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20년 낭만’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 역사 속으로
한국 음식촌 거리로 입소문 나
영화제 스타·관광객 발길 이어져
불법 시설물 고발 당해 철거 진행
주차장·공원 등 시민 시설 활용
지난 20여 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한 켠을 지켜온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해운대구청은 이달 말까지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36 일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을 철거한다고 9일 밝혔다. 구청 측은 이달 말까지 상인들이 자진해 점포를 비우지 않을 경우 다음 달 강제 철거 등 행정대집행까지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바다마을 포장마차촌 역사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해수욕장 일대에 우후죽순 난립하던 노점들은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정비됐다. 당시 ‘웰컴2002부산’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 음식을 선보일 음식촌으로 꾸려졌던 곳이 지금의 포장마차촌이다. 무려 270여 개에 달하던 노점들이 70여 개로 압축됐고 포장마차 모양과 규격은 일정하게 정비됐다.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은 이후 23년간 해운대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스타들의 뒤풀이 장소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영화제 기간엔 스타들을 보려는 관광객 발길도 이어졌다. 최근에 포장마차가 드물어지면서 SNS 등에서 젊은 층에게 색다른 관광지로도 유명해졌다.
바다마을 포장마차 자치위원회 강영철 회장은 그 시절이 포장마차촌 ‘황금기’였다고 회상한다. 그는 40여 년간 포장마차를 운영했다. 해운대 해안도로에서 포장마차를 시작해 바다마을로 넘어왔다. “비가 오면 낭만이 있다고, 영화제 하면 스타 본다고 사람들이 몰려 들었어요. 대만TV, 홍콩 TV, 국내 방송국도 오고 여기서 영화 촬영도 서너 번 했지요.”
그러나 2021년 포장마차촌이 불법 시설물로 고발당하면서 철거 논의가 본격화됐다. 구청은 코로나19를 감안해 2년가량 유예기간을 주는 조건으로 상인들과 철거 협의를 했다. 상인들도 자진 철거를 약속해 이달 중 철거에 들어가게 됐다.
포장마차촌 철거를 바라보는 시민과 관광객 반응은 온도 차를 보인다. 포장마차촌 옆 공영주차장의 한 주차요원은 “젊은 사람들이 자주 포장마차촌 가는 길을 물었다”며 “관광객들에게는 인기가 좋지만 가격도 높고 바가지 씌운다는 소문도 있어 현지인들은 안 간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에서 30년 넘게 거주했다는 최 모(62) 씨는 “포장마차촌 들어오기 전부터 해수욕장에 설치된 포장마차들을 봐 왔다”면서 “해변 풍경도 해치는 만큼 이제는 사라져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김인경(26) 씨는 “인스타에서 포장마차촌의 랍스터 사진을 봤다”며 “해운대 올 때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을 봤는데 사라진다니 왠지 아쉽다”고 전했다.
현재 포장마차촌에 남아있는 점포는 지난해 기준 39개다. 구청이 신규 포장마차 점포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70개가 넘던 점포가 하나둘 사라졌다.
상인들은 합의대로 자진 철거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생계 대책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지금까지 영업해 온 것만 해도 감사해 약속대로 철거하겠지만 이후에는 각자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찾는 해운대만의 콘텐츠가 드문데 지금까지 해온 것을 살려 별도의 공간에서 계속 운영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청 관광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민원과 고발이 들어온 이상 구청도 포장마차촌을 철거할 수밖에 없다”며 “철거가 결정된 만큼 1월 중에는 정리를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포장마차촌이 사라진 자리는 주차장, 공원 등 부산 시민과 관광객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