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이 뭐기에… ‘돈 선거’ 오명 못 벗는 조합장 선거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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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제왕적 권한에 허술한 제도 탓
경남서 위반 행위 벌써 23건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22일 부산 기장군 연화리 앞바다에서 신암어촌계 해녀들과 함께 깨끗한 선거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22일 부산 기장군 연화리 앞바다에서 신암어촌계 해녀들과 함께 깨끗한 선거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23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24일부터 본격 선거전에 돌입한다. 비리·부정 선거 차단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 운영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위법행위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1억 원 남짓의 연봉에 해당 조합의 전권을 쥐고 정계 진출의 발판 역할까지 하는 조합장 자리를 너도나도 탐내고 있는 탓이다.

경남에서는 올해 농협·수협·산림조합 등에서 170명의 조합장을 뽑는다. 조합의 자산 규모가 2500억 원 이하면 상임, 이상이면 비상임 조합장이 된다. 상임은 총 3차례 연임할 수 있고, 비상임은 연임에 제한이 없다. 이들은 농협의 상무급이어서 연봉은 1억 원 안팎이며 거액의 업무추진비를 제공받는다.

조합장은 사실상 해당 조합의 전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약직 직원 등을 조합에서 직접 뽑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직원 승진·징계권도 가지고 있다.

예산 편성과 집행 권리도 갖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총회 등을 거치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게 전언이다. 실제 농협의 조합 예산은 일반·신용회계로 나뉜다. 일반회계 안에 교육지원사업비가 있다. 농협에 장사를 허락하는 대신 그 이익을 농민 지원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금이다. 그러나 다소 주관적인 관점에서 혜택을 분배할 수 있는 돈이라는 주장이 따른다. 조합장이 되면 별다른 견제 없이 조합의 경영권과 인사권 등을 휘두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 농약 등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에 이르는 농협 납품 업체들은 결정권자인 조합장에게 잘하려 노력한다. 명절 선물만 1000만 원 이상 받아 돌려보내기 바빴다는 전직 조합장도 있을 정도다.

군소 지역에서는 ‘기관의 장’이라는 정무적인 입지를 활용해 정계로 전향하기도 한다. 실제로 조근제 함안군수 등 전직 조합장 출신 정치인은 더러 있다. 정계 진출의 발판까지 만들 수 있다 보니 너도나도 조합장 자리를 욕심내는 것이다.

조합장 선거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거세다. 예비후보자 제도가 없는데다 선거운동원과 유세차량 등을 활용할 수 없어 혼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활동반경이 넓은 현직이 자연스레 우위를 선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거를 치르는 후발 주자들 사이에서 당장 “돈이 효과적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조합원들이 학연·지연·혈연 등으로 얽혀 있는 작은 규모의 지역사회에서 선거가 이뤄지는 것도 또 다른 한계로 지적된다. 현직 조합장도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전직 조합장 A 씨는 “과거 막걸리 한 잔에 표를 주다가 지금의 돈봉투에 이르렀다”며 조합원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거 때마다 과열·혼탁 양상을 빚으며 ‘돈 선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경남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일 도내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 위반행위가 총 23건 적발됐다. 고발 12건과 서면경고 등이 11건인데 고발의 90% 이상이 기부행위, 즉 금품선거 위반이다. 전직 조합장 B 씨는 “조합장은 조합의 살림꾼으로서 농민들의 복지를 위해 활동해야 한다는 본분을 잊어서는 안되는데, 이익에만 급급하다 보니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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