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30년 전 부산항 담은 4장 사진 “영도 봉래산서 찍었을 것”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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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대 말 부산항(남항, 북항) 전경을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주는 4장의 연결 사진(원본). 김충진 화백 제공. 출처: 프랑스 파리 장식 미술관. 1880년대 말 부산항(남항, 북항) 전경을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주는 4장의 연결 사진(원본). 김충진 화백 제공. 출처: 프랑스 파리 장식 미술관.

1880년대 말 부산항(남항, 북항) 전경을 담은 4장의 원본 사진을 김충진 화백이 보정·후반 작업을 거쳐 한 장으로 만들었다. 김충진 화백 제공 1880년대 말 부산항(남항, 북항) 전경을 담은 4장의 원본 사진을 김충진 화백이 보정·후반 작업을 거쳐 한 장으로 만들었다. 김충진 화백 제공

1880년대 말 추정 희귀 파노라마

프랑스 파리 ‘장식 미술관’ 자료서 발견

김충진 화백이 다운받아 보정·후반 작업

당시 해관장 ‘피리’가 촬영한 듯



130년 전 부산항(남항, 북항) 전경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보여주는 사진(부산일보 6월 30일 자 1면 보도)이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사진은 1880년대 말 부산항 전경을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주는 촬영자 미상의 4장의 사진이 원본이다.

이 무렵 사진 중에는 미국 선교사였던 리차드 사이드보텀(Richard H Sidebotham, 한국명 사보담) 목사가 1905년 파노라마 형식으로 촬영한 5장의 부산항 전경 사진은 있지만, 19세기 말 부산항 모습을 이렇게 파노라마식으로 담은 사진이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부산세관박물관 이용득 관장은 “이 사진은 개항 이후 바다 쪽에서 부산항을 바라보고 찍은 최초의 파노라마 형태 사진으로 보인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촬영자 미상의 4장의 원본 사진은 근경은 비교적 뚜렷하지만, 원경은 흐릿한 상태다. 이 사진을 입수한 김충진 화백은 보정 후 연결 작업을 통해 1장의 파노라마 사진으로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 내륙이 아닌 영도에서 부산항을 보고 찍은 희귀 사진이면서 당시 부산항의 해안선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하고 기록상으로도 중요한 의미 있는 사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 시대 사진 중에는 자갈치 해변, 영주동 일대, 좌천동 일대, 해관 중심 부산항 일대처럼 특정 지역을 한정해 풍경을 담은 사진은 제법 있지만, 이렇게 남항과 북항이 포함된 지역을 광범위하게 파노라마 형태로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발견이라는 평가다.

4장의 원본 사진은 부산항 야경을 그리는 작가로 유명한 김 화백이 부산항 관련 옛 사진을 찾기 위해 2019년 프랑스 파리 장식 미술관을 스크린하던 중 미술관 도서관 공개 자료 사진첩 ‘COREE’를 통해 발견한 것으로, 김 화백은 사진첩 속 300여 점 중 4장의 사진을 포함해 20여 점의 부산 관련 사진을 다운받아 보정·후반 작업을 거쳐 공개했다. 김 화백은 2004년부터 초량왜관 재연기록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김 화백은 “4컷 연결 부위의 겹치는 부문 여백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높낮이도 정확하다. 또 각 컷의 크기 비율도 동일하다. 삼각대를 놓고 촬영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사진 촬영자는 부산항 해안선이라는 큰 조망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장소를 봉래산이 있는 영도로 택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4장의 사진에는 사진 중심에 용두산을 놓고 부산 서구 암남동 두도에서부터 동구 초량동 일대까지를 담았다. 용두산 아래에 일본영사관과 부산해관, 동관(왜관)이, 그 옆으로 복병산, 동암, 쌍산, 설문 등이 오른쪽으로 쭉 펼쳐져 있다. 용두산 왼쪽으로는 서관(왜관), 자갈치 해변, 송도, 두도 등이 보인다.

이 시대 부산항은 개항(1876년)으로 이듬해 초량왜관 일대에 일본인전관거류지가 개설됐다. 또 1880년 4월에는 초량왜관 관수가가 있던 자리에 일본영사관이 들어섰다. 1883년 11월에는 지금의 동광동에 있던 일본인 가옥을 빌려 개청했다가 얼마 안 있어 용미산 인근에 부산 해관이 들어섰다. 영국도 1883년 부산에 영사관을 설치했으며, 중국 청나라는 1884년 7월 초량에 영사관과 청관을 설치했다. 한마디로 19세기 말 부산은 유럽 열강과 청나라 일본 등 외세가 가장 눈독을 들인 곳 중 하나였다.


복병산 동암 일원. 김충진 화백 제공. 출처: 프랑스 파리 장식 미술관. 복병산 동암 일원. 김충진 화백 제공. 출처: 프랑스 파리 장식 미술관.

경상좌수영 운주헌 경상좌도수군절도사. 김충진 화백 제공. 출처: 프랑스 파리 장식 미술관. 경상좌수영 운주헌 경상좌도수군절도사. 김충진 화백 제공. 출처: 프랑스 파리 장식 미술관.

다대포진 전경. 김충진 화백 제공. 출처: 프랑스 파리 장식 미술관. 다대포진 전경. 김충진 화백 제공. 출처: 프랑스 파리 장식 미술관.


동아대 석당박물관 김기수 관장은 “당시 부산포 전경을 담은 부산항 사진은 간혹 있지만, 파노라마 형태로 부산 서구 암남동 두도에서부터 동구 초량동 일대까지 담은 사진은 매우 희귀하다”고 말했다. 또 김 관장은 “부산항이 근대적 시설로 바뀌기 전,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사진으로 추정된다”면서 “당시 영도 대풍포구 옛 모습도 함께 담아 더욱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사진이다”고 말했다. 4장의 사진은 영도 봉래산 중턱 봉래산 산제당 인근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진을 통해 영도 대풍포구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4장 사진의 정확한 촬영 연대에 대해서는 이 관장은 1887년께로 추측했다. 김 관장은 부산항 해관부지에 보세창고가 세워진 1889년 10월 이전의 해관 일대 부산항 모습으로 추정했다.

김 화백이 사진첩 ‘COREE’를 통해 내려받은 사진 중에는 촬영자 미상의 희귀 사진이 많다. 이중 상당수 사진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떠돌아다니고 있고, 일부는 전혀 공개되지 않은 사진도 있다. 이중 ‘복병산 동암 일원’ 사진과 인터넷상에서 이미 떠돌고 있는 ‘경상좌수영 운주헌 경상좌도수군절도사’ ‘다대포진 전경’ 사진도 특별히 눈길을 끈다.

복병산 동암 일원 사진 역시 희귀한 사진으로 김 관장은 “1895년께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진을 통해 부산항약도에서 나타난 청상조계지(이후 청관전관거류지였으며 현 차이나타운 일대)와 각국(영국, 러시아 등) 조계지가 있었던 영선산과 쌍산 일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 1909년 제작된 초량매축예정지에 나타나 있는 청관전관거류지에서 초량왜관으로 이동하는 길과 건축물들을 확인 할 수 있다.

2~3년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떠돌던 ‘경상좌수영 운주헌 경상좌도수군절도사’는 선글라스를 쓴 경상좌도수군절도사가 참모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사진 속 등장인물들 뒤 편액에는 운주헌(運籌軒)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보인다. 사진 촬영 시기는 1890~1895년 사이로 추정된다.

다대포진 전경으로 추측되는 사진은 다대포진 주변 모습이 비교적 잘 드러나 고증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객사 아래에 문루(원문)도 보인다.

4장의 연결 사진을 촬영한 이는 미상이지만, 1886년 6월 1일부터 1888년 7월 26일까지 2대 해관장을 역임한 프랑스인 해관장 피리(A T Piry)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사진에 대단히 조예가 있었던 인물로, 프랑스로 돌아가 2권의 사진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하지만 3대 해관장(1888년 7월~1898년 2월, 부산세관박물관 자료)을 지냈던 영국인 헌트도 사진기를 가지고 있었고, 해관장으로 10년을 근무했기 때문에 촬영 후보자에서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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