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하루도 단잠 못 자… 산은 이전 통해 새 성장축 만들어야”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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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인터뷰

대한민국 저성장 해법은 ‘동남권’
미래형 제조업 기지 만들어야
부산 미래 ‘산업·해양·금융’ 달려
다양한 의견 터놓고 논의했으면
이전 계획서·법 개정 함께 처리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11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통해 동남권을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11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통해 동남권을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11일 부산을 찾은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통해 동남권을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강 회장은 산업(Industry), 해양(Marine), 금융(Finance) 등 ‘I·M·F’를 통한 부산, 울산, 경남의 미래를 이미 그리고 있었다.


강 회장은 이날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진행된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부울경 산업 생태계에 대해 “2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조업에 머물러 있다”고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지역이 가진 산업·해양·금융 3가지 특성을 적극 활용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동남권이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맞는 제조업 기지로 탈바꿈해야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회장 생각은 무엇인가.

“한국 경제의 문제는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대한민국 경제가 서울·수도권 단일 축으로만 돌아갈 경우 저성장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기 어렵다. 결국 혁신친화적 국가 시스템과 동시에 경제를 나란히 이끌어 갈 수도권 외에 또 다른 성장축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 축은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이다.”

-왜 부산·울산·경남인가.

“‘제조 르네상스 시대’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제 안보가 강화되면서 각국이 자국 중심의 공동 공급망 구축에 나서면서 제조업이 다시 중요해졌다. 동남권이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주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곳에는 많은 산업 자본과 시설이 있다. 이것이 우리가 동남권을 주목하는 이유다.”

-산업은행 이전 후 부산, 어떻게 달라질까.

“부산의 미래는 3가지를 통해 그려 볼 수 있다. 하나가 산업도시로서 부산, 두 번째는 해양도시로서 부산, 세 번째는 금융도시로서 부산이다. 이걸 산업(Industry), 해양(Marine), 금융(Finance)의 앞 글자를 따면 ‘I·M·F’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금융 위기 사태 당시 IMF(국제 통화 기금)가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는데, 한국을 위기에서 구한 주체가 IMF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것은 벤처 스타트업 기업인데, 이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지역 내에서의 새로운 성장 동력도 만들겠다.”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은 어떤 상태인가.

“금융위가 지난 3일 국토교통부 앞으로 산은 이전기관 지정을 위한 심의 요청 문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 이제는 국토부가 균발위에 제출한 뒤,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공표하면 행정적인 이전 프로세스는 완성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부산 이전을 위해선 법이 개정돼야 한다.”

-국회에서도 이견이 첨예하다.

“이전 필요성과 산업은행 역할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

-내부 반발도 문제인데.

“노조 반대로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단잠을 자지 못했다. 이들의 주장은 크게 3가지다. △서울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정부 정책 방향과 맞지 않다 △산업은행 상당수 비즈니스가 서울에 있는데 부산으로 옮길 경우 손실이 발생한다 △동남권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함에 있어 산업은행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등이다. 결국 동남권을 새로운 대한민국 축으로 만드는 동시에 국가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는 방향을 만들어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향후 이전 방안이나 규모, 과정 등에서 보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면 한다. 당사자인 산업은행은 물론 부산시, 서울시 등 지자체와 정부 기관 그리고 국회가 다 함께 힘을 합쳐 산업은행이 70년간 쌓아 온 경쟁력을 유지할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노조와도 마음을 터놓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많지만 기회가 없어 힘들고 어렵다”

-앞으로 남은 스케줄은 뭐가 있나.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따른 정책금융 역량 강화 방안 컨설팅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5월 말께 나오는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컨설팅은 조직과 인력 운용 방안을 중심으로 하는데, 이에 더해 어디에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이전하느냐는 추가적 검토를 통해 이전 계획서에 담을 것이다. 이전 계획서는 저희가 준비를 할 텐데 현재 상황에선 국회의 산은법 개정과 함께 처리한다는 목표다.”

-에어부산 분리 매각에 대해서도 지역의 관심이 많다.

“부산의 열망은 잘 알고 있다. 일전에 부산 기업인들을 만났을 때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현재 대한항공과 (에어부산 모회사인)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 이야기하기엔 이르다.”

-한화-대우조선 합병 관련해 ‘조건부 승인설’도 나오지만 명확한 내용은 없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공정위가 객관적으로 잘 판단해 줄 것이라 믿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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