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부울경 메가시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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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비수도권 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을 기회
지역균형발전 위한 최초의 초광역권 통합·협력 모델
부울경 지자체·정부·여야 정치권 협력해 성공시켜야

지난달 19일 출범한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부울경 특별연합). 이는 행정적으로 3개 광역시도로 나뉜 부울경 지역이 본래의 뿌리로 돌아가 경쟁력 있는 하나의 메가시티로 성장하려는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초광역권 통합·협력 모델이 되는 특별지방자치단체다. 3개 지역에 분산된 힘을 모으고 시너지를 높여 일극화한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단일 경제·생활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지역균형발전 차원의 프로젝트다.

11일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부울경 메가시티가 좌초할 우려를 안기는 우울한 얘기가 불거져 문제다. 울산과 경남의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메가시티 추진과 관련해 반대와 원점 재검토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서다. 게다가 메가시티 완성을 위한 후속 절차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새 정부 초대 내각 인선, 지방선거 등 대형 국가 이벤트에 밀려 별다른 진척 없이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메가시티는 부울경과 국가 미래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인식과 함께 부울경 광역지자체들의 상호 협력 속에 차질 없는 후속 작업 진행이 요구된다.

4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와 부산·울산·경남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울경 메가시티 지원을 위한 협약식'. 연합뉴스 4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와 부산·울산·경남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울경 메가시티 지원을 위한 협약식'. 연합뉴스

■메가시티 완성이 필요한 이유

부울경 메가시티는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 실효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중앙정부 중심의 지역균형발전 정책과는 사뭇 다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부울경 3개 시도와 지역민들이 공감대 형성 등 자발적인 노력 끝에 이뤄낸 상향식 행정·국토 개혁이기 때문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과밀화가 심각한 수준인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일본 도쿄·오사카·나고야, 중국 베이징·상하이·홍콩에 맞먹는 동북아 8대 거대 도시권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재 275조 원 규모인 부울경의 GRDP(지역내총생산)를 오는 2040년 491조 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3개 시도가 정부와 조율해 초광역권 발전을 위한 70개 핵심사업 계획을 마련했다. 부울경 인구도 같은 기간에 776만 명(부산 334만, 울산 112만, 경남 330만 명)에서 1000만 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이에 정부도 지원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달 18일 행정안전부가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안’을 승인·공포함으로써 부울경 메가시티가 공식 출범할 수 있었다. 정부는 메가시티가 광역 교통·물류체계 구축 등 21개 분야, 126개의 초광역 사무를 수행하도록 국가 사무를 대폭 이관했다. 메가시티의 초광역 사무에는 3개 시도에서 이관한 일부 업무가 포함돼 있다. 메가시티는 이를 바탕으로 부산·울산·창원·진주 4개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중소도시와 인근 지역을 생활·경제권 단위로 개발해 발전시키면서 수도권에 필적하는 또 하나의 발전축으로 성장하게 된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수도권 일극체제의 폐단과 지방소멸 위기를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지역균형발전의 선도적 모델이라는 점에서 성공적인 추진이 절실하다.

동북아 8대 메가시티 인구 비교. 자료 : 통계청 동북아 8대 메가시티 인구 비교. 자료 : 통계청

■일부 광역단체장 후보의 반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지난 1년간 부산시장 임기 동안 부울경 광역단체장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을 위해 움직였다. 그는 메가시티 출범을 위해 문재인 정부에도 적극 지원할 것을 요청하고, 출범이 현실로 성사되자 누구보다 기쁘게 반겼다. 변성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부울경 메가시티 완성’을 제2호 공약으로 내걸고 박 후보를 경계할 정도다. 변 후보의 이 같은 대응에는 메가시티의 당위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은 물론 메가시티 출범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을 테다.

박 후보와 달리 국민의힘 울산시장과 경남지사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울경 메가시티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두겸 국민의힘 울산시장 후보는 “이 중차대한 일을 송철호 시장(민주당 울산시장 후보)이 밀실에서 추진했다. 중단시켜야 한다”면서 “시장이 되면 우선 실익을 따져보고 시민의 뜻을 알아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부울경 통합으로 부산이 대다수 혜택을 흡수하는 ‘빨대효과’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같은 당의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도 부산과 울산에 메가시티 사업이 집중돼 새로운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 그는 진주 등 서부 경남에 대한 균형발전 대책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두겸·박완수 두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부울경 메가시티는 3개 광역지자체 간 협력이 삐걱대면서 후속 작업에 난항을 겪거나 자칫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실정이다. 관련 규약상 각 시도지사가 특별연합 탈퇴 의사를 표명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는 까닭이다.

지난해 12월 부산의 한 호텔에서 부울경 시도의회 위원장들이 3차 회의를 갖고 부울경 메가시티 출범을 위한 실무를 논의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지난해 12월 부산의 한 호텔에서 부울경 시도의회 위원장들이 3차 회의를 갖고 부울경 메가시티 출범을 위한 실무를 논의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정략적 판단과 이용은 곤란

김두겸·박완수 후보의 떨떠름한 태도는 변 부산시장 후보의 생각처럼 부울경 메가시티를 민주당의 성과물로 인식한 데서 생기는 반감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19년 민주당 소속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부울경 메가시티 조성을 처음으로 제안한 사실이 이러한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당시 김 전 지사는 “메가시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길”이라며 동남권 메가시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 협력 지원전략 보고회’에서 수도권 일극체제 타파를 위한 특단의 균형발전 전략으로 초광역 협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부울경 지자체를 비롯한 지방정부 차원에서 논의됐던 메가시티 문제가 중앙정부의 균형발전 의제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메가시티의 연원을 따지자면, 결코 민주당만의 것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2005년 경남지사로 근무할 때 주창한 ‘남해안 시대 선언’의 남해안 선벨트(Sun belt) 구축 프로젝트와 맥이 닿아 있다. 이는 부울경 지역 등을 묶어 산업단지와 지역 특성에 맞는 해양관광·문화단지를 다양하게 개발해 경제·물류·휴양 기능이 어우러진 거점 경제권으로 육성하자는 사업이다. 메가시티의 직접적인 계기는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부가 광역경제권을 지역정책의 기본 개념으로 제시한 뒤 지역 발전의 새로운 전략으로 활용됐던 것이다. 특히 부울경 시민사회단체와 상공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행정구역을 떠나 동남경제권을 만들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다듬어지고 구체화돼 현재의 부울경 메가시티에 이르렀다. 따라서 부울경 메가시티는 진보·보수 정당, 중앙과 지방을 막론한 결과인 만큼 어느 한 지방선거 후보와 특정 정치 세력이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판단해 함부로 제동을 걸 대상이 결코 아니다. 메가시티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셈이다. 여야가 부울경 메가시티의 성공을 위해 협치하며 적극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광역전철망 추진 현황. 부산일보DB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광역전철망 추진 현황. 부산일보DB

■차질 없이 후속 절차 진행돼야

부울경 메가시티는 정부가 지난달 고시·공포한 규약에 따라 내년 1월 국내 최초의 특별지방자치단체 업무와 사업에 들어간다. 이를 위한 준비 업무를 맡은 곳이 지난달 6일 3개 시도의 파견 인력으로 꾸려진 합동추진단이다. 추진단은 1국, 2과, 전체 25명으로 구성돼 메가시티 출범에 따른 후속 절차 추진과 본격적인 업무 돌입을 위한 제반 준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메가시티 운영에 필요한 조직 구성과 인력 증원, 사업 예산 확보 등의 업무가 사실상 중단돼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 원인은 지방선거와 광역단체장 공석 탓에 부울경 지자체들 간 실무 협의가 답보하며 선거 이후로 미뤄지고 있는 데 있다. 주무부처인 행안부도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장·차관에 이어 고위 간부가 대거 바뀔 예정이어서 부울경 메가시티 관련 준비와 지원 업무에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중앙·지방정부 관료 모두 눈치를 보고 있는 게다. 이러다가는 과연 내년 초 메가시티 업무를 정상적으로 시작하고, 지역 발전을 위한 각종 사업도 시기에 맞춰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는 선거 국면 같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필요할 경우 시도지사 권한대행인 부단체장들의 책임과 지휘 아래 공무원들이 착실하게 실무를 지속할 수 있는 행정 시스템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정권의 치적이 아니라, 부울경 776만 주민의 지역균형발전과 경제 활성화에 대한 염원으로 이룬 성과다. 부산·울산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부산 311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정책과제 중 반드시 추진해야 할 부산 현안 국정과제로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 34.4%,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 19.6%, 산업은행 등 2차 공공기관 이전 19.3%,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15.1%, 북항 재개발사업 조속 완성 10.0% 등 순으로 중요도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중소기업인들이 부울경 메가시티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닻을 올린 메가시티가 정파적 이해나 정치권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순항할 수 있도록 만들 필요성이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윤석열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지방화 시대’를 표방하고 있으므로 부울경 메가시티 발전에 행정적·재정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6월 1일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탄생할 부울경 시도지사들의 메가시티에 대한 전향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리더의 의지와 비전이 지역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동남권의 운명을 바꾸는 것은 물론 수도권으로 크게 기울어진 ‘국가의 운동장’을 바로잡아 전 지역이 균형발전을 이루며 동반 성장하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부 우려와 불안이 있더라도 계획을 수정·보완해 촘촘한 실천 방안을 마련하면서 메가시티 구축을 잘 추진함으로써 출범의 의미를 살리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이제 부울경은 메가시티 안착을 위한 운명 공동체임을 명심해 서로 협조하고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여기에 지역과 중앙의 여야 정치권도 합심하고 동참해야 마땅하다.

강병균 논설위원 강병균 논설위원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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