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에 줄서자" 트럼프에 몰려드는 정치인·기부자들
공화당 3분의 2 트럼프에 결집
경쟁 진영서 후원 문의 주장도
형사 기소가 되레 지지층 결속
"스타 출신으로 명성 누린 결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후보들이 연이어 하차하고 ‘트럼프 대세론’이 확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줄을 서려는 유력 정치인과 기부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공화당의 2번째 대선 후보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87%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54.5% 득표를 기록, 43.6%를 기록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미국 싱크탱크 윤리공공정책센터의 헨리 올슨 선임연구원은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친화적인 공화당의 약 3분의 2가 트럼프 주위로 뭉쳤고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 모금 활동가인 에드 맥뮬런은 최근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뒤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 이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헤일리 전 대사의 기부자 수십 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싶다며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그곳에서 많은 기업가들이 나를 찾아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원하고 그에게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고도 했다.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는 기부자들을 상대로 트럼프 캠프에 합류하라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가디언’은 “바람이 부는 방향을 깨달은 공화당원들이 트럼프의 호의를 되찾고자 서두르고 있다”며 “상하원 의원들, 주지사, 전직 내각 관료들, 기부자들이 충성 맹세를 위해 플로리다 ‘마라라고(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를 순례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가 다른 경쟁자들의 후원금을 압도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억만장자 기업가인 코크 형제가 설립한 단체가 반(反)트럼프 캠페인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와 그를 지지하는 특별정치활동위원회은 아이오와주 경선에 한화로 710억 원이 넘는 지출을 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디샌티스 주지사는 3위 헤일리 전 대사에 근소한 차이로 앞선 데 만족해야 했다. 그가 얻은 한 표당 가치는 무려 2262달러(한화 303만 원)에 달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형사 기소와 법원 출석을 거꾸로 무기 삼아 지지층과 후원금을 모았다. ‘가디언’은 이를 놓고 “전직 대통령이자 리얼리티TV 스타 출신으로서 돈으로 살 수 없는 명성을 누린 결과”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캠프 모금 활동가 맥뮬런은 “이번 경선의 가장 훌륭한 이야기 중 하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반대하기 위한 수억 달러의 자금이 오히려 그에 대한 지지세를 키웠다는 점”이라며 “사람들은 미국의 과두 집권층이 대통령을 결정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와 경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이날 경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축하를 전하면서도 경선을 계속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트럼프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자 연단에 올라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축하하고 싶다”면서도 “이 경기가 끝나려면 멀었고 아직 여러 주가 남아 있다. 다음은 내가 사랑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다”라고 밝혀 사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헤일리 전 대사는 내달 24일 경선이 예정된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생으로 이곳에서 주지사를 지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