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발 물류대란 장기화하나… 해운·물류사 '촉각'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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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공격에 확전 가능성 커져
운임지수 16개월 만에 최고치
해진공, 시장 영향 보고서 발간
운임 급증에 화주·물류사 한숨
선사는 수익성 개선 기대 '희비'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종합상황실에서 홍해 인근 해역을 운항 중인 선박의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최근 홍해에서는 서방과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 간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종합상황실에서 홍해 인근 해역을 운항 중인 선박의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최근 홍해에서는 서방과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 간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해운·물류사들이 서방과 이란 간 확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이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거점을 공습하면서 핵심 교역로인 홍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시작된 ‘홍해 발 물류대란’이 장기화할 경우 컨테이너 선사와 화주·물류사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14일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해상운임의 글로벌 지표로 꼽히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 지수는 2206포인트를 기록했다. 전주(1896포인트) 대비 16% 이상 올랐다. 2022년 9월 이후 다시 2000선을 넘으며 고공행진이다. 특히 상하이-유럽 노선 운임은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103달러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8.1% 늘었으며, 한 달 전과 비교하면 200% 이상 급증했다.

운송 기간이 늘고 운임까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컨테이너 시장의 불확실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발표한 ‘홍해 운항 제한에 따른 컨테이너 시장 영향’ 특집 보고서에 따르면 홍해 통행 재개에는 꽤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보고서는 “올해 수급 불균형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견된 만큼 컨테이너 선사들이 위협을 감수한 상태로 홍해를 통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번 (미국과 영국의)공습이 반군 활동을 위축시킬지 아니면 확전 양상으로 이어질지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동 사태가 조기에 끝날 경우 2월 이후 컨테이너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올해 컨테이너선 수요 증가율(3.2%)이 공급 증가율(7.1%)을 크게 밑도는 만큼 이번 사태가 장기간 영향을 주긴 어렵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마다 영향도 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컨테이너 선사의 경우 운영의 변동성은 커졌으나,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사태가 올해 컨테이너선 과잉 공급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유럽·지중해·미동부 항로에 투입하는 선박 증가로 잉여 선복이 줄면서 수급 불균형이 완화됐다”면서 “지난해 4분기 운임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선사들은 이번 운임 상승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전했다.

반면 화주와 물류사는 제품 납기 지연 가능성이 커지고 물류비 부담이 늘고 있다. 보고서는 “선복 부족에 따른 선적 지연도 발생하는 등 운송 관련 변동성이 확대됐다”면서 “선사들로부터 할증료 부과가 빠르게 이뤄지는 등 적기 운송에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화주와 물류사는 갑작스러운 납기 지연으로 인해 항공, 철도 등을 통한 긴급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홍해 리스크’가 커지면서 정부도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수출 비상대책반’ 회의를 열었다. 대책반은 현재까지 국내 기업의 수출 물품 선적과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도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중동 정세가 더 불안해질 수 있는 만큼 관계 부처, 코트라, 무역협회 등과 소통해 현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해상운임 상승세에 따라 수출 기업에 수출 바우처 등 단계별 지원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도 이날 오후 해수부 종합상황실에서 미국과 영국의 후티 반군 기지 공습 이후 홍해 인근 해역에서 운항하는 우리 선박의 안전관리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홍해로 운항 중인 우리 선박 선장과 직접 통화해 자체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안전운항을 당부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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