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처녀 역사 손영희, 아시아 벽 실감했다
손영희가 26일 인천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최중량급(75㎏ 이상) 경기에 출전해 4위를 기록했다. 권상국 기자부산의 처녀 역사 손영희(22·부산역도연맹)가 아시아의 벽을 실감했다.
손영희는 26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달빛축제정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최중량급(75㎏ 이상) 경기에 한국 대표로 이희솔(25·울산시청)과 함께 출전했다. 이 경기에서 그는 합계 282㎏(인상 120㎏, 용상 162㎏)으로 4위에 머물며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3위 태국의 플사사쿨 치차녹에 10㎏이 모자랐다.
입문 2년 만에 전국 무대를 휩쓸며 데뷔한 손영희의 우상은 2010 광저우 대회의 '역도 스타' 장미란이다. 체급도 장미란과 똑같은 75㎏ 이상급. 손영희는 지난 6월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국내를 평정했다. 이번이 처음으로 나선 대형 국제무대다. 하지만 쟁쟁한 중국과 태국의 여자 역사들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4위까지 도약해 스스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여자 최중량급 4위 머물러
"아직 젊어 기회 충분할 것"
인상으로 시작해 안정적인 출발을 했다. 1차 시기(111㎏), 2차 시기(115㎏), 3차 시기(120㎏)를 모두 성공했다. 첫 무대인 만큼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장기인 용상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포석이었다. 한 차례 어깨 부상으로 변수가 있는 인상에 비해 용상은 발군의 순발력을 자랑하는 그의 주종목이다.
이어진 용상에서 그는 1차 시기 153㎏을 성공한 뒤 2차 시기 159㎏을 들어 올리는 데 실패했다. 패색이 짙어졌다. 3차 시기에 모험을 걸었다. 162㎏에 도전한 손영희는 이를 성공하며 막판까지 3위를 달렸다. 하지만 곧 태국의 플사사쿨에게 따라잡혀 메달을 목에 거는 데는 실패했다.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을 빠져나온 손영희에게 역도 팬들이 몰려들어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그 뒤로 "이 언니가 외국인들이랑 경기했어. 한국 선수 중 최고야"라고 꼬마 팬이 외쳤다. 손영희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손영희는 "안 아픈 데가 어디 있겠어요? 아픈 건 둘째 치고 한국인끼리 시합을 하다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와 맞서니 엄청나게 긴장했어요. 평소와 다름없는 컨디션으로 경기를 잘 마친 데 대해 감사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손영희의 아쉬운 발걸음은 이제 제주로 향한다. 내달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 체전에서 부산 역도의 위력을 보여 주기 위해 다시 맹훈련에 들어간다. 손영희는 "세계 정상급과의 차이를 내 눈으로 직접 목격했지만 난 아직 젊어요. 기회는 충분할 거라고 믿어요"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를 지배한 건 세계 최고의 여자 역사인 중국의 주루루였다. 주루루는 인상에서 142㎏으로 치고 나서더니 용상에서는 다른 경쟁자가 모두 3차 시도를 마칠 때 역기를 들 생각도 하지 않았다. 역도는 진행요원이 계속해서 역기 무게를 올리는 동안 원하는 무게가 되면 도전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주루루는 결선 경쟁 상대가 모두 한계치인 3차 시기를 다 끝낼 때까지 1차 시도도 하지 않은 것.
그는 용상 1차 시기에 단번에 172㎏을 들어 올려 1위에 오르더니 2차 시기에서 183kg으로 2010년 장미란이 세운 아시안게임 기록마저 깨버렸다. 3차 시기에 무려 192㎏에 도전한 주루루는 이마저도 성공해 용상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합계에서 2위 그라포페스카야 마리아(302㎏·카자흐스탄)와 무려 32㎏의 차이가 나는 괴력이었다.
인천=권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