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국정도 민생현안도 스톱 "초유의 국가위기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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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이날 전격 경질된 황교안 국무총리의 자리가 비어 있다. 박희만 기자 phman@

'최순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청와대와 정부의 국정 컨트롤 타워 기능이 마비되고, 국회는 정쟁에 매몰되는 등 민생 현안마저 '최순실 블랙홀'로 빨려들고 있다.

정부 부처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내기는커녕 통상적인 행정의 집행 기능도 떨어져 초유의 국가 위기가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식물장관·정쟁에 빠진 국회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 마비

KRX 지주회사법 불투명
'규제프리존'도 물 건너가
지역 현안 잇단 좌초 위기

■거국내각 거론에 '식물' 장관 상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 청와대는 사실상 정책조정 기능을 잃었다. 거기다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거세지면서 각 부처 장관들은 조직 내에서 영(令)이 서지 않는 상태다. 다수의 부처에서 장관이 교체될 수밖에 없는데다 정국 주도권이 어디로 넘어갈지 몰라 관료사회가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2일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등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지만 야권의 반발로 인사청문회 및 국회 인준 가능성에 대한 불투명성이 높아져 오히려 기존의 총리와 장관까지 힘을 잃은 형국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규제프리존특별법'을 통과시켜 시·도 별로 묶여 있는 규제를 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산의 경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좌초 위기에 몰린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제 기대를 접어야 할 판이다.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노동개혁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했다. 부산의 현안인 한국거래소(KRX)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처리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

최근 나오는 경제대책도 이 같은 무기력증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 조선·해운산업의 구조조정 방안이 진통 끝에 확정됐으나 새로운 내용도 없고 근본적인 해법을 찾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도 엿보이지 않아 '맹탕'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3일 발표되는 부동산 과열 대책도 정부의 힘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시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국회는 최순실 예산만 검증

다른 해 같으면 국정감사가 끝나고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본격화돼야 할 시점이지만 올해는 여야 정치권이 온통 최순실 사태에 매달려 있다. 대선을 앞둔 정략적 계산 속에 정쟁만 거듭하면서 국회를 통한 건전한 대안 마련은 뒤로 밀리는 모습이다.

정부는 경제 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사상 처음으로 400조 원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하지만 야당이 '최순실 예산'에 대한 칼날 검증을 예고하면서 예산안의 법정 기한(12월 2일) 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그러다 보니 지역경제를 살기기 위해 각종 사업 예산이나 민생예산을 국회에서 증액시키겠다던 각 지자체의 계획은 일그러진 상황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예년에는 이맘때 국회를 통해 지역의 중요 예산을 챙겨왔는데 올해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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