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상식량' 커피믹스 위력 어떻길래…성지 된 네티즌 예언 댓글
경북 봉화 아연광산 사고로 열흘째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인 4일 밤 극적으로 구조된 광부 2명은 첫 사흘은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 30봉지를 밥처럼 먹으며 버텼고, 이후에는 떨어지는 물로 연명하며 기적처럼 생환했다. 구조에 앞서 한 네티즌이 "커피믹스 드시면서 나타나실 것"이라고 예언 댓글을 달아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업 반장 박정하(62) 씨와 광부 박 모(56) 씨의 주치의인 경북 안동병원 신장내과 방종효 과장은 5일 병원 1층에서 브리핑을 열고 "두 분이 수일 내 퇴원까지 할 수 있을 걸로 예상하고 있다"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평소에 상당히 체력이 좋았던 거 같다"고 말했다.
두 광부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께 봉화 재산면 아연 채굴광산 제1 수직갱도에서 작업 중 펄(토사)이 수직 아래로 쏟아지며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방 과장은 "커피 믹스 30봉지를 처음에 갖고 계셨는데 구조가 이렇게 늦게 될지 모르고 3일에 걸쳐서 나눠서 식사 대용으로 드셨다고 한다"며 "그게 아마 상당히 많이 도움이 된 거 같다. 현재는 일반실에 계신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들 이야기로는 3일 이후부터는 떨어지는 물로 아마 연명하신 거 같다"고 말했다.
이들 광부에게 '기적의 비상식량' 역할을 한 커피믹스는 칼로리가 높고, 단백질만 없을 뿐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돼 있다.
시중에 판매 중인 믹스커피 1봉지는 45~50kcal의 열량을 낸다. 또 나트륨, 지방, 탄수화물, 당류, 포화지방 등이 들어있다. 성인 남성의 경우 하루에 약 2000kcal를 섭취해야 하는데, 커피믹스 4~5개가 밥 한공기 칼로리(215kcal) 수준이 될 만큼 적잖은 열량을 주는 셈이다. 또한 당분 함량이 높은 커피믹스는 극한상황에서 체온을 유지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실제 이러한 이유로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커피믹스를 필수품처럼 챙기곤 한다.
커피믹스가 생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네티즌 A 씨는 지난 4일 '광산 내시경' 작업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한 커뮤니티에 "내일 아침에 커피믹스 드시면서 나타나실 거예요. 낮 밤이 바뀌어서 주무시는 듯"이라는 예언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 아래 비난 댓글이 달리자 A 씨는 "내시경 카메라에서 원래 계실 것으로 생각한 곳에 (광부들이)안보이시니, 건강한 모습으로 어딘가 다른 곳에 계실 거라고 생각해 적은 글인데 오해를 일으킨 것 같다"며 "커피 믹스 드실 정도로 문제 없으실 것이라는 의미였다. 저도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나오시길 빌고 있다"고 해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립 광부 2명이 고립 221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했을 뿐 아니라, 구조 당시 갱도에서 자력으로 걸어 나올 정도로 건강상태가 양호하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A 씨의 글은 '성지'가 돼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