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화수소 피해자 의식 불명에 경찰 수사 ‘난항’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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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산물유통시설관리사업소
급기 팬 수리 60대, 올 7월 질식
중대재해법 적용 등 검토 필요
담당 공무원 “진입 지시 없었다”

부산 서부경찰서 청사 건물 부산 서부경찰서 청사 건물

경찰이 부산시 산하 해수·폐수처리장에서 일하던 60대 남성이 가스 중독으로 중태에 빠진 사건(부산닷컴 7월 7일 자 보도)에 대해 수사에 나섰지만, 수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 피해자가 의식불명으로 중태에 빠지며 뚜렷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10일 부산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8월 17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국제수산물유통시설관리사업소 소속 공무원 A 씨와 B 씨를 입건했다. A 씨와 B 씨는 시설관리 담당 공무원으로서 사고를 입은 60대 남성 C 씨에 대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9월 A, B 씨의 휴대폰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차례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사고 이후 C 씨가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어 사고 당시 진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인 조사는 거의 마친 단계이지만, 사실 여부를 결정적으로 가리기 위해선 피해자의 진술이 필요해 시간이 더욱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피해자가 언제 깨어날지 몰라 지금으로선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7일 오후 1시 20분께 서구 암남동 국제수산물유통시설관리사업소 지하 1층 해수·폐수처리장에서 작업 중이던 60대 남성 C 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C 씨는 밀폐된 곳에서 유해가스에 질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업무 확인차 현장을 방문한 동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이 C 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업소 측이 C 씨에게 해수·폐수처리시설 급기 팬 수리를 지시했으며, C 씨는 시설 외부에서 급기 팬 수리 후 해수·폐수처리시설에 20초가량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시설 안 황화수소 농도는 200ppm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단시간 허용 농도 기준치인 15ppm의 13배를 웃돌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기 중 황화수소 농도가 100ppm 이상으로 높아지면 후각신경이 마비돼 냄새를 아예 맡을 수 없게 된다. 과다하게 노출되면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를만큼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성을 갖고 있다.

사업소 측은 C 씨가 해수·폐수처리시설 내부에 진입한 것에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에 따르면 담당 공무원 A·B 씨는 “급기 팬 수리는 외부에서도 마무리 작업이 가능하며, C 씨에게 시설 내부 진입을 지시한 적도 없다”며 “시설 입구에는 위험하니 주의를 요하는 안전 푯말까지 설치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경찰 수사가 탄력을 받으려면 구체적인 피해자 진술 확보가 관건이다. 이와 함께 사고의 주요 원인이 지자체의 산업안전 관리 미흡에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산업재해로 근로자가 1명 이상 숨지거나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은 경우, 화학물질 등에 의한 급성 중독으로 1년 내 3명 이상 직업성 질환자가 발생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며 해당 경우에는 기관장이 형사 처벌된다.

경찰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는 고용노동부의 조사와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검토를 거친 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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