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현장은 절망과 충격”… 영화제 예산 삭감에 51개 영화제 성명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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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예산 절반 삭감
예산 복구 요청하는 성명 발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 부산일보DB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 부산일보DB

부산을 포함한 전국 50여 개 영화제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2024년 영화제 예산 삭감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영화제 지원 예산을 절반으로 줄이고, 지원 대상도 축소하는 방침은 영화 문화와 산업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 51개 영화제로 구성된 국내개최영화제연대(가칭)는 14일 공동 성명을 발표해 “2024년 영진위 영화제 지원 예산 50% 삭감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며 “지원 예산을 복원하고 영화제와 영화 문화 발전을 위한 논의 테이블을 즉각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개최영화제연대는 “영진위는 2024년에 증액된 예산 편성을 발표했지만, 영화 현장은 절망과 충격에 휩싸였다”고 했다. 이들은 “영화와 관객을 매개하는 ‘국내외영화제육성지원사업’ 예산이 50% 삭감됐고, 국내·국제영화제를 통합해 기존 40개에서 20여 개로 지원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지역 관련 지원 예산은 100% 삭감됐고, 제작과 배급 지원 예산도 줄었다”고 밝혔다.

영화제 지원 예산 삭감은 영화 창작 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졌다. 국내개최영화제연대는 “2023년 한국독립영화가 131편 개봉했는데 제작 편수는 1574편에 이른다”며 “산업이 미처 포괄하지 않는 영화는 어디에서 관객을 만나고 격려받아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이어 “영화제 지원 축소는 단기적으로 영화 문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영화 산업에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야외 무대인사. 김종진 기자 kjj1761@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야외 무대인사. 김종진 기자 kjj1761@

새로운 창작자를 위해 작품을 소개하는 영화제가 변함없이 존재해야 한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국내개최영화제연대는 “해마다 창작 인구가 증가한다면 영화제 지원도 비례해 확대해야 한다”며 “지역과 약자를 우대한다면 그곳에 영화를 상영하는 축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영화제 예산 삭감이 유지되면 2024년 영진위 예산은 역대 최악의 편성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국내개최영화제연대는 “승승장구하는 K-콘텐츠와 K-무비는 한순간에 일궈지지 않았다”며 “한국 영화 산업은 창작자 인내에서 싹을 틔웠고, 불모의 지역에서 새로운 영화를 발굴한 노력의 결과”라고 했다. 이어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은 영상 문화와 영상 산업의 진흥을 촉진해 국민의 문화생활을 증진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며 “영진위 예산은 산업에서 소외된 영화 문화를 키우기 위한 굳건한 근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개최영화제연대는 영화제가 한국 영화 발전을 이끌었던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들은 “강제규·봉준호·류승완·김한민·연상호·이병헌 감독 등 1000만 관객 신화의 주인공부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 영화 재도약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잠’ 유재선, ‘소울메이트’ 민용근, ‘다음 소희’ 정주리, ‘D.P’ 한준희 감독에 이르기까지 영화제는 수많은 창작자의 산실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생겨난 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교두보이자 K-무비의 진정한 시작점이었다”며 “지역의 소규모 영화제는 열악한 환경에도 영화의 씨앗을 뿌려 지역창작자 네트워크의 구심이 됐고, 수도권 중심의 문화 쏠림에 저항하며 지역민의 문화 향유와 관광 자원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부산 동구 북항재개발 친수공원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동네방네비프’ 상영회.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해 부산 동구 북항재개발 친수공원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동네방네비프’ 상영회. 김종진 기자 kjj1761@

영화제 개최는 윤석열 정부에 부합하는 사업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들은 “정부는 국정 과제로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 복지 실현’과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발표했다”며 “영화제는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전국에 고르게 분포돼 있으며 높은 대중성과 축제성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영화제 예산 삭감 철회를 요구한 이번 성명에는 총 51개 국내 영화제가 참여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 국제영화제와 전국 독립영화제, 단편영화제, 여성영화제 등이 포함됐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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