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쁜 인상 랠리 끝? 한은, 기준금리 또 묶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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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2연속 3.50% 동결
"물가 안정세·불황 감안한 듯"
‘미국과의 격차 확대’ 변수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한번 동결했다. 그간 기준금리 인상 랠리의 배경으로 지목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만큼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안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한번 동결했다. 그간 기준금리 인상 랠리의 배경으로 지목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만큼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안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한번 동결했다. 그간 기준금리 인상 랠리의 배경으로 지목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만큼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안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기의 최종금리를 3.50%로 보는 시각이 굳어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1일 오전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는 지난 2월과 이날 동결로 사실상 깨졌다. 최근 다소 안정된 물가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110.56)는 작년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상승률이 2월(4.8%)보다 0.6%P 떨어졌고, 작년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갈수록 나빠지는 경기 지표도 금통위 내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에 힘을 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 반등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 2000만 달러)까지 13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연속 동결로 시장에서는 '한은 금리 인상 종결론'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4월 동결 이후 당분간 금리는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현재 기준금리가 이미 중립금리 수준을 웃도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되고 경기가 둔화 내지 침체 양상을 보이는 만큼 금리 인상 기조는 끝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이번까지 두 번 연속 동결한 뒤 갑자기 5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면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일단 금리 인상기는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추가 인상 여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하면서 미국과 격차는 1.50%P(한국 3.50%·미국 4.75∼5.00%)로 유지됐다.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5월 최소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만 밟아도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P 이상까지 벌어지게 되는데, 이 경우 한국 경제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시장에서 금리인하 기대까지 나오는 것을 경계하고 나섰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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