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수명을 연장하는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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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내과 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회장

젊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의 소망이다. 소식을 하는 경우 수명이 연장될 수 있음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장기간에 걸친 소식은 쉽지 않다. 정상 식사를 하면서도 소식을 하는 것처럼 우리 몸을 속이는(?) 약물들에 대한 연구들도 많이 진행 중이다.

당뇨병 치료제들 중 SGLT2 억제제라는 약물이 노화를 억제하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음이 밝혀져 최근 의학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약물은 신장을 통해 혈액 속의 포도당이 소변으로 많이 배출되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소식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체중이 2~3kg 정도 빠지고, 혈압도 소폭 감소된다. 포도당 대신 지방산과 케톤체의 체내 활용이 더 많아지며, 세포의 노화를 억제하고 노화와 관련된 체내 염증들도 억제한다. 심장과 신장, 혈관 등 중요한 조직 세포들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보호 효과를 강하게 나타낸다.

초기에는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 목적으로만 사용되기 시작하였는데, 이 약물을 사용한 임상 시험에서 혈당만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당뇨병 환자의 심장과 신장 질환 악화를 막는 효과가 기존의 어떤 약물보다 큰 것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의학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최근에는 당뇨병이 없는 경우에도 이러한 보호 효과가 그대로 있음이 밝혀져, 혈당을 낮추는 것 이외의 다른 작용들을 통해 좋은 효과들이 나타났음을 알게 되었다.

2015년에 심혈관 질환이 이미 있었던 7000여 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약물은 심장병에 의한 사망을 38%,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을 32%나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단순 계산에 의하면, 이 약을 하루에 한 번 복용하면 수명이 대략 20분이 늘어난다는 뜻이며, 이틀 복용하면 40분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 약물은 이제 당뇨병 치료제를 넘어서 심부전 및 신장질환 치료제로 각각 해당 의학계에서 공식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노화를 방지하고 수명을 연장시킬 가능성이 있어 연구되고 있는 물질들은 매우 많다. SGLT2 억제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임상 진료에서 사용되기 시작해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당뇨병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처방이 되고 있는 약물 중 하나이며, 그 효과와 장단기적인 안전성 또한 명확하게 입증이 되어 있는 약물이다.

생명 연장 가능성이 있는 약물들이 공통적으로 소식을 하였을 때 몸에서 나타나는 상태와 유사한 작용을 통해 항노화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은 재미있는 부분이다. 소식을 한 것처럼 몸을 속여서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고 있는 약물은 메트폴민, 라파마이신, 레스베라트롤, 그리고 니코틴아마이드 등 여럿 있지만, 현재로서는 SGLT2 억제제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되고 있다.

다만, 이 SGLT2 억제제는 체중과 혈압이 감소되는 효과가 있고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경미한 부작용들이 나타날 수 있어, 저체중이나 고령의 쇠약한 분들은 의사와 상의해서 조심스럽게 사용이 결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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