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는 복귀” vs “대화 의지 없다”… 28일 교섭도 안갯속
정부, 연일 ‘업무개시명령’ 언급
“일몰제 폐지 어렵다” 입장 견지
화물연대 “원희룡 장관 일방적 엄포
굴욕적 만남 응하지 않을 것” 반발
부산항 신항서 화물차에 물체 투척
경찰, CCTV 수색 등 수사 진행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나흘째에 접어들었다. 28일 정부와 화물연대 간 교섭이 이뤄질 예정인데, ‘강 대 강’ 대치 속 양 측이 합의에 이를지는 안갯속이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13개 지역 136개소에서 조합원 약 4300명이 분산해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전체 조합원의 29.5%에 달하는 인원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부산항 임시사무실에 머물면서 화물연대 총파업 대응을 지휘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장치율은 62.6%로 지난달 평시 수준(64.5%)을 유지하고 있다. 26일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만 3084TEU로, 평시(3만 6824TEU) 대비 35% 수준이다.
국토부는 “시멘트 운송 차질로 레미콘 품귀현상이 발생해 타격을 입는 건설현장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이번 주 초부터 현장 피해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28일 교섭에 나설 예정이지만, ‘강 대 강’ 대치 속 합의점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연일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언급하며, 안전운임제 일몰제 존폐를 두고 화물연대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을 위한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품목 확대나 일몰제 폐지는 어렵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29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이 심의·의결된다면 도입 이후 첫 발동 사례가 된다. 2004년 법이 도입된 이후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적은 없었다.
원 장관은 26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려면 누가 업무를 거부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확정이 필요하다”며 “법적인 요건을 엄격히 따져서 지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빠르면 다음 주 중으로는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이라도 할 수 있도록 실무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 운송을 집단 거부해 심각한 물류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명령이 발동되면 운송 기사들은 즉각 업무에 복귀해야 하고 이를 거부할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화물연대는 원 장관이 전날 포항을 방문해 “어명소 국토부 차관과 화물연대 위원장이 28일 월요일에 세종청사에서 만나기로 했다. 만나게 되면, 조건 없이 업무에 복귀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발언했다며, 이에 “일방적인 엄포”라고 반발했다. 28일 정부와의 교섭에는 참석할 계획이지만, 이봉주 위원장과 어명소 차관의 만남은 확정된 바 없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화물연대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멸시하는 행위”라며 “만남의 의도가 원희룡 장관의 발언으로 분명해진 만큼 그러한 굴욕적인 만남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업무개시명령을 두고 운송 허가권을 가진 정부의 협박이라고 규탄하기도 했다.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 송천석 본부장은 “업무개시명령은 정부의 대화 의지가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이며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발언”이라며 “안전운임제를 지속하고 적용 품목 확대를 논의하기로 했는데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인 26일 오전 7시께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에서 운행 중이던 화물차에 쇠구슬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오는 등 현장에서 긴장감은 고조되는 모습이다. 경찰은 CCTV 수색 등을 통해 수사하고 있으나 아직 물체의 정체와 물체가 날아든 경위 등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다.
화물연대는 지난 24일 0시를 기점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차종·품목 확대, 안전운임제 개악안 폐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