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대신 조합 경제력이 추진 속도 좌우할 듯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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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 아파트 안전진단 생략

정부가 30년 이상 노후화한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10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그린시티 아파트 단지. 정종회 기자 jjh@ 정부가 30년 이상 노후화한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10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그린시티 아파트 단지. 정종회 기자 jjh@

정부가 30년이 넘은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면서 지역 건설·부동산 업계에도 모처럼 화색이 돌았다. 도심 곳곳의 노후한 주거 환경을 손쉽게 개선하고 건설 경기 부양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다만 재건축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중돼 부산의 동서 격차 등을 한층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 노후 아파트 많아 화색

정부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주택 공급 확대·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도심 내 신축 주택이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지금은 아파트를 재건축하려면 먼저 안전진단에서 위험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조건을 충족할 때까지 수년간 재건축 절차를 밟지 못하고 기다리거나, 리모델링으로 사업 방식을 바꿔야 했다.

앞으로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아도 정비계획 수립과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 등 재건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안전진단 절차가 완전히 생략되는 것은 아니고, 사업 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도록 순서가 바뀐다. 아파트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겼다면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안전기준을 완화한다. 지난해 안전기준을 대폭 완화한 데 이어 추가로 규제를 푸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의 경우 준공 이후 30년 이상 된 아파트(지난해 7월 기준)가 16만 1517호 있다. 인천(15만 311호)이나 대구(10만 2170호) 등 다른 광역시보다 노후 아파트가 많다. 20년 이상 30년 미만 아파트는 28만 141호나 된다. 해운대구 우동 대우 마리나와 좌동 벽산 아파트, 화목타운 등이 대표적인 재건축 예정 아파트로 손꼽힌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재건축조합 설립 시기를 앞당겨 사업 기간을 단축한다. 지금은 △안전진단 △정비계획 입안 제안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수립 △추진위 구성 △조합 신청 △조합 설립 △사업 인가 순으로 한 단계씩 절차를 밟아 재건축이 이뤄진다.

앞으로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아파트 준공 30년이 지났다면 바로 추진위를 구성하고 조합 설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안전진단과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추진 등 여러 단계를 한꺼번에 밟아도 되는 것이다. 국토부는 통상 안전진단에 1년, 추진위 구성부터 조합 설립까지 2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 13년가량 걸리는 사업 기간을 ‘재건축 패스트트랙’으로 최소 3년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질적인 지역 양극화 우려도

정부의 이 같은 규제 완화는 지난해부터 본격 논의됐던 노후계획도시 특별법보다 적용 범위가 훨씬 넓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의 경우 부산 해운대나 화명 신도시 정도만 해당됐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의 1기 신도시와 관련해서는 올해 안에 재건축을 가장 먼저 추진할 선도지구를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에서 각각 1곳 이상 지정한다. 윤 대통령 임기 내 선도지구에서 첫 착공을 하고,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잡았다.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 등 지방의 주요 신도시들도 선도지구 지정 기대에 들뜬 마음을 내비쳤지만 연내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의 노후계획도시는 아직 기본계획 수립이 안돼 올해 안에 선도지구 지정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정부의 이번 정책은 대도시의 주거 환경 개선과 정상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설정됐다. 침체된 지역 건설경기를 다시 일으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갈수록 높아지는 공사비로 인해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밝혔다. 강 원장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업장은 속도를 내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진행이 매우 더딜 것”이라며 “이는 부산의 고질적인 동서 지역 양극화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는 올해 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2년간 준공된 전용 60㎡ 이하, 수도권 6억 원, 지방 3억 원 이하 소형주택(아파트 제외)를 구입하면 취득세 양도세, 종부세 산정시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다만 1세대 1주택자가 추가로 소형주택을 구입하면 양도세와 종부세에서 1세대 1주택 특례는 적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주택자가 추가로 소형주택을 구입하면 세금 계산 때 주택 수에서 빼주지만 1주택자가 구입하면 양도세, 종부세 특례는 안 된다는 의미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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