 부른다. 그릇을 길들인다는 얘기다. 옛사람들은 좋은 자사호를 구입하면 일부러 대가들에게 맡겨 길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먼저 깨끗한 솥에 자사호를 넣고 끓인다. 물이 끓으면 한 줌의 찻잎을 넣고 30분가량 함께 삶은 뒤 꺼내 말린다. 이렇게 하면 새 자사호에 쌓인 자사 가루가 밖으로 배출돼 기공이 잘 열린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자사 광산이 많이 문을 닫아 좋은 흙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좋은 자사호도 없다는 얘기다. dorimwon@hanmail.net 
이근주
한중차문화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