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촉 안건에 급해진 조종국 운명, BIFF 이사·집행위원회 손에 달렸다
조종국 위원장 SNS로 대응 나서
“위촉 과정 문제 없었다”고 주장
영화계는 “업무 적격 인사 아냐”
이사 등 30인 투표로 거취 결정
부산국제영화제(BIFF) 인사 내홍과 사유화 논란을 초래해 영화계 퇴진 요청을 받아온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이 한 달여 만에 처음 입장을 밝혔다. 오는 26일 자신의 해촉을 결정하는 임시총회를 열기로 하자 SNS에 연이어 글을 올리며 대응에 나섰다.
임시총회에서 최대 30명인 BIFF 이사와 집행위원 투표 결과에 따라 조 위원장 거취는 결정된다. 같은 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체제 여부도 함께 결정되고, 혁신위원회 구성 방향도 제시될 전망이다.
■ 조종국 “흠결 없이 위촉” VS 영화계 “절차적으로 문제”
조 위원장은 지난 15일 BIFF 이사회에 보낸 입장문을 개인 SNS에 공유했다. 그는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이) 저를 운영위원장에 위촉한 것에 대한 반발로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면 더욱 납득할 수 없다’며 ‘이사회-총회에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은 ‘관련자들 동의를 받고 이사회-총회를 거쳐 적법 절차에 따라 위촉됐다’며 ‘이사회와 총회의 토론과 의결 과정에 흠결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BIFF 직원들에게 “처음에 조종국을 언급하니 허 위원장이 단번에 ‘안 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허 위원장이 “(조종국은) 부산영상위 사무처장으로 있을 때 부산 영화인과 많은 분란을 일으켰다”며 “강성이고 편향적”이라는 이유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허 위원장이 “운영위원장과 예산 전반은 내 의지가 아니다”라며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오 위원장은 이용관 이사장과 조 위원장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다.
지난달 9일 조 위원장 임명 과정도 잡음이 많았다.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4개 단체는 지난달 8일 BIFF 측에 신임 위원장 선임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당시 이들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고 사전 이야기도 없이 공동 집행위원장을 선임하는 건 맞지 않다”며 다음 날 해당 안건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이사회와 임시총회에서도 정관 개정 등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 조 “급조한 감투 아니다” VS 영화계 “업무 적격 인사 아냐”
조 위원장은 지난 16일엔 BIFF에 운영위원장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2019년 ‘BIFF 비전2040 특별위원회’가 집행위원장 권한을 ‘프로그램’과 ‘조직 운영’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자신의 사퇴를 주장하는 교수와 프로그래머가 해당 특위 부위원장과 위원이었다’며 ‘운영위원장 직책은 느닷없이 만들었거나 저를 챙겨주려고 급조한 감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 운영위원장 ‘직책’보다 ‘인물’ 적격성에 대한 반발이 더욱 크다. 이 이사장과 오 위원장 최측근이 집행위원장에 버금가는 운영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영화제 사유화 논란까지 불거졌다. 조 위원장이 예산이나 조직 관리에 전문적인 인물인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여기에 허 위원장 사의 표명 전 부잽행위원장 A 씨도 “조 위원장과 일할 수 없다”며 인사이동을 요청한 사실도 알려졌다.
부산 영화인 B 씨도 “영화계 평판이 좋지 않은 최측근을 운영위원장에 앉혀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 30인 투표에 갈릴 운명
조 위원장 해촉 안건은 임시총회에서 이사들과 집행위원 투표로 결정한다. 현재 BIFF 이사 17명과 집행위원 14명에게 의결권이 있다. 이번 안건은 현재 집행위원인 조 위원장 본인에겐 의결권이 없어 최대 30명이 투표를 할 수 있다. 과반 이상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 이사장 측근이 많은 상황이라 해촉 안건 통과는 쉽게 낙관할 수 없다. 여기에 BIFF는 무기명 투표로 안건을 다루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남송우 BIFF 이사는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가능한 한 비밀투표로 결정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두 차례 조 위원장 사퇴를 요청한 이사회가 해촉안을 부결하면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 퇴진까지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임시총회에서는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를 위한 규정 개정’ 안건도 처리한다. 사실상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에게 집행위원장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남 프로그래머는 지난 12일 이사와 집행위원에게 ‘집행위원장 대행 권한 명문화’를 안건으로 다뤄달라며 임시총회 소집을 요청했다. BIFF 이사회가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 사표를 수리하면서 집행위원장 대행 역할을 맡은 그는 운영위원장 직책이 존재해 실질적인 업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혁신위원회 구성 및 역할’ 안건도 다뤄진다. 이청산 BIFF 이사는 “정관에 혁신위원회 구성 방향 등을 추가하는 정도로 의결이 될 것 같다”며 “당장 누가 혁신위에 들어올지 결정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