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못 얻고 백기 든 나경원… 정치 인생 최대 위기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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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친윤과 대립하다 좌초 지지율 하락에 ‘밑천 바닥’ 혹평
향후 정치 행로·당내 역할 불투명
“낯선 정치 현실”… 압박 우회 비판


국민의힘 당권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당권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윤심’에 가로막혀 고립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결국 당권 도전을 포기하면서 정치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나 전 의원은 지난달 당 대표 출마설이 거론된 이후 대통령실과 전면 충돌하고 당내 주류층인 ‘친윤계’와도 대립각을 세우면서 정치적 입지를 잃었다. 연일 떨어지는 당원 지지율에 정치적 갈등 또한 봉합하지 못하고 백기를 들면서 그의 정치 밑천이 드러났다는 혹평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설이 거론된 지 약 한 달 만인 25일 불출마 선언을 공식화했다. 4선 국회의원과 자유한국당 시절 원내대표를 지낸 그는 스타성 있는 중진 이미지로 당권 도전의 뜻을 내비쳤다. 허나 멀어진 윤심과 친윤계의 불출마 압박 속에 4선 관록의 나 전 의원은 후보 등록조차 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오늘 이 정치 현실은 무척 낯설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거론한 ‘낯선 정치 현실’은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불출마 압박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윤’임을 자신해 온 나 전 의원은 출마설이 거론된 뒤로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을 지지하는 당내 주류 친윤계로부터 거센 불출마 압박을 받았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진박 감별사’ 등의 강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압박에 맞섰다.

여기에 멀어진 윤심도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큰 영향을 끼쳤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정부 정책에 반하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 아이디어를 거론했다가 대통령실 참모가 이를 실명으로 비판했다. 당권 레이스에 개입된 윤심이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은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이후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에 대한 사의를 전달했지만, 윤 대통령은 ‘해임’으로 이에 응수했다. 이후 나 전 의원이 “(해임 결정은) 대통령의 본의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윤 대통령의 뜻이 맞다”고 반박하면서 윤심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친윤임을 자신했던 나 전 의원에게는 거세지는 ‘반윤’(반윤석열) 이미지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 출마를 고심하며 윤심 눈치만을 살피다가 친윤계에 공세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대통령실과의 갈등 직후 친윤계가 연일 나 전 의원을 공격하고 당내 초선의원 50여 명이 비판성명까지 내면서 설 연휴를 기점으로 당원들도 서서히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지키던 나 전 의원은 김기현·안철수 의원에게 1위와 2위 자리를 내주고 오차범위 밖 3위까지 추락했다.

앞으로 나 전 의원의 정치적 행로와 당내 역할의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대통령실과의 골 깊은 갈등은 ‘해임’으로 막을 내렸고, 대통령이 임명한 부위원장직을 던지고 당권 도전을 곱씹다가 포기한 것은 중진 정치가에게 치명상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문에서 “용감하게 내려놓았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 전 의원이 앞으로 전당대회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일정 수준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내가 역할 할 공간은 없다”며 당권주자 연대에 선을 그었지만, 김기현·안철수 의원 대결 구도로 흘러가면서 나 전 의원의 표를 흡수하기 위한 쟁탈전이 가열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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