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촉 안건에 급해진 조종국 운명, BIFF 이사·집행위원회 손에 달렸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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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국 위원장 SNS로 대응 나서
“위촉 과정 문제 없었다”고 주장
영화계는 “업무 적격 인사 아냐”
이사 등 30인 투표로 거취 결정

조종국 운영위원장이 지난달 15일 간담회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조종국 운영위원장이 지난달 15일 간담회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국제영화제(BIFF) 인사 내홍과 사유화 논란을 초래해 영화계 퇴진 요청을 받아온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이 한 달여 만에 처음 입장을 밝혔다. 오는 26일 자신의 해촉을 결정하는 임시총회를 열기로 하자 SNS에 연이어 글을 올리며 대응에 나섰다.

임시총회에서 최대 30명인 BIFF 이사와 집행위원 투표 결과에 따라 조 위원장 거취는 결정된다. 같은 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체제 여부도 함께 결정되고, 혁신위원회 구성 방향도 제시될 전망이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이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5차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부산일보 DB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이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5차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부산일보 DB

조종국 “흠결 없이 위촉” VS 영화계 “절차적으로 문제”

조 위원장은 지난 15일 BIFF 이사회에 보낸 입장문을 개인 SNS에 공유했다. 그는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이) 저를 운영위원장에 위촉한 것에 대한 반발로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면 더욱 납득할 수 없다’며 ‘이사회-총회에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은 ‘관련자들 동의를 받고 이사회-총회를 거쳐 적법 절차에 따라 위촉됐다’며 ‘이사회와 총회의 토론과 의결 과정에 흠결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BIFF 직원들에게 “처음에 조종국을 언급하니 허 위원장이 단번에 ‘안 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허 위원장이 “(조종국은) 부산영상위 사무처장으로 있을 때 부산 영화인과 많은 분란을 일으켰다”며 “강성이고 편향적”이라는 이유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허 위원장이 “운영위원장과 예산 전반은 내 의지가 아니다”라며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오 위원장은 이용관 이사장과 조 위원장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다.

지난달 9일 조 위원장 임명 과정도 잡음이 많았다.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4개 단체는 지난달 8일 BIFF 측에 신임 위원장 선임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당시 이들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고 사전 이야기도 없이 공동 집행위원장을 선임하는 건 맞지 않다”며 다음 날 해당 안건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이사회와 임시총회에서도 정관 개정 등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일 오후 영화의전당 비프힐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4차 이사회에 이사들이 참석하고 있다. 부산일보 DB 지난 2일 오후 영화의전당 비프힐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4차 이사회에 이사들이 참석하고 있다. 부산일보 DB

급조한 감투 아니다” VS 영화계 “업무 적격 인사 아냐”

조 위원장은 지난 16일엔 BIFF에 운영위원장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2019년 ‘BIFF 비전2040 특별위원회’가 집행위원장 권한을 ‘프로그램’과 ‘조직 운영’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자신의 사퇴를 주장하는 교수와 프로그래머가 해당 특위 부위원장과 위원이었다’며 ‘운영위원장 직책은 느닷없이 만들었거나 저를 챙겨주려고 급조한 감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 운영위원장 ‘직책’보다 ‘인물’ 적격성에 대한 반발이 더욱 크다. 이 이사장과 오 위원장 최측근이 집행위원장에 버금가는 운영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영화제 사유화 논란까지 불거졌다. 조 위원장이 예산이나 조직 관리에 전문적인 인물인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여기에 허 위원장 사의 표명 전 부잽행위원장 A 씨도 “조 위원장과 일할 수 없다”며 인사이동을 요청한 사실도 알려졌다.

부산 영화인 B 씨도 “영화계 평판이 좋지 않은 최측근을 운영위원장에 앉혀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사회가 지난 2일 오후 영화의전당 비프힐 대회의실에서 4차 이사회를 열었다. 부산일보 DB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사회가 지난 2일 오후 영화의전당 비프힐 대회의실에서 4차 이사회를 열었다. 부산일보 DB

30인 투표에 갈릴 운명

조 위원장 해촉 안건은 임시총회에서 이사들과 집행위원 투표로 결정한다. 현재 BIFF 이사 17명과 집행위원 14명에게 의결권이 있다. 이번 안건은 현재 집행위원인 조 위원장 본인에겐 의결권이 없어 최대 30명이 투표를 할 수 있다. 과반 이상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 이사장 측근이 많은 상황이라 해촉 안건 통과는 쉽게 낙관할 수 없다. 여기에 BIFF는 무기명 투표로 안건을 다루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남송우 BIFF 이사는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가능한 한 비밀투표로 결정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두 차례 조 위원장 사퇴를 요청한 이사회가 해촉안을 부결하면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 퇴진까지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임시총회에서는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를 위한 규정 개정’ 안건도 처리한다. 사실상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에게 집행위원장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남 프로그래머는 지난 12일 이사와 집행위원에게 ‘집행위원장 대행 권한 명문화’를 안건으로 다뤄달라며 임시총회 소집을 요청했다. BIFF 이사회가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 사표를 수리하면서 집행위원장 대행 역할을 맡은 그는 운영위원장 직책이 존재해 실질적인 업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혁신위원회 구성 및 역할’ 안건도 다뤄진다. 이청산 BIFF 이사는 “정관에 혁신위원회 구성 방향 등을 추가하는 정도로 의결이 될 것 같다”며 “당장 누가 혁신위에 들어올지 결정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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