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1인 미디어, 발전의 길로 갈 수 있을까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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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산업으로 성장… 크리에이터 성찰·건전한 시장 생태계 조성이 해답

한마디로 1인 미디어 시대다. 1인 미디어는 개인이 혼자서 콘텐츠를 기획해 제작하고 유통시키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카메라 등 용량이 크고 성능이 좋은 디지털 기기 발달과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힘입어 1인 미디어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종전 인터넷상의 개인용 서비스인 미니 홈페이지는 물론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그리고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활성화한 덕택에 개인적이면서도 더 참여적이고 개방된 미디어 환경이 새롭게 조성된 것이다.

1인 미디어가 실생활 깊숙이 파고들면서 접하게 되는 시간이 대폭 증가했으나, 그만큼 뒤따르는 폐해도 무시할 수 없다. 1인 미디어 시장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속칭 ‘뒷광고’와 유해 콘텐츠, 가짜뉴스 문제 등 부작용 또한 만만찮은 까닭이다. 1인 미디어가 온전한 산업으로 성장해 연착륙하고 사회 발전 기여도를 높이려면 종사자들의 소명의식과 함께 건전한 제작 및 소비 환경을 조성하는 등 해결하고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를 살펴본다.


용량이 커지고 성능과 편리성이 향상된 사진·영상 기자재가 1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용량이 커지고 성능과 편리성이 향상된 사진·영상 기자재가 1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누구나 스타·미디어 가능

1인 미디어 중에서도 텍스트가 아닌 영상과 오디오가 있는 동영상 콘텐츠를 보여주는 1인 방송이 각광 받는 세상이다. 동영상 유통 플랫폼인 유튜브의 급성장을 통해서다.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창작자를 ‘유튜버(Youtuber)’ 또는 ‘크리에이터(Creator)’라고 한다. 1인 방송의 주역인 이들은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의 콘텐츠 구독자(시청자)들에게 즉시 반응해 친밀하게 쌍방향 소통을 하면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팬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치, 인스타그램, 비메오 등 각종 플랫폼에서 쏟아진 1인 콘텐츠는 기존 방송사 콘텐츠를 압도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에 의해 먹방, 쿡방, 게임, 키즈, 패션, 뷰티, 여행, 운동, 외국어 강의, 군(軍)튜브, 개그 등 다양한 분야의 동영상 콘텐츠와 채널이 탄생하고 충성도 높은 구독층이 형성된 지 오래다. 크리에이터들 가운데 수만 명에서 수십만, 혹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팔로워(Follwer·구독자)를 확보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을 ‘인플루언서(Influencer·온라인 유명인)’라 부른다. 이제 개인은 신문·방송 등 전통 매스 미디어의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나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참여자가 되는 게 가능해졌다. 1인 미디어가 누구나 스타와 기자, PD가 되고 개인 미디어를 가질 수 있는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준 셈이다.

인기 크리에이터가 만들고 진행하는 콘텐츠와 채널을 기반으로 수익 사업화한 것이 MCN(Multi Channel Network)이다. MCN은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 유통, 저작권 관리, 광고 유치를 대신하며 매니저 역할을 하는 신종 기획사라고 할 수 있다. 1인 미디어는 우리의 일상이 된 데 이어 문화산업과 콘텐츠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등장했다. 지난해 3조 87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1인 미디어 시장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 가 4조 원대를 훌쩍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1인 미디어 시대에 동영상 콘텐츠 유통의 최대 플랫폼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유튜브 로고. 부산일보DB 1인 미디어 시대에 동영상 콘텐츠 유통의 최대 플랫폼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유튜브 로고. 부산일보DB

■대세가 된 유튜브 동영상

동영상 콘텐츠가 날로 영향력과 파급력을 키우면서 1인 미디어의 대세를 이룬다. 현재 유튜브가 국내외 동영상 콘텐츠 유통의 최대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진입 비용이 따로 없고 콘텐츠 유통에 돈이 거의 들지 않는 등 진입장벽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조금만 학습하면 첨단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장비빨 덕에 동영상 촬영과 편집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된 점도 개인의 유튜브 동영상 업로드 활동이 활발해진 이유다. 일반인들은 전문적이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하는 기본 툴을 이용해 손쉽게 콘텐츠를 생산·가공하고 업로드하기도 한다. 물론 질적인 수준은 크게 떨어져 조잡하기 일쑤지만.

전문 유튜버들의 경우 자신의 콘텐츠에 재미와 작품성을 가미해 흥미와 화제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구독자들의 참여와 소통 욕구를 충족시킨다. 구독자들에게 자유롭고 수평적인 정서적 유대감도 안겨주기 위해 애쓴다. 기존 대규모 방송사에 비해 더욱 다양하고 혁신적인 콘텐츠 제작이 용이해 구독자들에게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1인 방송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충성스러운 구독자와 마니아 팬을 대거 확보함으로써 영향력이 커진 유튜버들은 상업적인 광고를 유치해 새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화 가능성을 창조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구독자 300만 명을 넘긴 유튜브 채널만 16개이고, 3개는 구독자가 각각 1000만 명을 넘는다. 이로써 연간 수익이 수억~수십억 원에 달하는 유명 유튜버들이 속속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구독자 180만 명의 유튜브 게임 방송으로 유명한 ‘대도서관’은 높은 수입 외에도 온라인 유명세를 등에 업고 대형 방송사 프로그램 출연도 잦아졌다. 올해 나이 7세인 이보람 양이 주인인 키즈 채널 ‘보람튜브’는 무려 2620만 명의 구독자를 두고 가족들까지 참여하는 기업화된 초대형 유튜버로서 수년 전부터 이름을 떨치고 있다. 연예인들이 인기 유지나 사업 개척을 위해 TV 브라운관을 넘어 유튜브로 활동무대를 넓히는 사례도 잇따른다.


1인 미디어 게임 방송을 통해 유명해져 높은 수입을 올리고 대형 방송사 예능 프로에도 출연한 유튜버 ‘대도서관’의 방송 장면. 부산일보DB 1인 미디어 게임 방송을 통해 유명해져 높은 수입을 올리고 대형 방송사 예능 프로에도 출연한 유튜버 ‘대도서관’의 방송 장면. 부산일보DB

■수익 좇는 뒷광고 성행

올들어 다수의 유튜버와 크리에이터들이 영상 콘텐츠 내용이 유료 광고임을 밝히지 않은 뒷광고 논란을 빚어 온·오프라인의 뜨거운 이슈가 됐다. 뒷광고는 크리에이터가 후원 업체로부터 금품 등을 제공받고 영상 콘텐츠에서 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하면서도 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본인이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것처럼 방송하는 기만 행위를 일컫는 신조어다. 결국 최근 뒷광고에 연루된 일부 유명 유튜버들이 줄줄이 광고 사실을 시인하는 사과 방송을 하고, 이들과 관계된 일부 MCN의 사과문이 나오면서 파장은 누그러지는 모양새다. 어떤 이는 은퇴를 선언했다. 그렇지만 뒷광고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사안이므로 근절 대책이 요구된다.

뒷광고는 1인 방송을 직업화한 크리에이터들이 수익과 비즈니스 측면에 집착해 광고와 연계시켜 콘텐츠를 왜곡하는 바람에 성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크리에이터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뒷광고를 받아내려고 욕심을 부리거나 1인 미디어의 인기를 마케팅에 활용하려고 접근하는 기업들의 유혹에 흔들리는 탓이다. 1인 미디어의 뒷광고가 폭로된 초기에 해당 유명 연예인과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제품을 사서 사용 후기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었다며 뒷광고를 적극 부인해 구독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크리에이터들의 발뺌을 빗댄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이란 말이 유행했다.

뒷광고는 크리에이터와 구독자들 사이의 신뢰 관계를 깨는 나쁜 짓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대가를 받고 소셜 미디어에 올린 상품이나 음식물의 리뷰 콘텐츠를 직접 구매한 것처럼 꾸미는 건 사기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상 콘텐츠에 소개된 물건을 사게 만든 인플루언서들의 영상 속 발언과 행동이 실제로는 광고라는 사실을 안 구독자들은 배신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 감정은 뒷광고를 한 크리에이터들을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을 정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월 1일부터 뒷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는 사업자(광고주)를 제재키로 했다. 또 영리 목적의 콘텐츠에 반복적으로 뒷광고 표시를 하지 않는 크리에이터도 사업자로 간주해 과징금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크리에이터가 뒷광고를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보완이 필요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1인 방송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뒷광고’ 논란에 따른 유튜브 속 다양한 사과 영상. 유튜브 캡처 1인 방송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뒷광고’ 논란에 따른 유튜브 속 다양한 사과 영상. 유튜브 캡처

■유해 콘텐츠·가짜뉴스 유통

인터넷과 SNS가 그러했듯이 1인 미디어 역시 빠른 성장과 더불어 음란물을 비롯해 미성년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상물이 빠르고 폭넓게 유통되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원칙상 성인 인증을 해야 성인용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지만, 인증 없이도 동영상을 보는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영상 콘텐츠가 1인 미디어를 통해 공유돼 청소년들의 음란물 접속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 1인 미디어의 경우 성인 방송 영상물을 제외한 콘텐츠 제목과 음성, 채팅 내용을 아무나 볼 수 있다고 한다. 미디어 플랫폼 대부분이 별도의 회원 가입 없이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어 미성년자 보호에는 미흡한 형편이다.

진보와 보수, 진영논리에 따라 양극단으로 나뉜 정치 방송 유튜버들이 근거 없는 의혹과 음모론을 제기하는 1인 방송도 정말 걱정스럽다. 일부 과격한 유튜버들은 자기 주장만 옳다고 내세우고 상대 진영을 폄하할 의도로 막말과 욕설을 동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얘기나 가짜뉴스를 퍼뜨려 한쪽만 일방적으로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무분별한 악성 댓글(악플)과 루머를 양산하며 진영 갈등을 심화시킨다. 적게는 수만 명, 많게는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정치 유튜버들이 많아 각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정치 유튜버의 자극적인 발언이 진영 갈등과 국민여론 분열을 부추기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부작용들은 유튜버와 크리에이터들이 결국 돈을 노리는 데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다. 일반인들의 1인 미디어 진입으로 유사 콘텐츠가 많다 보니, 조금이라도 차별화해 관심을 끌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물을 제작해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에 붙는 광고 수입을 목적으로 구독자의 ‘좋아요’ 누르기에 연연하며 조회 수 늘리기에 매달리는 크리에이터가 다수 존재한다.


부산 지역 한 초등학교의 미디어 교육에서 제시된 가짜뉴스를 분별할 수 있는 10가지 요소. 부산일보DB 부산 지역 한 초등학교의 미디어 교육에서 제시된 가짜뉴스를 분별할 수 있는 10가지 요소. 부산일보DB

■법적 규제, 크리에이터 성찰 절실

1인 미디어 시장이 향후 미디어 콘텐츠 산업을 주도할 핵심 산업인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비대면(언택트) 시대를 계기로 1인 미디어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래서 문제점과 부작용을 해소하고 국가와 사회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발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인플루언서들이 유념할 게 있다. 어리고 젊은 세대에게 인플루언서는 새로운 연예인이나 롤모델, 스승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버와 크리에이터들은 막대해진 자신의 영향력만큼 사회적 책무도 커졌다는 걸 확고하게 인식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방송하며 모범을 보여야 할 때다. 크리에이터들의 성찰이 절실하다.

실제로 어릴 적부터 동영상에 익숙한 초등학생들 사이에 유튜버를 포함한 크리에이터는 선망의 직업이 됐다. 지난해 12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18년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5위였던 크리에이터가 1년 만에 의사를 제치고 운동선수와 교사에 이어 3위에 올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게다가 10~20대의 경우 네이버와 구글 같은 포털에서 정보를 검색하지 않고 글을 읽는 수고도 필요가 없는 1인 미디어의 다양한 채널에서 각종 정보를 손쉽게 얻고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터다. 학생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가짜뉴스 판별과 올바른 콘텐츠 제작을 위한 미디어 교육을 활성화해야 할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요즘 1인 방송 크리에이터와 구독자들 간 거리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도 가깝고 가장 밀접해졌다. 반면에 소비자이기도 한 구독자들은 이 같은 관계가 자칫 틀어져 친밀감이 사라지면 강력한 반대 세력으로 쉽게 돌아설 수 있다는 걸 1인 미디어 종사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뒷광고로 인한 구독층의 불이익과 관련, 예전에 광고임을 표기하지 않고 제품을 소개하던 인터넷 파워 블로거의 부침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따라서 솔직하게 광고라는 걸 드러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방법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호감을 줄 수도 있다. 짜임새 있게 잘 만든 광고가 더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은 사례들도 있지 않은가.

외국 기업인 구글이 소유한 유튜브에 대한 우리 정부의 규제가 어렵고 하루에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영상 콘텐츠 모니터링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 때문에 크리에이터와 광고주들이 선한 의지와 자정 노력을 통해 자율적인 규제기구와 시스템을 구축해 1인 미디어 시장에 올바르고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겠다. 소수 인플루언서들의 잘못과 부작용 때문에 선량한 인플루언서와 구독자들이 피해를 봐선 안 될 것이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1인 미디어의 올바른 성장과 발전을 위해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 운영자 측에서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크리에이터들에게 제공할 것을 주문한다. 아울러 크리에이터들의 책임감을 높이고 구독자들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기존 법이 아닌 1인 미디어에 맞는 법적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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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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