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잘릴지 모르는데 퇴직금도 없어…” 다누비열차서 거리로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쟁의행위 가결 경고성 파업
매년 위탁업체 새로 선정돼
연차·숙련도 아무 소용 없어
노조, 고용승계 등 강력 촉구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태종대지회는 20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태종대 다누비열차 노동자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태종대지회는 20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태종대 다누비열차 노동자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 영도구의 대표 관광지인 태종대 유원지의 ‘다누비열차’ 노동자들이 열차에서 내려 거리로 나왔다. 매년 용역 업체가 바뀌면서 고용불안에 퇴직금마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촉구에 나선 것이다.

20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태종대지회에 따르면 지회 소속 다누비 열차 노동자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가결돼 이날 오전 부산시청 광장에서 경고성 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고용 승계 보장 △부산시 생활임금 민간위탁 사업장 확대 적용 △퇴직금 보장 등을 촉구했다. 다누비 열차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총 24명으로 안전원·미화·주차 업무 등을 맡고 있다. 경고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는 7명이다.

‘다누비 열차’는 1969년 관광지로 지정된 태종대 유원지 내 시민들이 유원지를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열차다. 2006년부터 운행을 시작했으며 성수기 때 많게는 하루 50회 이상 운행한다. 지난해 48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열차를 이용했을 정도로 여전히 인기다.

다누비 열차 인기와 달리 소속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떨며 매일 열차에 탑승한다. 다누비 열차는 부산관광공사가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하는데, 위탁 업체는 평균적으로 1년마다 경쟁 입찰을 통해 바뀐다. 바뀌는 소속에 노동자들 연차와 숙련도가 쌓여도 근속은 인정되지 않고 임금은 매해 최저임금 수준이다. 휴가 일수도 1년 차 때 그대로다.

고용형태가 불안한 다누비열차 노동자들은 부산시 생활임금 적용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2018년 12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에 따라 태종대 노동자들 고용 형태 전환을 논의했으나, 현재 표류하고 있는 태종대 모노레일사업을 이유로 기약 없이 미뤄졌다. 당시 고용전환만 됐어도 생활임금 적용 대상이라 지금보다 처우가 나았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노동자들이 1년 이상 같은 업체에서 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퇴직금마저도 못 받는다는 점도 문제다. 시 산하 공공기관 위탁용역 입찰 과정에서 용역업체가 노동자들의 퇴직금이나 월급, 비용 등이 포함된 원가 산출 내역서를 부산시 청렴감사담당관실에 제출해 심사를 받는다. 시는 한 업체 소속으로 일한 지 1년이 되지 않으면 퇴직금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결국 퇴직금이 포함되지 않은 채 공개입찰이 진행됐다. 이 결과 2022년부터 근무한 A 씨의 경우 1년 넘게 근무하는 동안 한 업체에서 1년 이상 근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퇴직금 기준이 인정되지 않았다.

원하청과 지자체 어느 한 곳에서도 고용승계와 임금 등 민간위탁 비정규 노동자들 처우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기만 하고 있어 거리로 나왔다고 노조는 설명한다.

노조는 “정부의 용역근로자보호 지침에는 공공기관 민간위탁 노동자들 고용승계를 보장해야 하지만 계약할 때 이를 명시하지 않아 항상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투쟁에 나설 것이고 사용자인 부산관광공사가 나와서 임단협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시 산하기관이라 이에 맞는 관련 규정과 정책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