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쇄신 예고 한동훈, ‘공관위원장 인요한’ 카드 만지작
불출마 배수진으로 물갈이 천명
도덕성이 공천 최우선 기준 될 듯
전과자 1차 배제 대상 가능성 커
혁신 요구 인요한 재기용론 솔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승리를 위해 뭐든지 다 할 것”이라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당내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한 위원장이 총선 승리의 전제로 여겨지는 과감한 공천 쇄신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선제적으로 불출마 카드를 던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헌신’을 총 다섯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당내 인사는 27일 “대규모 현역 물갈이의 신호탄을 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위원장은 헌신성과 실력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경쟁’을 원칙으로 제시하면서도 당이 제시할 인재상으로 ‘공직을 방탄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 ‘특권의식 없는 분’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는 분’을 공천의 첫 번째 전제조건으로 언급했다. 이는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내 ‘586’ 정치인 등을 겨냥한 것인데, 이런 결국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차별성을 보일 수 있는 인재를 최우선적으로 찾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이 때문에 한동훈 비대위가 지향하는 쇄신 공천의 ‘1차 거름망’은 ‘도덕성’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당 핵심 인사는 이날 “한 위원장이 법률가로서 평소 정치인들의 법 위반 문제를 상당히 무겁게 인식했고, 수락 연설에서 그런 문제 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면서 “전과가 있거나, 도덕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사들에 대한 공천 패널티가 상당히 클 것 같다”고 예상했다.
민주당 내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도덕성 관련 논란들이 국민의힘 공천 심사 과정에서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최근 민주당은 20대 국회 당시 ‘윤창호법’ 발의 10일 만에 음주운전이 적발돼 논란이 된 이용주 전 의원에 대해 예비후보 적격 판정을 내려 비난을 사고 있다. 이재명 대표 역시 2004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송영길 전 대표와 현역 다수가 연루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 이경 전 상근부대변인의 ‘보복 운전’ 등도 민주당의 도덕적 위기를 심화시킨 사건들이다.
당 관계자는 “공천 반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민주당과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기준은 법 위반 등 도덕성 문제”라며 “과거에 지나친 사안이라도 이번에는 좀 더 중요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음주운전의 경우 국민의힘 현역 10여 명도 위반 전과가 있어, 실제 공천 패널티가 적용될 경우 이들 의원들에게 적잖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당내 불출마가 확산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출마를 하셔야 할 분은 오히려 출마해야 한다. 불출마 자체가 미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신의 불출마가 친윤(친윤석열), 중진들에 대한 불출마 압박 메시지라는 일각의 해석에 선을 그은 것이다.
한 위원장의 이같은 인재상을 공천에 반영할 공천관리위원회 구성도 주목된다. 이전 김기현 지도부에서는 공관위원장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이 거론됐으나,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새로 출범하게 되면서 공관위원장도 원점 재검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 인선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돈을 벌고, 가족을 보호하고, 동료 시민에 대한 선의를 가진 분들을 상징하는 분들을 (비대위원으로)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대위는)당연히 비 정치인 위주다. 정치인 위주로 할 거라면 내가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당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초보 정치인이 자신이 비대위원장에 추대된 만큼 그런 기준에 적합한 인재가 중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천관리위 구성에도 적용될 공산이 커 보인다. 당내에서는 당초 검토됐던 검사 출신 인사들은 배제될 공산이 크고, 공관위원 역시 정치인들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내 일각에서는 의사 출신인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비록 이전 당 지도부에 의해 거부됐지만, 여론 눈높이에 부합하는 쇄신안을 가감 없이 제시했다는 점에서 인 전 위원장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권오현(서울 중구 성동갑), 김기흥(인천 연수을), 김보현(김포갑), 김성용(송파병), 이승환(중랑을), 이창진(부산 연제) 등 14명의 국민의힘 예비후보 및 출마 예정자들은 이날 ‘불체포특권 포기의 공동 선언문’을 서약 형식으로 발표했다. 전날 한 위원장이 우리 당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는 분들만 공천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화답 차원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