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등 전기 요금제, 실효적 지역균형발전 방안 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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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인근·수도권 전기료 용역 발주
불합리 시정, 경제 활성화 계기 돼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내용을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해 5월 25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회 본회의 모습. 연합뉴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내용을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해 5월 25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회 본회의 모습. 연합뉴스

오는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법) 시행을 앞두고 지역의 숙원이었던 차등 전기 요금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발전소 밀집지와 전기 사용량이 많은 곳 사이에 전기료 부과 기준을 달리하는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도입하기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이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송전·배전 비용을 고려한 차등 전기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분산법 제45조에 근거한 것이다. 그간 지방은 발전소와 송·배전망 경유지를 떠맡아 고통을 받는데도 전력 사용량이 많은 수도권과 동일한 요금제를 적용받았다. 용역 이후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마련되면 이런 불합리하고 부당한 요금 체계가 바로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분산법의 취지대로 발전한 만큼 소비하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전력 소비량 1위인 서울은 전력 자급률이 8.9%에 불과하다. 반면 원자력발전소가 몰린 4개 광역지자체 중 부산이 216.7%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경북 201.4%, 전남 171.3%, 울산 102.2% 순이다. 여분의 전기를 생산해 수도권으로 ‘수혈’한 것이다. 원거리 송전 비용을 감안해도 수도권에 동일한 요금을 매기는 것은 시장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지진 때마다 원전 사고를 걱정하며 가슴 졸이기 일쑤인데다,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송전망을 짓고 유지하는 데 드는 불편과 민원을 온전히 떠안은 지역민에게 차등 요금제는 보상이 아닌 상식의 문제다.

차등 요금제는 지역균형발전 실현에도 꼭 필요하다. 반도체나 데이터 센터 등 미래형 산업은 대규모 전력원을 필요로 한다. 당연히 전기료가 싼 입지를 선호하게 되어 있다. 목하 부산과 경남 김해에 전기차 배터리와 신재생 에너지 설비에 사용되는 전력(파워)반도체 거점이 태동 중이다. 저렴한 전기료는 동남권 파워반도체 클러스터로 발전시키는 견인차로 작동할 수도 있다. 타 지역 발전소 밀집지도 마찬가지로 데이터 센터 등 전력 소비가 큰 기업 유치에 유리한 조건에 설 수 있다. 기업과 사람이 몰리도록 하는 게 지역균형발전의 첫걸음이다. 발전소가 몰린 지역에 낮은 요금제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게 차고 넘친다.

정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확정하기 전에 전기료가 인상되는 지역을 최대한 이해시켜야 한다. 지역별 차등 전기 요금제는 단순한 시장 논리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지혁균형발전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도입된다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내용적으로는 발전소 밀집지가 새로운 요금 제도를 활용해 지역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게끔 실효성이 있는 요금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부산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들도 정부 용역 과정에 적극 참여해서 차등 요금제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지자체끼리 힘을 모아 정부와 정치권에 호소하고 압박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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