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쇄신 예고 한동훈, ‘공관위원장 인요한’ 카드 만지작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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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 배수진으로 물갈이 천명
도덕성이 공천 최우선 기준 될 듯
전과자 1차 배제 대상 가능성 커
혁신 요구 인요한 재기용론 솔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승리를 위해 뭐든지 다 할 것”이라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당내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한 위원장이 총선 승리의 전제로 여겨지는 과감한 공천 쇄신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선제적으로 불출마 카드를 던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헌신’을 총 다섯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당내 인사는 27일 “대규모 현역 물갈이의 신호탄을 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위원장은 헌신성과 실력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경쟁’을 원칙으로 제시하면서도 당이 제시할 인재상으로 ‘공직을 방탄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 ‘특권의식 없는 분’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는 분’을 공천의 첫 번째 전제조건으로 언급했다. 이는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내 ‘586’ 정치인 등을 겨냥한 것인데, 이런 결국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차별성을 보일 수 있는 인재를 최우선적으로 찾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이 때문에 한동훈 비대위가 지향하는 쇄신 공천의 ‘1차 거름망’은 ‘도덕성’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당 핵심 인사는 이날 “한 위원장이 법률가로서 평소 정치인들의 법 위반 문제를 상당히 무겁게 인식했고, 수락 연설에서 그런 문제 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면서 “전과가 있거나, 도덕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사들에 대한 공천 패널티가 상당히 클 것 같다”고 예상했다.

민주당 내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도덕성 관련 논란들이 국민의힘 공천 심사 과정에서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최근 민주당은 20대 국회 당시 ‘윤창호법’ 발의 10일 만에 음주운전이 적발돼 논란이 된 이용주 전 의원에 대해 예비후보 적격 판정을 내려 비난을 사고 있다. 이재명 대표 역시 2004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송영길 전 대표와 현역 다수가 연루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 이경 전 상근부대변인의 ‘보복 운전’ 등도 민주당의 도덕적 위기를 심화시킨 사건들이다.

당 관계자는 “공천 반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민주당과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기준은 법 위반 등 도덕성 문제”라며 “과거에 지나친 사안이라도 이번에는 좀 더 중요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음주운전의 경우 국민의힘 현역 10여 명도 위반 전과가 있어, 실제 공천 패널티가 적용될 경우 이들 의원들에게 적잖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당내 불출마가 확산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출마를 하셔야 할 분은 오히려 출마해야 한다. 불출마 자체가 미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신의 불출마가 친윤(친윤석열), 중진들에 대한 불출마 압박 메시지라는 일각의 해석에 선을 그은 것이다.

한 위원장의 이같은 인재상을 공천에 반영할 공천관리위원회 구성도 주목된다. 이전 김기현 지도부에서는 공관위원장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이 거론됐으나,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새로 출범하게 되면서 공관위원장도 원점 재검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 인선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돈을 벌고, 가족을 보호하고, 동료 시민에 대한 선의를 가진 분들을 상징하는 분들을 (비대위원으로)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대위는)당연히 비 정치인 위주다. 정치인 위주로 할 거라면 내가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당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초보 정치인이 자신이 비대위원장에 추대된 만큼 그런 기준에 적합한 인재가 중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천관리위 구성에도 적용될 공산이 커 보인다. 당내에서는 당초 검토됐던 검사 출신 인사들은 배제될 공산이 크고, 공관위원 역시 정치인들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내 일각에서는 의사 출신인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비록 이전 당 지도부에 의해 거부됐지만, 여론 눈높이에 부합하는 쇄신안을 가감 없이 제시했다는 점에서 인 전 위원장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권오현(서울 중구 성동갑), 김기흥(인천 연수을), 김보현(김포갑), 김성용(송파병), 이승환(중랑을), 이창진(부산 연제) 등 14명의 국민의힘 예비후보 및 출마 예정자들은 이날 ‘불체포특권 포기의 공동 선언문’을 서약 형식으로 발표했다. 전날 한 위원장이 우리 당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는 분들만 공천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화답 차원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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